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야기-박형석〉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팔꿈치의 비명 ‘엘보’

전남일보 2026. 3.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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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석 조선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팔꿈치.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오면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깨우기 위해 테니스장이나 골프장 등 야외로 나서는 시민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운동량이 많아지고, 봄맞이 대청소 등으로 팔과 손목을 사용하는 빈도 역시 크게 증가하는 시기다. 이렇게 굳어있던 근육과 관절을 무리해서 사용하다 보면 팔꿈치에 통증이 찾아오기 쉽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팔꿈치 질환 환자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팔꿈치 안쪽 통증인 골프 엘보(내측상과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0년 약 10만명에서 2024년 약 21만명으로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팔꿈치 바깥쪽 통증인 테니스 엘보(외측상과염) 환자 역시 2010년 약 46만명에서 2024년 약 66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한 해에만 두 질환을 합쳐 87만명이 넘는 환자가 팔꿈치 통증으로 병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 발병 건수는 테니스 엘보가 월등히 많지만, 골프 엘보의 증가 폭이 더 가파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이처럼 팔꿈치 통증은 발생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과사용성 질환이므로, 활동량이 늘어나는 봄철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팔꿈치 통증을 부를 때 사용하는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의 정식 의학적 명칭은 각각 외측상과염과 내측상과염이다. 팔꿈치 통증은 아픈 위치에 따라 두 가지로 명확히 구분된다.

팔꿈치 바깥쪽으로 돌출된 뼈 부위를 눌렀을 때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고, 이 통증이 손목 쪽으로 뻗어 나간다면 테니스 엘보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반면, 팔꿈치 안쪽의 튀어나온 뼈 부위가 아프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상태에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손목을 안으로 굽힐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골프 엘보일 가능성이 크다.

질환의 명칭 때문에 테니스나 골프를 치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스포츠 손상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 질환의 본질은 팔꿈치 뼈에 붙어있는 힘줄에 가해진 과도한 부하에 있다. 손목을 강하게 뒤로 젖히는 동작,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는 동작, 걸레나 수건을 비틀어 짜는 동작 등이 반복되면서 힘줄에 미세한 파열과 퇴행성 변화가 누적되어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두 질환 모두 발병하는 위치만 다를 뿐, 힘줄의 손상과 퇴행성 변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성격을 띤다.

프로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일반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에는 팔꿈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무거운 프라이팬을 쉴 새 없이 들어 올리는 요리사나 가사 노동을 전담하는 주부, 하루 종일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직장인 등 손과 팔을 많이 사용하는 환경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특히 테니스 엘보는 손목을 위로 젖히는 동작이 많을 때, 골프 엘보는 손목을 안으로 강하게 굽히거나 쥐어짜는 동작이 많을 때 주로 발병한다. 나이가 들면서 힘줄의 탄력이 떨어지는 퇴행성 변화가 동반되면, 젊은 시절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손상을 입게 된다.

무심코 반복하는 일상적인 동작 하나하나가 팔꿈치 힘줄에 미세한 상처를 남기고, 그것이 충분한 휴식 없이 누적되다 보면 결국 견디지 못하고 통증이라는 적신호로 나타난다.

팔꿈치에 뻐근함이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대처법은 통증을 유발하는 동작을 즉시 멈추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증상이 가벼운 초기 단계에서는 무리한 사용을 피하고 팔꿈치를 쉬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연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손상 정도를 파악한 후, 초기에는 약물 요법과 물리 치료를 시행해 통증을 가라앉힌다.

이러한 꾸준한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더디다면 체외충격파(ESWT) 치료를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체외충격파는 손상된 조직 부위에 에너지를 전달해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조직의 회복과 재생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비수술적 치료법 중 하나다.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힘줄 파열이 동반된 경우에는 주사 요법이나 수술적 치료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므로, 병을 키우지 않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보다 우선시돼야 할 것은 올바른 생활 습관을 통한 철저한 예방이다. 야외 스포츠를 즐기거나 강도 높은 가사 노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팔꿈치와 손목 주변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생활화해야 한다.

팔을 앞으로 쭉 뻗은 상태에서 반대편 손을 이용해 손등이나 손바닥을 몸쪽으로 부드럽게 당겨주는 동작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 굳어있던 힘줄의 유연성이 높아져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평소에 손목 근력을 강화하는 가벼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팔꿈치로 전달되는 강한 하중을 주변 근육들이 분산시켜 주는 든든한 완충 작용을 얻게 된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팔꿈치와 손목의 힘만 무리하게 쓰기보다는 어깨와 몸통 전체를 함께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할 때는 의식적으로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갖고 팔을 털어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박형석 조선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