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두 개의 태양…1년 만에 또 유상증자 논란 [홍길용의 화식열전]

홍길용 2026. 3. 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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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의 일출(日出)

2010년 8월 김동관 차장(현재는 부회장)이 한화그룹 비서실에 입사한다. 한화가 중국의 ‘솔라펀 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때다. 김 차장은 이때 실무에 깊숙이 관여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태양광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 한화는 태양광 투자에 막차를 탔지만, 김 차장에게는 첫차가 된 셈이다.

2011년 김 차장은 한화솔라원(구 솔라펀)의 기획실장을 맡으며 태양광 사업의 전면에 나섰다. 당시 서구권 언론과 다보스 포럼 등 국제 무대에서 직접 한화의 태양광 비전을 설명하며 존재감을 알렸던 시기도 바로 이때부터다. 한화는 2011년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하며 발전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직접 발전소를 짓고 운영하는 사업(IPP)에 진출함으로써, 그룹 내부에서 생산한 모듈의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고 제조-설치-운영을 잇는 이익 사슬을 완성하고자 했다. 당시에는 폴리실리콘(소재) → 잉곳·웨이퍼 → 셀·모듈(제조)까지 갖춰도 정작 만든 제품을 사줄 ‘고객’이 흔들리면 제조사가 같이 무너지는 구조였다.

실제 2012년 4월 세계 1위 태양전지 제조업체였던 독일 큐셀은 유럽 보조금 축소, 글로벌 공급 과잉, 중국의 저가 공세가 겹치며 파산했다. 한화가 큐셀을 인수한 것도 단순히 제조업을 보강하려는 차원을 넘어 밸류체인 완성 전략의 연장선에 있었다. 기존의 발전소 사업을 확대한 것 역시 그 전략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이었다.

2013년 한화에너지가 미국과 일본 법인을 시작으로 태양광 발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미국 법인은 현재 미국 내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프랑스 토탈(Total)과 합작법인을 세울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한화에너지의 발전소 사업이 첫 성과를 거둔 것은 2015년 1월 일본 키츠키 발전소다. 규모는 24MW에 불과했지만, 뒤이어 미국 네바다에서 402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전력 판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운명 가른 분업(分業)

2016년은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한화큐셀의 모듈 제조부문이 한화큐셀코리아로 재편되면서, 그룹 내 태양광의 두 축은 더 선명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한화큐셀코리아는 한화첨단소재를 거쳐 한화솔루션 계열 축으로 흡수됐고, 한화큐셀은 결국 청산 수순을 밟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큐셀 브랜드와 관련 사업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는 한화솔루션 내 ‘큐셀부문’으로 브랜드는 이어지고 있으며, 모듈 제조는 물론 EPC, 발전소 개발, 금융, 시스템, 설치 등 광범위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큐셀코리아에도 지분 참여를 했지만 한화솔루션으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현금으로 투자를 회수했다.

한화에너지가 발전소 개발·매각 중심의 다운스트림 플랫폼으로 커온 반면,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전반을 포괄하면서도 투자와 손익의 무게중심이 제조와 대규모 생산기지 확보에 더 크게 걸린 구조라는 점에서 두 회사의 사업 결은 확연히 달라졌다.

물론 양사는 완전히 따로 움직인 것도 아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한화에너지 개발 자산을 대상으로 EPC를 수행하고, 모듈을 공급하는 등 상호 시너지를 내며 성장한 측면도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현재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한화에너지 개발 자산을 대상으로 한 EPC 사업 수행, EPC 사업과 동시에 진행된 모듈 판매 등 한화에너지와의 동반 성장과 상호 시너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큐셀부문은 제조업에 집중된 사업구조가 아니다”라며 “양사의 관계는 상호 시너지를 창출하는 파트너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시너지 구조’ 속에서의 성적표다. ‘시너지’라면 적어도 어느 한쪽에만 부담이 집중되고 다른 한쪽에만 가치가 부각되는 구조로 읽혀서는 곤란하다. 게다가 한화 측은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가 시너지 관계라고 주장하면서도 특정기간의 손익을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시너지’ 측정을 위해서는 비교가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 공개된 사업 규모와 손익을 보면 두 회사의 체감 온도는 꽤 다르다.

