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안전 지켰다" BTS 공연 논란… 외국은 사안따라 '주최 측 부담'

신나영 기자 2026. 3. 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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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열린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에서 경찰이 광장 외곽 인파 관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공연 이후 민간 대형 행사에 투입되는 공공 인력과 비용 부담을 둘러싸고 논쟁이 일었다. 수만 명 단위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과 과도한 행정력 투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외 주요 국가의 '수익자 부담 원칙'이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공무원 1만 5000명 투입… 과잉행정 vs 안전우선
3월 21일 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공연 현장에는 경찰 약 6700명, 서울시 및 자치구 공무원 약 2600명, 소방 인력 약 800명 등 총 1만 5000명 이상의 공공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전에는 최대 20만~30만 명 규모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집계는 기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주최 측 하이브는 이동통신 3사 접속자 수와 알뜰폰 이용자, 외국인 관람객 추정치를 합산해 약 10만4000명으로 집계했다. 서울시는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을 때의 도시 데이터를 기준으로 약 6만2000명으로 분석했다. 경찰은 AI CCTV와 면적 대비 밀집도를 토대로 시청 앞 관람석까지 포함해 약 8만 명 수준으로 판단했다. 측정 방식과 범위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지만 당국이 사전에 가정했던 25만 명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잉행정' 논란이 제기됐다. 대규모 인력 동원으로 초과근무수당 등 최소 4억4000만 원의 세금 부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3월 20일 "공무원들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다. 정당한 보상 없이 휴식권과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도 3월 25일 "수십만 인파를 통제해야 할 현장에 민간 통제 전문가 대신 일선 공무원을 가성비 좋은 안전요원으로 차출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경우 주최 측과 관계없이 지자체장이 직접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 기준은 실제 예상 인원이 아니라 '역대 최대 인파'다.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인력과 장비를 산정하는 구조다.

이번 BTS 공연에서 주최 측은 글로벌 중계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둔 반면 안전 관리에 투입된 행정 비용은 전액 공공 재정으로 충당됐다. 대규모 민간 행사에 대한 안전 책임과 비용 부담을 어디까지 나눌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은 '수익자 부담' 원칙
일부 주요 국가에서는 민간 행사에 투입되는 공공 비용을 주최 측이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뉴욕시 행정규칙인 CECM((Citywide Event Coordination and Management) 가이드라인은 영리 목적 행사에 대해 경찰·소방·청소 인력 등 공공 서비스 비용을 주최 측이 부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집회·시위 등 기본권에 기반한 비영리 행사를 제외하면 교통 통제, 군중 관리, 범죄 예방, 사전 안전 점검 등에 투입되는 행정 비용에 대해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및 영국 변호사 자격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최동두 법무법인 바른 외국 변호사는 "각 지자체 조례 등은 '민간 행사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 비용을 보전해야 한다'는 점을 명문화 하고 있고, 이벤트 허가제와 연계해 주최 측이 경찰 인력 및 사후 청소 등에 소요된 실비를 상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1996년 경찰법을 통해 이 같은 원칙을 법제화했다. 경찰청장은 주최 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특정 장소에서 특별 경찰 서비스(SPS)를 제공하고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최동두 변호사는 "전국경찰청장협의회의 실무 지침에 따라 특별 경찰 서비스가 제공되는 영리 활동에 대해 경제적 비용을 주최 측으로부터 회수하는 것"이라며 "이는 공적 치안 자원이 특정 사익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영국, 판례로 비용 부담 범위 구체화
영국은 판례로 비용 청구 범위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영국의 축구 클럽인 셰필드 유나이티드 FC 사건(Harris v Sheffield United FC 1988 QB 77)에서는 경기장 내부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투입을 요청한 경우 영리 목적 행사이면서 주최 측이 통제하는 사유지 내에서 이뤄진 활동이라는 점에서 비용 청구가 정당하다고 판단됐다.

반면 리즈 유나이티드 FC 사건(Leeds United FC v West Yorkshire Police 2013 EWCA Civ 115)에서 영국 법원은 "경기장 밖 공공 도로 등 공공장소에서의 범죄 예방 및 공공질서 유지는 경찰의 고유한 공적 의무(Public Duty)에 해당한다"며 "특정 민간 행사로 인해 인파가 모였더라도, 주최 측이 통제하지 않는 공공 구역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SPS 비용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영국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김상철(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영국 판례법은 경찰의 일반적인 치안 유지 의무(Public Duty)와 비용 청구가 가능한 특별 서비스(SPS)를 구분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내부 보안 및 주최 측이 요청한 서비스에 관해서는 비용 청구가 가능하지만, 외부 공공장소 및 공공 질서와 관련한 비용은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독일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5년 1월 폭력 사태 위험이 큰 고위험 축구 경기에 투입된 추가 경찰 비용을 독일축구연맹에 청구한 브레멘주의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독일의 수수료 및 비용법(BremGebBeitrG)은 영리적 목적의 대규모 행사에서 특별한 경찰력이 투입될 경우 주최 측으로부터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고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