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계산 빗나갔다…이란전 한 달, 곳곳에 날아든 막대한 전쟁 청구서
호르무즈 봉쇄, 美 부메랑으로

미국·이란 전쟁이 28일(현지시간)로 개전 한 달을 맞았다. 4~6주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게 애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의 전쟁이 입증한 것은 오히려 이란의 교란 능력이었다. 이란에 의해 원유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이 막히고 중동 산유 시설이 파괴되면서,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 착오에 따른 막대한 전쟁 비용 청구서가 전 세계 곳곳에 날아든 형국이다.
확전이나 장기전은 청구 금액을 더 늘릴 게 뻔하다.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궤멸시키기 위한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 지상전이다. 결과는 알 수 없다. 이란이 더 강경해지고, 중동은 혼란의 도가니가 될지 모른다. 앞으로 한두 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협상?
개전 한 달째를 맞은 현재 미국·이란 전쟁은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의 기간을 미국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까지 열흘간 중지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알렸다. 공격 보류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 재차 시한을 연장한 것이다. 합의가 더 간절한 쪽은 이란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다. 이날 개전 뒤 첫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그는 “합의를 갈구하는 편은 이란이지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 방송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이란이 유예 기간으로 7일을 요청했지만 자신이 10일을 허용해 줬다고 생색냈다.
그러나 당장 협상을 활용하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호르무즈해협 경색이 밀어 올리려는 국제 유가를 종전 추진 분위기 조성을 통해 겨우 누르고 있다. 유가 상승은 주가를 끌어내리고 미국 국채 금리를 치솟게 만든다. 11월 치를 미국 중간선거에도 대(對)이란 전쟁이 호재가 되기는 어렵다. 치적을 남기겠다는 목표는 이루기 힘들어졌다. 도리어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란은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호세인 살라미 사령관은 22일 담화에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가 될 때까지(26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108달러였다) 봉쇄를 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란에 ‘15개 항’ 종전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핵 개발 포기, 미사일 역량 제한, 대리 세력 지원 중단 등이 요구됐다. 보상도 포함됐다. 제재 해제, 민간 핵 프로그램 지원 등이다. 재탕에 가깝다. 새로 추가된 것은 호르무즈해협 개방 요구다. 역으로 이란은 합의 조건 5가지를 요구했다. 침략·암살 중단, 전쟁 재발 방지 메커니즘 수립, 피해 배상, 호르무즈해협 주권 행사 보장 등이다. 입장 차이가 워낙 크다. 한 소식통은 25일 미국 CNN방송에 “이란이 줄 수 있는 최대치는 미국의 최소 요구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예 협상 타결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전소 공격 보류 재연장 결정이 그 방증이다. 이란과의 합의 도출을 위해 시간을 더 투입해 보겠다는 뜻일 수 있다. 멈출 줄 모르는 미국의 압박도 협상 지렛대 강화 차원으로 해석 가능하다.
미국의 확전 불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미 국방부(전쟁부)가 협상 결렬에 대비해 지상군 투입이 포함된 ‘최후의 일격’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오키나와와 미국 서부에서 각각 출발한 미 해병원정대 약 4,500명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으며 미 육군 최정예 제82공수사단 병력 3,000명이 중동으로 급파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승부

대이란 전쟁은 집권 1, 2기 통틀어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첫 전면전이다. 올 초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막강한 화력으로 이란 수뇌부를 제거하고 군사 시설을 파괴하면 지난해 말 반(反)정부 시위에 나섰던 민중이 봉기해 친미(親美) 정권이 들어서고 이란 에너지 자원 통제권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위력을 발휘했다. 문제는 전투의 승리가 전쟁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걸프(페르시아만) 국가 에너지 시설 공격은 철저히 효과를 예상한 이란의 노림수였다. 미국이 주도한 제재 탓에 자본주의 국제 질서에서 소외돼 온 이란은 그것을 위협할 동기가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판을 깔아 주자 이란은 주저 없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가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24일 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국가 에너지 공급에 위험이 임박했다”며 전 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리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내 고물가와 함께 걸프 동맹국들의 이탈이다. 중동 전문가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나르게스 바조글리는 26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주로 이스라엘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미국 방공망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자국 시설이 불타는 것을 걸프 국가들이 봐야 했다”며 “미국의 중동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전쟁은 대규모 사상자 발생과 인도주의적 위기도 초래했다. 26일 이란 사망자 규모가 1,900명을 넘었고 레바논 사망자도 1,100명에 육박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1,500만 명의 이란 민간인이 전력과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생겼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연구원 샘 비거스키는 24일 CFR 홈페이지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전쟁에 따른 인도적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며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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