한화에너지는 기가와트급 누적 개발·매각 실적과 파이프라인을 자랑한다. 반면 한화솔루션도 최근 발전소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공개된 대표 사례는 아직 메가와트급이다. 공개 방식과 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1GW는 1000MW다. 그렇게 갈라진 두 축은 시간이 갈수록 전혀 다른 손익 구조를 갖게 됐다.

한화솔루션은 대부분의 사업 부문에서 적자다. 한화에너지는 지주 부분을 제외하면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 누적 실적은 매출 19조1294억원, 영업이익 1866억원에 그쳤다. 최근 2년간은 적자다. 중국과 중국계 동남아산 제품의 저가 공세가 여전한 데다, 카터스빌 공장 투자 이후 일부 가동 지연과 셀 수입 통관 지연 등의 영향도 겹쳤다. 기초소재와 가공소재 부문에서도 공격적으로 설비를 확장하고 원가를 낮춘 중국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반면 한화에너지 태양광 부문은 2023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누적으로 매출 2조1727억원, 영업이익 2090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소폭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인공지능(AI)과 중동 사태 영향을 고려하면 태양광 발전소와 ESS 수요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화솔루션 역시 이런 수요 확대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한화에너지는 제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한화에너지는 태양광 외에도 알짜 사업이 수두룩하다. ‘현금괴물’인 에너지(열병합발전소)에다 한화오션이라는 든든한 고객을 둔 한화엔진이 있고, 발전 수요 증가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스터빈 사업도 영위 중이다.

반면 한화솔루션은 역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기초소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거의 전 부문 적자다.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26일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게 된 이유다.

이번에도 오비이락(烏飛李落)?

한화솔루션은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 가운데 1조4899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9077억원은 태양광 시설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상장회사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자본 조달이라는 점에서 증자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다만 발행주식 수가 40% 이상 늘어나는 대규모인데다, 조달 자금의 상당 부분이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차입금 상환에 쓰이는 점은 주주들 입장에서는 반가울 리 없다. 시장이 예민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번 증자에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증자 그 자체보다, 그 부담과 과실의 귀속이 공정한 지다.

지난해 3월에도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자 논란에 휩싸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증자 발표 직전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1조3000억원어치를 현금으로 매입했다. 한화에너지는 당시 김동관 부회장과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했던 회사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의 자산을 사는 데 거액의 현금을 쓰면서, 곧이어 상장사 주주들에게 다시 수 조원의 자금을 요청하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심지어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김 부회장이었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가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자산을 사들인 후 주주에게 손을 벌린 모양이었던 셈이다.

이번에도 뭔가 야릇하다.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 재추진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인 한화솔루션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화에너지는 5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한 재무적투자자(FI)에게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 일부, 즉 발행주식의 20%를 약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IPO를 염두에 둔 사전 정리 작업으로 해석했다. 미리 FI에 지분을 넘겨 놓으면 향후 IPO 과정에서 차익실현의 경로와 주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한화에너지 IPO와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누구를 위한 경영인가

한화에너지는 애초 그룹 사업이었던 열병합발전소 사업을 넘겨받으며 몸집을 키웠고 큐셀은 물론 삼성종합화학,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에도 여러 형태로 참여해왔다. 그룹의 주요 사업에서 기회를 보장받으면서, 선택과 집중을 위해 조정이 필요한 자산은 그룹에 매각해 현금화했다. 5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비결이다. 이와 관련된 상당수 거래의 상대편이 한화솔루션이었다. 2026.1.17 ‘한화그룹 3세 3형제, 경영권 승계 25년 역사, 30억원에서 3조원까지 [홍길용의 화식열전]’ 참조

한화 측은 이에 대해 일방적 자산 이전이 아니라 각 법인의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화에너지 개발 자산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EPC 역량과 결합해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매각하는 식의 협업도 있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투자자들이 두 차례나 크게 한화그룹의 증자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규모가 커서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인물이 깊이 관여한 두 회사가 같은 산업 안에서 전혀 다른 자본시장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이 개정되면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포괄한다. 상장사 일반 주주는 희석만 감수해야 하고, 대주주인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사는 몸값을 키우는 장면이 반복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왜 한화는 서로 다른 곳을 비추는 두 개의 태양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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