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외화벌이 ‘의사 수출’도 차단… 중남미 의료대란
관련국 제재 발표하며 강력 압박

쿠바의 최대 외화 벌이인 ‘의사 수출’도 미국에 의해 차단되고 있다. 쿠바 이민 가정 출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관련국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쿠바의 급소를 찌른 형국이다. 쿠바가 파견한 의료진에 오랫동안 의존해 온 중남미 의료 현장에서는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2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쿠바는 그동안 전세계 50여국에 의사를 파견해 왔으나, 최근 미국의 압박으로 최소 10국이 계약을 종료했다.
과테말라 정부는 지난달 미국의 요청에 따라 쿠바의 의료진 채용 계약을 연내 종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의사·간호사 412명이 쿠바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남겨진 현장 의료진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과테말라 국경 도시 이시칸의 한 의료센터는 의사 24명 중 60%인 15명의 쿠바 의사가 떠나게 됐다. 제왕절개를 포함한 출산 수요가 월 200건을 넘는데, 의사들이 떠나면 간호사가 환자를 진료해야 할 상황이다. 급하게 의사 모집을 시작했지만, 반응은 없다. 이곳 의사 라켈 비야토로(46)는 요미우리에 “임산부와 신생아의 사망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테말라뿐 아니라, 자메이카·온두라스·가이아나·바하마·엔티가바부다 등 이웃 중남미·카리브해 국가들이 이달 초 쿠바와 의료 협정을 종료했다. 미국이 쿠바 의료진 수출을 ‘인신매매, 강제노동’으로 규정하고, 이 서비스를 받는 3국에 대한 제재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쿠바는 인구당 의사 수가 세계 최다인 ‘의료 대국’이다.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뒤 독재자가 된 피델 카스트로 정권(1959~2008)이 강력한 의료 육성 정책을 편 결과다. 1960년대 초기 의사 파견은 카스트로의 동지이자 의사였던 체 게바라의 ‘의료 국제주의’ 사상이 반영돼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고 외화가 부족해지자 본격적인 수익 사업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기준, 쿠바는 세계 56국에 의료진 2만4000명을 파견했다.
미국은 이를 인권 침해로 보고 있다. 미 정부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의료진 수용국으로부터 의료 보수 중 75~95%를 징수한다. 연간 약 49억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코로나 이후 최대 외화 수입원이 됐다. 현재까지도 미국 제재로 인한 정전 등으로 관광업이 회복되지 않은 쿠바 입장에선, 의사 수출은 마지막 남은 목숨줄과 같다.
쿠바 이민 가정 출신인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2월 “쿠바 의료진을 수용하는 나라의 정부 관계자, 가족들은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계약을 중단하면, 원격 의료나 의료진 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제시한 것이다. 미국의 관광·원조·무역 의존도가 큰 중남미 국가들은 처음엔 “쿠바 의사에 의존하는 지역·공공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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