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문화톡] "몰래 숨어 떠나는 거대한 모험"…윤가은 감독의 '극장 예찬'
[EBS 뉴스]
서현아 앵커
한 주간의 문화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 '10분 문화 톡'입니다.
지난해 한국 영화계의 가장 빛나는 성취로 꼽힌 작품 가운데 하나가 '세계의 주인' 입니다.
여고생의 내밀한 심리를 섬세하고도 밀도 있게 그려내 평단의 찬사를 받았는데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여전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윤가은 감독이 이번에는 극장과 영화를 향한 고백을 담은 신작으로 돌아왔습니다.
[VCR]
"주인아
난 그냥 네가 너무 어려워
내가 너를 잘 모르겠어"
국내외 영화제 석권한
윤가은 감독 '세계의 주인'
제16회 베이징영화제 초청…
"섬세한 시선, 소녀의 내면 밀도있게 담아내"
신작 옴니버스 영화 '극장의 시간들'
어떤 이야기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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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어린이와 청소년의 내면을 가장 밀도 있게 그려내는 연출가이기도 하죠.
윤가은 감독 오늘 저희 스튜디오에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네, 영화 세계의 주인이 개봉한 지 지금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감독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윤가은 감독
요새 세계의 주인은 개봉한 지 조금 돼서 이제 혼자 관객분들이 달아주신 날개 달고 혼자 잘 가는 모습을 뒤에서 마치 엄마처럼 이제 지켜보고 있고요.
잠깐 쉬어가려는 차에 또 작년에 작업했던 극장의 시간들이라는 영화 개봉해서 관련해서 새로운 관객분들 만나고 극장과 영화에 대해서 좀 새롭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저도 좀 갖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감독님께서는 사실 데뷔 때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선에 많이 집중을 해 오셨습니다.
특별히 이 시기에 주목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윤가은 감독
어 정말 솔직히 사실 저도 잘은 모르겠고요.
그런데 이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 청소년 시기에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어떤가를 마주하고 경험하고 부딪히고 이런 경험들이 되게 많은데 이제 그때 남았던 아주 강렬했던 인상들 그리고 이제 그때 남겨진 고민들 질문들 이런 거를 우리가 평생 안고 살아가는 것 같은데 그런 지점들에 제가 관심이 좀 많은 것 같고, 그런 지점을 이 영화에 담아서 또 관객분들과 나누는 게 우리의 어린이 청소년 시절에 어떻게 살아왔나를 돌아보는 것 자체가 영화를 통해서 반추하고 성찰하는 것이 좀 의미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하고요.
사실은 작업을 하다 보니까 어린이들이랑 작업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그래서 좀 계속 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네, 어린이들과 작업하는 그 시간 자체를 즐긴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사실 감독님 작품을 거쳐간 아역 배우들 중에서 또 지금 어엿한 성인 배우로 성장해 있는 인물들이 참 많습니다.
혹시 그 아역 배우들 발굴하실 때 신경을 쓰시는 점도 있을까요?
윤가은 감독
아 사실은 성인 배우 분들 만날 때랑 아주 다른 기준은 아니고요.
저는 우선은 대화가 잘 통하나 이제 이런 지점을 가장 집중적으로 생각하는데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은 성인 배우들처럼 어떤 연기를 오랫동안 내공을 갖고 쌓아서 훈련한 어떤 기술을 잘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경험치가 좀 없지만 백지에 자유로운 상태에서 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어떻게 반응을 할 수 있는가를 좀 지켜보게 되는데, 그럴 때 잘 듣고 그에 대해서 자기의 언어로 자기의 몸짓으로 솔직하게 잘 반응하는 친구들 찾으려고 하다 보니까 대화가 좀 잘 통하면 그러니까 제 말을 잘 듣고 자기 얘기로 잘 전달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런 친구들이 또 연기도 곧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을 늘 위주로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어린이 청소년 영화제에도 또 각별한 애정을 보여오셨는데요.
이번 부산국제어린이 청소년 영화제에서는 또 감독님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어린이 영화 그리고 영화제의 가치는 어떤 모습일까요?
윤가은 감독
우선 이 질문을 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한 게 저는 진짜 저한테 있어서도 중요하지만 이 산업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어린이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어린이 청소년들이 관객인 영화가 왜 필요한가 이런 질문은 곧 우리에게 왜 영화가 필요한가 어린이 청소년들은 왜 영화를 봐야 하는가 이제 이런 질문이랑 다 맞닿은 연결된 그런 질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저는 동시에 이렇게 질문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성인들에게는 왜 성인들이 주인공인 성인들의 삶을 담아낸 영화가 필요한가 이런 질문이랑 저는 결국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고 영화라는 게 어떤 놀이거리이자 오락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삶을 아주 안전한 극장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누군가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볼 수 있고, 그래서 그렇게 아주 다양한 인생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굉장히 강렬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런 체험을 많이 해 볼수록 나 자신이나 이 같이 살아가는 구성원들 혹은 이 세계에 대한 이해도나 수용도가 조금씩 넓어지고 더 깊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런 경험을 성인도 해야 하지만 당연히 우리 사회에 같이 살아가는 그리고 곧 성인이 돼서 이 세계를 같이 움직일 어린이 청소년들이 이런 경험이 많아지면 더불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 차원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자신의 삶을 영화를 통해서 만나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그런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다른 사람들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고 또 더 넓은 세계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그런 기회는 뭐 어른에게나 어린이들에게나 너무나 중요한 경험인 거죠.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작품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극장의 시간들', 어떤 작품입니까?
윤가은 감독
극장의 시간들은 서울의 광화문에 위치한 씨네큐브라는 이제 25주년 된 예술영화 전용관이 있어요.
이제 그 극장에서 25주년을 기념하면서 만든 앤솔로지 프로젝트고 저뿐만이 아니라 이종필 감독님, 장건재 감독님 이렇게 저희 감독 셋이 각각 극장과 영화에 대한 각자의 질문들 고민들 감상들을 담아서 세 단편 영화를 만들었고요.
그래서 그거를 하나로 묶어서 이제 개봉을 하게 됩니다.
저는 그중에 자연스럽게라는 여기 나오고 있는 자연스럽게라는 단편 영화를 연출했는데 제 영화는 한 감독과 제작진이 어린이 배우 7명과 함께 하루 동안 촬영을 하면서 도대체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건지 하루 종일 머리 싸매고 고군분투하면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영화가 담고 있는 자연스러움의 가치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네요.
최근에 아주 오랜만에 2년 만에 천만 영화가 나오기는 했지만 사실 극장가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극장이란 어떤 공간입니까?
윤가은 감독
아 극장은 저한테는 늘 몰래 숨어 들어가서 놀기 좋은 곳 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러니까 아주 안전하게 아주 편안한 곳에서 엄청난 모험을 떠날 수 있는 곳 그리고 나 혼자 숨어 들어가서 몰래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옆에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누군가와 함께 탑승한다는 어떤 공동체성을 느낄 수 있는 또 재미가 있기도 하고요.
서현아 앵커
네,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공간인 거죠.
작은 아이들의 눈높이로 가장 큰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 만들어 오셨는데요.
극장을 나설 때 우리가 조금은 더 따뜻해지기를 바란다라는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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