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있는데 갈 곳이 없다”…청년 현실에 답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석환 기자 2026. 3. 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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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 경남대학교 창조관서 특강
일자리 미스매치·정주여건 등 지적
지역 기반 고용 생태계 재설계 강조
특강 이어 재학생들과 토크콘서트
“좋은 일자리 위해 모두가 나서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경남대학교 창조관 1층 평화홀에서 강연하고 있다. /경남대

"일자리 미스매치·정주 여건·임금 격차 심화 문제 해소 없이 청년 일자리 문제는 풀 수 없습니다. 생태계 재설계로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경남대학교 창조관 1층 평화홀에서 '지역의 미래, 청년의 내일'을 주제로 강연했다. 특강에는 교직원과 재학생, 지역노동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김 장관은 노동시장 핵심 문제 중 하나로 '엇갈린 고용 구조'를 꼽았다. 그는 "청년들은 '갈 만한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느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고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은 지역에서 인력을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허덕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 배경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지목했다. 김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 안정성 차이가 청년 쏠림을 낳고 있다"며 "여기에 지역과 수도권 격차가 더해지면서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정책 한계도 지적했다. 김 장관은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중심 정책만으로는 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업이 지역에 들어와도 필요한 인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고, 결국 불일치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강연하고 있다. /경남대

해법으로는 '구조 재설계'를 제시했다. 핵심은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과 고용 연계다.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를 대학이 교육하고 이를 취업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고용은 기업 유치의 부산물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라며 "기업·대학·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지역 기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중견기업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직무 중심 보상체계를 확산해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청년이 일부 일자리에만 몰리는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정주 여건 개선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김 장관은 "사람은 일하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한다"며 "청년이 머물기 위해서는 주거·교통·문화 등 생활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만으로는 부족하고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인재가 남는다"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 방식 변화도 예고했다. 그는 "수도권보다 여건이 열악한 지역, 특히 수도권과 거리가 먼 곳일수록 지원을 더 집중하고, 기존 중소기업 중심 정책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해 지역 산업 전반 고용 여건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주거·복지·교통이 갖춰지지 않으면 기업을 유치해도 청년은 남지 않는다"며 생활 기반 정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지역 일자리 하나를 위해 온 나라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지역 일자리 문제는 한 부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지역에 좋은 일자리 하나를 위해서는 온나라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교육·주거 정책이 함께 움직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재학생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현장에서는 특강에 이어 토크콘서트도 이어졌다. 경남대 로컬크리에이터학과 학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영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해 수학교육학과 4학년 조윤화 씨, 심리학과 4학년 박성한 씨 등이 대담자로 참여했다.

김 장관에게는 지역 일자리 부족부터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변화, 공정 채용, 정규직·비정규직 격차까지 노동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지방 인재 채용 확대 정책이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 이유와 지역 산업·대학 연계 일자리 모델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먼저 나왔다.

김 장관은 "지역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기업은 경력직을 선호하고, 청년은 지원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책 설계 단계부터 지역을 우선 고려하고,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많은 지원을 주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공공부문 지역 인재 채용 확대와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를 두고서는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김 장관은 "인공지능 시대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라면서도 "비관하기보다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키우고자 AI 활용 개인 역량을 강화하고, 창원 등 전국 30곳에 교육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재학생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남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재학생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토크콘서트에서는 청년들이 체감하는 '좋은 일자리' 기준과 미스매치 문제도 화두였다. 김 장관은 "청년 고용은 경기와 국제 정세 등 외부 변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취업 초기 경험이 부정적일 경우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 과정에서 임금과 근로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업이 성장 비전을 제시해야 미스매치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문제를 놓고는 "현재 노동시장은 단순한 이중구조를 넘어 다층적으로 분절돼 있다"며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을 줄이는 것은 노동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 공정성과도 연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부문부터 임금과 처우 개선을 통해 모범을 만들고 점진적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정 채용과 관련해서는 "청년들이 느끼는 불공정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며 "출신 배경이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고시처럼 한 번의 시험 결과로 평생이 결정되는 구조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고용노동부 창원 이전 의사를 묻는 말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대통령이 말씀하셨듯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이외에 추가로 중앙부처 이전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필요하다"며 "이를 추진해 지역 일자리 분산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