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자 되지 말라" 주총 날 선 비판에도…양상우 YTN 사내이사로
"책임경영 체제를 꾸리고 안착시키는 것이 제1 목표" 강조
"고독한 결정 있었다"…유진그룹 회장 일가와 친분설은 부정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YTN이 27일 주주총회에서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을 사내 이사(저널리즘 책무이사)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이유정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 박광일 전 KT&G 부동산사업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이상규 전 인터파크 대표이사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말 1심 법원에서 'YTN 대주주 변경 승인 취소' 판결을 받은 유진그룹이 향후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변화의 일환으로 진보성향 인사들을 경영진에 배치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YTN 우리사주 조합원들은 2시간가량 진행된 주총에서 이사 선임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신아무개 우리사주 조합원(기자)은 “계엄 당시 사건 팀 소속이었던 저는 내란 수괴 옹호 집회 기사를 거의 절반 수준으로 다루라는 지시에 매일이 현타였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나니 이제는 진보의 외피를 쓴 인사들로 이사회를 채우겠다고 한다”며 “결국 정권에 빌붙어서 어떻게든 소유 구조를 유지해 보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흔들리는데 유진이 대체 무슨 공공성을 추구한단 말인가”라며 “여기 계신 진보의 외피를 쓰신 분들, 양심이 있다면 부역자는 되지 마시라”고 말했다.
나연수 YTN 우리사주 조합장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가치, 언론의 공적 역할을 고민한다면 보도전문채널 YTN에서 유진그룹 나가라고 요구해야 한다. 유진그룹이 최대주주로 버티는데 이사직 제안을 받아서도 안 되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용인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양상우 씨는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과 오랜 친분을 쌓아온 관계다. 대학 동문이고 총동문회 활동도 했다. 유진그룹 부회장 유창수 씨와는 고등학교 동문”이라고 밝힌 뒤 “양상우 사내 이사가 들어오면 정재훈 전무랑 업무가 겹친다. 와서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억지로 만든 직함이 저널리즘 책임이사”라며 “이사회는 보도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권한이 없고, 관여해서는 안 된다. 관여하는 즉시 방송법과 YTN 방송 편성 규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재훈 YTN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새 이사 선임을 두고 “경영 정상화와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조치”라고 밝혔다.


양상우 사내 이사는 “연세대학교 총동문회 회장단 부회장단이 수백 명”이라고 한 뒤 “유경선 회장은 무척 많이 아는 사람 중 일부일 뿐이고, 유창수 부회장은 5분 본 게 전부”라며 친분설을 부인했다. 이어 “꽂았다고 꽂힐 사람은 누구도 없다. YTN이사회에 온 이유는 여러분들이 이곳에 와 있는 이유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진그룹이 양상우 사내 이사가 낸 책을 수백 권 사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냐는 우리사주조합 질의에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많이 사신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양상우 사내 이사는 “YTN은 정상화되어야 하고, 매 순간 시민과 시청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그런 매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개월씩 몇 년씩 이 상태를 계속 지속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뒤 “YTN은 책임경영 체제가 완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언론사에서 어떤 재벌 그룹 장남의 음주운전 기사가 빠졌다. 아픔이 있더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게 저널리즘 책무 이사의 일이라고 본다”면서 향후 제도 정비 및 징계 등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양상우 사내 이사는 유진그룹 대주주 퇴출을 요구하는 언론노조 YTN지부를 향해 “여러분들 아픔이 크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더 많이 하고, 최대공약수를 찾겠다”고 밝혔으며 “동의하기 싫고 동의할 수 없는 길을 선택한 사람으로 보실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생각, 고독한 결정이 있었다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사장직에 지원하겠느냐는 우리사주조합 질의에는 “YTN은 공영이든 민영이든 누가 주인이라도 능력 있는 뉴스, 당당한 경영이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경영 체제를 꾸리고 안착시키는 것이 제1 목표”라며 즉답을 피했다.
언론노조 YTN지부장 출신의 신호 우리사주 조합원(기자)은 이날 주총장에서 “예전 노조위원장 할 때 오창익 후보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YTN 민영화와 사영화에 대해서 반대했다. 근데 지금 YTN 유진 체제 YTN 사외이사를 하겠다고 하셔서 좀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준형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YTN은 공정성 신뢰성 모두 국내 언론사 가운데 1위를 기록하던 방송사다. 그러나 유진이 대주주가 되고 사장추천위원회를 일방적으로 폐지했고 보도책임자 임명 동의제를 무력화하고 낙하산 사장을 꽂았다. 최대주주가 YTN을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새 이사진을 향해 “여러분들 살아온 평생의 인생과 신념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 신념과 지금 YTN 이사 자리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걸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주총이 끝나더라도 새로 오신 분들은 심각하게 사퇴를 고민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전준형 지부장은 주총이 끝난 뒤 이날 오전 내내 로비에서 이사 선임 규탄 집회를 진행 중이던 조합원들을 향해 “처음부터 양상우 사단은 사퇴할 생각이 없었다”면서 “양상우 씨가 엄청 많은 말을 했는데 어떻게 YTN에 사내이사로 오게 됐는지, 저널리즘 책무이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단 한마디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 지부장은 “양 사장은 우리의 분열을 노리고, 외부에 '진보의 가면'을 더욱 열심히 홍보할 것 같다. 흔들리지 않고 유진의 대주주 자격 박탈, YTN 독립을 위해 투쟁한다면 그 어떤 인사들이 YTN 이사회를 장악해도 금방 사라질 허수아비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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