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서 못 팔아요”…종량제봉투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장다해 기자 2026. 3. 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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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20묶음(200장) 이상은 잘 안 팔려요. 그런데 그저께 서른명 넘게 와서 10묶음·20묶음씩 사 가더라고요. 이틀 만에 다 나갔어요. 지금은 없어서 못 팔죠."

중동 전쟁 여파로 비닐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편의점 쓰레기 종량제봉투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27일 낮 서울 서대문역 반경 500m 안 편의점 10곳을 확인한 결과, 1곳을 제외한 대부분 점포에서 종량제봉투가 동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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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 일대 편의점 10곳 기자가 가보니
종량제봉투 사재기 확산으로 대부분 품절
‘종량제봉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을 게시한 서울 서대문구 내 한 편의점.

“보통 20묶음(200장) 이상은 잘 안 팔려요. 그런데 그저께 서른명 넘게 와서 10묶음·20묶음씩 사 가더라고요. 이틀 만에 다 나갔어요. 지금은 없어서 못 팔죠.” 

중동 전쟁 여파로 비닐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편의점 쓰레기 종량제봉투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27일 낮 서울 서대문역 반경 500m 안 편의점 10곳을 확인한 결과, 1곳을 제외한 대부분 점포에서 종량제봉투가 동난 상태였다. 10곳 중 2곳은 애초 취급하지 않았지만 “보도 이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입고 시점을 묻자 “오늘 들어올 예정인데 시간은 알 수 없다” “다음주에도 물량이 많지 않을 것” “음식물용을 제외하면 모두 품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잇따른 구매 실패를 겪은 끝에 편의점 10곳을 돌아서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물량이 빠듯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점포도 재고가 네 묶음가량에 불과했다.

10번의 편의점 방문 끝에 마지막으로 구매할 수 있었던 종량제봉투.

현장에서는 물량 부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 직원 A씨는 “25일 입고되자마자 하루에 수십명이 봉투를 찾아 지금은 품절”이라며 “평소에는 수요가 많지 않아 한달에 두세번 주문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25일은 정부가 종량제 봉투 등을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망 충격 우려 품목’으로 지정하고 수급 관리에 나선 시점이다. 

다른 점포 직원도 “기존에는 수량 제한이 없었지만 지금은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점포에서도 “봉투를 찾는 손님이 5~10분 간격으로 방문했고, 구매하지 못한 채 돌아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통 과정에서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일부 점포는 주 2회 들어오던 물량이 주 1회로 줄었고, 주문량을 모두 받지 못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한번에 살 수 있는 수량을 1~2묶음으로 제한하거나 물품 구매 고객에게만 봉투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점포도 생겼다.

편의점 계산대에 붙어 있는 서대문구청 ‘종량제봉투 주문 및 판매 관련 협조 요청’ 공문

지방자치단체도 기민하게 움직인다. 서대문구는 편의점 같은 종량제봉투 판매소에 공문을 보내 대량 주문 자제와 적정량 판매를 권고했다. 특정 판매처로 주문이 몰리면 다른 곳의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대문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4월 초부터 말까지 차례대로 물량을 공급받을 예정”이라며 “추가 제작 발주도 진행하고 있어 당장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비닐봉투 대란의 배경을 살펴보면 인근 지역의 주거 환경과 정보 확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비닐 수급 불안 우려가 빠르게 퍼지면서 구매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직원 B씨는 “오피스텔이 밀집해 직장인과 학생이 많은 마포구의 경우 정보가 빠르게 퍼졌고, 묶음 단위 구매로 이어지면서 재고 소진 속도도 빨라졌다”며 “이 일대에서 봉투 재고가 완전히 바닥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종량제봉투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대형마트.
대형마트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는 손님.

대형마트도 판매 수량을 한정했다.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는 ‘종량제 봉투는 1인 5매까지 구매 가능’이라는 안내문을 매장 곳곳에 게시했다.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대비해 구매를 제한하려는 조치다. 불안 심리가 만든 ‘사재기’ 조짐 속에 종량제 봉투 품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한편 정부는 25일 전국 228개 기초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재고를 점검한 결과, 종량제봉투 완제품 재고가 평균 3개월분 이상으로 공급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며 공급 불안 진화에 나섰다. 

장다해 기자 dah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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