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시켰을 뿐인데…전국서 터진 '오물 테러' (풀영상)

김규리 기자, 조민기 기자, 안희재 기자 2026. 3. 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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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문도 모른 채 우리 집 현관이 오물과 낙서로 더럽혀진다면, 그 공포는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최근 전국 곳곳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원한을 산 적이 없어도 누구나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었고, 그 배경엔 배달 플랫폼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의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먼저 김규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김규리 기자>

지난 1월 경기 시흥의 한 아파트.

마스크를 쓴 남성이 현관문에 무언가를 뿌리고, 연신 주변을 살피더니 배달원이 등장하자 황급히 자리를 뜹니다.

이른바 사적 보복을 대신 해주는 장면으로, 남의 집 문 앞에 뿌린 건 인분입니다.

이러한 사적 보복 테러 범죄 신고가 최근 서울과 경기 군포, 화성, 파주 등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접수되고 있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방들이 범행들과 연관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들어가 보니 버젓이 보복 테러 의뢰를 받는다며 광고하고 테러 인증 영상까지 잇따라 올라옵니다.

[특공대입니다. 계좌팔이들 사냥하면서 다니겠습니다, 파이팅!]

온라인에는 해당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연결되는 광고 배너까지 등장했습니다.

'각종 원한을 풀어드린다'는 명목 아래, 의뢰인들에게 돈을 받은 뒤 이른바 행동대원에게 지시를 내려 지목된 테러 대상의 주거지 등에 인분 같은 오물을 뿌리고 래커칠 낙서를 하는 수법입니다.

경찰은 이달 초 행동 대원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어떻게 테러 대상 주거지 등을 파악했는지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습니다.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고객 정보가 범행 대상자 주소지 확인에 쓰인 정황을 포착한 겁니다.

경찰은 이달 초 배달의 민족을 수차례 압수수색하고, 고객 정보를 빼돌린 외주사 직원 여 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이승희, VJ : 노재민, 디자인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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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이 구속한 배달의민족 외주사 직원은 이른바 보복 대행 조직의 일원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조직 윗선의 지시를 받아 외주사에 위장 취업한 뒤 개인정보를 빼돌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조민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조민기 기자>

SBS가 입수한 지난 1월 서울 양천구의 보복 테러 인증 영상입니다.

한 남성이 비닐장갑을 낀 채 현관문에 오물을 마구 바르고, 검정 래커로 낙서까지 합니다.

양천구 피해자 A 씨는 같은 달 경기 시흥에서 비슷한 테러를 당한 B 씨 가족의 지인으로, 정작 B 씨와는 일면식도 없습니다.

B 씨를 중심으로 피해자가 속출한 걸 확인한 경찰은 A 씨 사례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B 씨 가족 중 한 명이 A 씨 집을 방문한 날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A 씨 집으로 음식을 주문한 사실에 주목한 겁니다.

배달의민족 고객 정보가 범죄에 활용됐을 가능성을 포착한 경찰은 배달의민족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여기가 저희 사무실인데요.]

압수수색물 분석 끝에 경찰은 배달의민족 외주사 소속으로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40대 여 모 씨가 사내망에서 A 씨 주소를 검색한 기록을 확보했습니다.

[이거(휴대전화)는 제가 확인을 한 번 하고. (아뇨, 아뇨.) 개인정보가 있기 때문에. (아니라니까.)]

여 씨는 경찰 조사에서 "보복 테러 조직 팀장인 이 모 씨가 배달의민족 외주사 인력 모집 공고를 알려주며 위장 취업을 지시해 입사했다"며 "외주사 월급과 별개로 이 씨로부터 매달 수백만 원을 받고 요청이 있을 때마다 주소지 등 고객 정보를 넘겨줬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여 씨의 윗선인 조직 '팀장' 격인 30대 이 씨와 정 모 씨를 체포했습니다.

[(나와, 나와!) 안 도망가요. (시동 꺼!) 조금만 지금 여기서 이러지 말고.]

경찰이 보복 테러 조직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행동 대원이 아닌 이른바 윗선을 검거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VJ : 노재민, 디자인 : 서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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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복 대행 조직이 빼돌린 것으로 파악된 배달의민족 고객 정보는 1천여 건에 달하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의 개인정보까지 노렸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안희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안희재 기자>

경찰 조사 결과 지난 26일 구속된 배달의민족 외주사 직원 여 모 씨는 담당했던 상담 업무 외 목적으로 약 1천 건의 고객 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실제 보복 테러로 이어진 사례가 적어도 30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 씨가 소속된 외주사 측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고객정보 접속 기록을 볼 수 있는 권한이 배달의민족에만 있어 직원이 고객 정보를 무단 조회해도 파악이 어렵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이달 초 경찰로부터 처음 자료 요청을 받았을 당시 외주사 쪽에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 (지난 6일 압수수색 당시) : 저희가 조회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도 (외주사 등에서) 받은 다음에 드려야 하기 때문에…. (영장 집행하러 왔다고요.) 갑자기 오셔서 보신다고 하니까….]

결국 경찰은 여러 차례 압수수색 끝에 관련 자료 전체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SBS에 "자체 조사 결과 여 씨가 열람한 고객 정보는 555건으로 파악했다"면서도 "모두 무단 열람한 건으로 의심할 수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황석진/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히 배달의민족에 정보 동의를 했고, 관리 감독(책임)은 배달의민족에 있다고 봐야 해요. 개인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배달의민족은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외주 업체 상담 인력 채용 과정 개선 및 관리 실태 전수조사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배달의민족 외에도 보복 조직 일당이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여러 업체에 위장 취업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양지훈, 영상편집 : 소지혜, VJ : 노재민, 디자인 : 이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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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규리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Q. 이번 사건 취재 배경은?

[김규리 기자 : 네, 무엇보다 영문도 모른 채 이런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관심이 갔는데요, 여러분들도 지인 집에 초대받아 방문해서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앱으로 남의 집에서 배달시켜 본 경험 있으실 겁니다. 집에 초대해서 음식 나눠 먹을 정도면 꽤 가까운 사이인 건데 보복 테러 조직이 이런 점을 노린 걸로 보입니다.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그리고 가족의 지인까지 테러를 가해 더 난처하게 만들고 괴롭히는 거죠. 우리 사회는 워낙 좁아서 두세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런 범죄가 확대되면 설마 나한테는 안 일어나겠지 하고 마음을 마냥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Q. 고객 정보, 실제 범죄 악용?

[김규리 기자 : 네, 배달의민족은 우리나라 성인 대부분이 이용 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앞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우리 집 주소뿐 아니라, 부모님 댁처럼 다른 가족들 주소까지 유출된 건 아닌지 걱정이 컸었죠. 이번 사건은 쿠팡 사태 때와는 다르게 유출된 정보가 실제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경찰 수사는?

[김규리 기자 : 현재 경찰 수사는 초기 단계입니다. 이미 붙잡힌 일당들에게는 주거침입과 협박, 재물손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는데요. 이 조직이 얼마나 많은 의뢰와 돈을 받았고, 조직을 실제로 이끄는 인물은 누구인지 등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윗선을 검거하기 시작한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한 조사 내용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

김규리 기자 curious@sbs.co.kr
조민기 기자 mk@sbs.co.kr
안희재 기자 an.heej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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