[방민준의 골프세상] 문어에게 배우는 골프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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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가장 유연한 존재는 문어다.
문어는 지능지수가 70~80으로 무척추동물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어는 골프에서 필요한 '초월의 길'을 터득한 듯하다.
문어처럼 유연해지는 일, 머리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코스를 읽는 일, 막히면 돌아가고, 돌아가도 길이 되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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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바다에서 가장 유연한 존재는 문어다. 문어는 지능지수가 70~80으로 무척추동물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뇌 외에 8개의 다리에도 독립적인 신경세포가 있어 미로를 찾고, 병뚜껑을 연다. 빨판은 촉각과 화학 감각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최근 디스커버리 채널에 문어가 낯익은 잠수부와 공놀이하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문어는 무언가를 만지는 순간 세상을 읽는다. 머리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온몸으로 판단한다. 골퍼도 마찬가지다. 머리로만 치는 골프는 오래가지 못한다.
문어는 틈을 볼 줄 안다. 적의 이빨을 보지 않고, 바위의 틈을 본다.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그리고 몸을 접고, 비틀고, 모양을 바꿔 그 틈을 통과한다. 뼈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단함이 아니라 유연함으로 생존한다.
위기에 빠진 골퍼는 어떤가. OB를 냈다고, 벙커에 빠졌다고 모든 것이 끝난 듯 굳어버린다. 스코어카드에 갇혀 사고도 굳는다.
그러나 문어처럼 생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코스는 감옥이 아니다. 언제나 탈옥의 틈이 있다. 레이업이라는 틈, 안전한 방향이라는 틈, 한 템포 늦추는 호흡이라는 틈.
문어는 위장(僞裝)의 명수다. 색을 바꾸고, 질감을 바꾸고, 심지어 바닥에서 그림자처럼 모래 속으로 사라질 줄도 안다. 환경에 맞춰 자신을 조율한다. 이른바 자기를 지우는 능력이다.
골퍼에게도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 바람이 강한 날은 낮은 탄도로 보내야 하고, 그린이 빠른 날은 욕심을 줄여야 한다. 자신의 고집스러운 스윙을 고수하기보다, 그날의 코스와 날씨에 스며들어야 한다. 환경과 싸우지 않고 환경이 되는 것, 그것이 진짜 실력이다.
문어는 포기하지 않는다. 한 번 막히면 다른 팔을 쓴다. 그래도 안 되면 먹물을 뿜고 시간을 번다. 방법을 바꾼다. 목적은 하나지만 길은 여럿이다.
골퍼는 종종 한 가지 방법에 집착한다. "오늘은 반드시 드라이버로 승부한다." "이 퍼트는 강하게 쳐야 한다."
그러나 문어는 안다. 집착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상황이 바뀌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문어의 몸에는 뼈가 없다. 그래서 자유롭다. 골프에서 우리가 버려야 할 뼈는 무엇일까. 체면, 과거의 영광, 남의 시선, 이미 망가진 홀에 대한 미련. 그런 것들이 우리를 경직시킨다. 경직된 몸과 마음은 큰 틈조차 통과하지 못한다.
문어는 골프에서 필요한 '초월의 길'을 터득한 듯하다. 초월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워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문어처럼 유연해지는 일, 머리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코스를 읽는 일, 막히면 돌아가고, 돌아가도 길이 되게 하는 일.
한 라운드는 작은 바다다. 우리는 그 바다를 유영하는 문어다. 위기는 늘 오지만 틈도 늘 있기 마련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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