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역서 선적까지 무인차로 10분만에…딥시크가 지휘하는 톈진항
항만용 AI 플랫폼 포트GPT 도입
운송차 92대 위성항법·5G로 제어
핵심공정 무인화로 24시간 풀가동
대형 장비 자동화율도 66→88%
250만TEU 처리…국내 항구 3배

뿌연 하늘 아래 흐릿해진 지평선 위로 형형색색의 크레인과 컨테이너 박스가 끝없이 펼쳐졌다. 각 구획마다 설치된 42대의 크레인은 앞뒤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최대 41톤의 컨테이너를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빈틈없이 착착 쌓아 올렸다. 옆 부두에서는 레고 블록처럼 생긴 납작한 인공지능(AI) 무인 운송차가 짐을 싣고 해안선 쪽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동했다. 1.1㎞ 길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12개의 안벽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끌어올려 선박에 실으면 수출 준비가 끝난다.

이달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남동쪽으로 170㎞ 달려 도착한 톈진항의 제2컨테이너터미널. 베이징 권역의 바다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다양한 색의 컨테이너가 무지개를 연상시켜 ‘치차이항(七彩港·칠색항)’으로도 불린다. 이날 이곳의 75만 ㎡의 광활한 아스팔트에는 기자와 안내를 위해 따라온 톈진항 관계자 외에 아무도 없었다. 톈진항 관계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컨테이너 트럭 기사를 제외하고는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제2컨테이너터미널의 연간 처리 물동량은 250만 TEU(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비슷한 크기인 부산 신항 신감만터미널 처리량의 3배 수준이다.

전 세계 8위 규모인 톈진항 중에서도 2021년 10월 새롭게 문을 연 제2컨테이너터미널은 세계 첫 ‘스마트 제로 탄소 터미널’을 표방한 중국의 야심작이다. 이곳은 하역, 야드 운영, 수평 운송 등 핵심 공정을 무인화해 24시간 돌아간다. 일반 트럭 대신 5세대 이동통신(5G)과 중국 위성항법시스템 ‘베이더우’로 제어하는 92대의 무인 운송차가 부두를 누빈다. 사람 손으로 몇 시간이 걸리는 안벽 크레인의 하역·선적 작업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크레인 스스로 약 10분 만에 완료한다. 부둣가에서 약 1㎞ 떨어진 관제센터에 직원 약 30명이 상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동화된 공정에 이상이 생길 경우 미세 조정을 하는 역할뿐이다.

최근 2년 동안 제2터미널은 화웨이와 딥시크의 AI로 더욱 똑똑해졌다. 2024년 7월부터 화웨이의 초거대 AI 모델 ‘판구’에 기반한 항만용 플랫폼 ‘포트GPT’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비전(CV)을 활용해 항만 내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를 분석하고 과속 운전이나 외부인 규정 위반 등 위험 요소를 24시간 식별해 경보를 생성하고 작업자에게 바로 전달한다. 톈진항은 100만 건이 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 항만 업계 최초로 CV 대모델용 데이터 지식재산권(IP)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부터는 딥시크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적용해 고객 응대, 코드 작성, 사무 업무 등 내부 운영도 자동화했다. 포트GPT 도입 이후 항만 운영 및 유지·보수 효율은 45% 향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1월부터 야드 통합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크레인 가동률이 12.3% 높아졌다. 개별 야드 크레인은 자동화돼 있었지만 42대에 달하는 장비를 통합 관리하는 데는 여전히 사람 손길이 많이 필요했는데 그 부담을 대폭 줄인 것이다. 도입 초기지만 야적장의 최대 적치 용량 부담이 7.1%, 장비 에너지 소비는 4.3%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효율이 개선됐다고 톈진항 측은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화웨이와 협력해 무인 운송차와 유인 트럭이 뒤섞인 환경에서 최대 300대까지 안전 운행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클라우드 기반 중앙 시스템이 전체 차량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면 도로 센서와 차량 시스템이 이를 반영해 교차 구간 정체나 충돌 위험을 줄이는 메커니즘이다. 톈진항 대형 컨테이너 장비의 자동화율은 2024년 66%에서 지난해 88%로 고속 상승했다.
톈진항은 베이징·허베이·산시 등 중국 북부 내륙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 관문으로, 중국 북방 지역 최대 항만으로 꼽힌다. 특히 컨테이너 항만 중에서는 10위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광저우항·부산항 등에 이어 8위를 기록했다. 제2컨테이너터미널 자동화 성공 사례를 나머지 터미널로도 넓힐 계획이다. 톈진항 관계자는 “스마트화와 친환경 전환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다른 부두로도 확산해나갈 것”이라며 “중국식 현대화 항만의 표준을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톈진=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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