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거 입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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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이 단순한 옷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을 조금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 입는 형태의 티셔츠는 20세기 초, 군용 언더웨어에서 출발했다. 땀을 흡수하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옷.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몸에 가장 가까이 닿는 '속옷'의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중세 시대의 린넨 셔츠 역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옷.



흰 티셔츠는 그 계보 위에 있다. 보이지 않던 옷이, 드러나는 옷이 된 순간부터 말이다. 변화는 언제나 단순한 방식으로 시작된다.
말론 브란도가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흰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속옷이 아니었다. 몸의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이 단순한 옷은 오히려 그 어떤 셔츠보다 강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후 제임스 딘에 이르러 흰 티셔츠는 반항과 젊음의 상징이 된다.



이 옷이 여성의 옷장으로 들어온 과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남성의 언더웨어에서 출발한 이 단순한 티셔츠는, 어느 순간 여성들에게 '빌려 입는 옷'으로 자리 잡는다. 몸에 꼭 맞지 않는 약간은 여유 있는 실루엣. 그 느슨함이 오히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이른바 스. 타. 일.

캐서린 헵번은 팬츠와 함께 흰 티셔츠를 입으며 당시로서는 낯선 균형을 보여줬고, 제인 버킨은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듯한 방식으로 이 옷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캐롤린 베셋 케네디에 이르면, 흰 티셔츠는 더 이상 캐주얼에 머물지 않고 그 자체로 충분해진다.


흰 티셔츠라는 결론
여성에게 흰 티셔츠는 선택의 폭이 넓은 옷이 아니다. 대신 선택의 방식이 분명한 옷이다.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룩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단순한 옷은 오히려 가장 까다롭다.



흰 티셔츠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건, 언제나 다시 선택된다는 뜻이다. 매 시즌 수많은 옷이 등장하지만, 결국 다시 옷장으로 돌아온다. 이유는 단순하다. 무엇과도 어울리면서, 동시에 어떤 룩의 중심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킷 아래에 입으면 힘을 빼고, 데님과 매치하면 의도를 지운다. 스커트와는 균형을 만들고, 단독으로는 사람을 드러낸다.



특히 여성에게 흰 티셔츠는 스타일을 설명하기보다 드러낸다. 과장된 디테일 없이도, 몸의 실루엣과 선택만으로 완성된다. 이 옷은 디자인이 아니라, 입는 사람으로 완성된다. 그래서 늘 현재형이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낡지도 않는다.
흰 티셔츠를 입는다는 건 무언가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덜어내는 선택에 가깝다. 대부분의 경우, 그 선택은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다시 돌아온다.



하은정 기자 hah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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