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자격증 개편 수면 위로···시험 제도 뇌관 터지나
무시험 2급이 과잉공급 초래
국시 도입 법안 4차례 폐기
종합적 패키지 정책 마련 시급

일명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던 사회복지사 2급이 수요를 훌쩍 뛰어넘는 공급 과잉으로 노동시장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대한민국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가 156만명을 넘어섰지만 실제 현장 종사자는 14만명 수준인 상황. 10명 중 9명은 이른바 장롱면허인 셈이다. 과잉 공급으로 인한 노동시장 왜곡 현상이 고착화하면서 무시험 요건인 2급 자격제도에 국가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누적 발급된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총 156만여건이다. 이 중 1급은 20만5210건(13.1%)에 불과하며 2급이 134만7211건(86.0%)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반면 실제 사회복지시설 및 법인에 근무하는 종사자는 약 14만명에 불과하다. 자격 취득 대비 고용 비율이 10%를 밑도는 극심한 수급 불균형 상태다.
무시험 2급 자격, 기형적 공급 구조 초래

정치권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18~21대 국회에 걸쳐 총 4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윤석용·오제세·전재수·최혜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의 골자는 이수 중심인 현행 2급 제도를 전면 국가시험 도입으로 전환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해관계 충돌 등의 이유로 모두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초기에는 국가시험제를 대안으로 검토했으나 현재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필요하며 교과목 이수제 강화 등 종합적인 검토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국시 전면 도입 첩첩산중···패키지 정책 시급
실제 2급 국가시험 전면 도입에는 넘어야 할 변수가 많다. 우선 인력 수급 문제다. 자격 문턱이 높아져 신규 진입자가 감소할 경우 상대적으로 구인난이 심각한 지방 및 소규모 복지시설의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기존 2급 자격 취득자들에 대한 기득권 인정 여부와 재검증 절차 등 정책 수용성 문제도 뇌관이다. 나아가 현행 자격 취득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대학·평생교육기관의 강력한 반발도 예상돼 교육 시장 전반의 구조적 마찰이 불가피하다.
현장과 학계 의견은 전문성 강화와 처우 개선으로 양분된다. 일부 현장 종사자는 자격시험을 통한 전문성 제고를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처우 개선 없이 문턱만 높이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정석왕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자격이 부여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국가시험 제도를 도입해 최소한의 직무 역량을 확인하고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격증의 과잉 공급 문제와 그로 인한 가치 하락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정석왕 회장은 여성경제신문에 "공급 과잉은 결국 현장 종사자들의 낮은 임금과 처우 문제로 이어진다"며 "시험 제도를 통해 인력 수급을 체계화하면 자격의 희소성을 회복하고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 검증을 거친 전문가 집단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적 의견도 학계에서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을 전면 국가시험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는 현장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며 "요양보호사처럼 국가시험 체계에서도 실제 종사로 이어지지 않는 '장롱면허'가 적지 않은 만큼 처우 개선 없이 문턱만 높여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괄적인 시험 강화보다는 정신건강·의료·학교 등 영역별로 전문 교육과 훈련을 거친 '전문 사회복지사' 체계를 구축해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미국처럼 상위 수준의 영역별 자격 구조를 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롱면허=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취득한 뒤 실제로 그 분야에 종사하거나 활용하지 않고 장롱 속에 보관만 해두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자격 취득은 쉬우나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꼬집을 때 쓰인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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