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유튜브 중독으로 불안·우울·신체 장애… 플랫폼 책임 인정됐다

윤유경 기자 2026. 3. 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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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디어 동향] SNS 중독 구조 설계한 메타·구글…90억 배상 평결 나왔다
'의도적으로 중독성 높은 플랫폼 설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고통 유발'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이 25일(현지시각) 어린 시절 SNS 중독으로 고통을 겪은 20세 여성이 메타와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 평결을 내렸다. 소셜미디어로 인한 피해를 비판해 온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소셜미디어 거대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했다. 사진=BBC 보도화면 캡쳐.

미국 법원 배심원단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각각 운영하는 메타와 구글이 아동·청소년의 SNS 중독을 유발한 책임을 인정하며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소셜미디어의 중독적 플랫폼 설계를 지적한 사례로, 현재 진행 중인 수천 건의 유사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NS 중독, 불안감·우울감·신체장애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25일(현지시각) 메타와 구글이 의도적으로 중독성 높은 플랫폼을 설계하고 그 위험을 알리지 않아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고통을 유발했다고 평결했다. 메타는 손해 배상금과 징벌적 손해 배상금을 합쳐 420만 달러(약 63억 원), 구글은 180만 달러(약 27억 원)를 원고에게 지급해야 한다.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과 동영상 서비스 틱톡도 피고로 포함됐으나, 재판에 앞서 비공개 합의했다.

이번 재판은 '케일리 G.M.'이라고 불리는 20세 여성이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그는 6세에 유튜브를, 9세에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SNS 중독 때문에 불안, 우울증, 신체장애 등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케일리는 10살이 되기 전 200개가 넘는 유튜브 영상을 올렸고, 15살이 되기 전 15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케일리 측 변호인단은 그가 하루 16시간을 인스타그램을 하는 데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10살 무렵부터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또한 외모를 바꿔주는 인스타그램 필터 기능을 쓰기 시작했고, 외모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고 타인이 보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신체 이형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는 무한 스크롤, 알고리즘 추천, 자동 재생 영상 등이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설계돼 SNS를 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SNS 기업들이 담배나 온라인 카지노처럼 중독성 강한 제품을 만들었다고도 비판했다.

▲ 메타. ⓒUnsplash

그간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게시한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하는 조항(미 통신품위법 230조)을 근거로 법적 책임을 피해왔다. 케일리의 소송은 메타와 유튜브 앱에 게시된 콘텐츠보다는 앱의 설계에 초점을 맞춰 이 장치를 우회하려 시도했다.

하루 전인 24일에도 뉴멕시코주 배심원단은 메타가 노골적인 성적 콘텐츠, 인신매매 등 온라인상 위험으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 있다고 판단해 3억7500만 달러(약 565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법원에는 메타, 유튜브, 스냅챗, 틱톡을 상대로 한 유사 소송이 3000건 이상 계류 중이다. WSJ는 “이번 사건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제기된 수천 건의 유사한 소송에 대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독성 설계 요소 숨긴채 아동 표적으로 이익 취해”

소셜미디어로 인한 피해를 비판해 온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소셜미디어 거대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했다. 2022년 아들이 온라인 챌린지 도중 사고로 사망했다며 틱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엘렌 룸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플랫폼으로 인해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입고 목숨을 잃게 될까”라고 물은 뒤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으므로 SNS 기업들은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일리 측 변호인단은 성명을 통해 “수년 간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중독성과 위험성을 지닌 설계 요소를 숨긴 채 아동들을 표적으로 삼아 이익을 취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늘 판결은 배심원단이 업계 전체에 보내는, 이제 책임 추궁이 시작됐다는 국민 투표”라고 말했다.

한편, 메타와 구글은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메타 측 대변인은 “청소년 정신 건강은 매우 복잡해 단 하나의 앱과 연결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글 측 대변인 역시 “이번 평결은 유튜브를 오해한 것”이라며 “유튜브는 책임감 있게 구축된 스트리밍 플랫폼이지 소셜미디어 사이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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