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김준기·김남호 보수 소송 기각···지배구조 논란 여전

주재한 기자 2026. 3. 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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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산정 기준 부재 확인됐지만 주주대표소송서 이사 책임 인정 안돼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과정서 갈등설···DB그룹 지배구조 이슈 지속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DB하이텍 지배주주 일가의 과다보수 지급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액주주 측이 핵심 쟁점으로 제기한 '보수 산정 기준 부재' 주장 역시 이사 책임 인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1부는 경제개혁연대와 소액주주들이 DB하이텍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238억원 규모 주주대표소송에서 일부 원고에 대해 각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식 보유를 입증하지 못한 일부 원고들에 대해서는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각하했다. 반면 일정 지분을 충족한 원고들의 청구에 대해서는 본안 판단을 거쳐 기각 결론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DB그룹 지배주주인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명예회장이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과도한 보수를 수령했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원고 측은 두 사람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238억원의 보수를 지급받았으며 같은 기간 배당으로도 302억원을 수령해 사실상 회사 이익을 이중으로 이전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수 규모는 등기이사 보수와 비교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었다. 사내이사 평균 보수 대비 연도별로 1.39배에서 최대 6배 이상에 달했고 회사가 일반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과 비교해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원고 측은 이를 두고 "보수를 가장한 사익편취"라고 규정했다.

◇"보수 기준 없다" 주장에도…이사 책임 입증 못해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단순히 보수 규모가 아니라 '보수 산정 기준의 존재 여부'였다. 소액주주 측은 소송과정에서 DB하이텍 내부에 개별 임원 보수 산정 기준이나 정책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에 근거해 지배주주에게 자의적으로 고액 보수가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등기임원은 주주총회 승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수에 대한 외부 통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상법상 이사 보수는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미등기임원은 이 같은 통제 장치 밖에 있어 사익편취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열려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수 결정이 내부 규정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고 측 김선웅 변호사(법무법인 지암)는 "대표이사가 전결로 보수를 결정했지만, 그 근거가 되는 임원 보수 규정 자체는 이사회 결의를 거친 것"이라며 "법원도 이를 위임된 권한 범위 내 판단으로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만으로는 곧바로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위법하다는 점까지 입증돼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원고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주주대표소송 한계 확인…지배구조 이슈는 여전

이번 판결은 보수 규모가 크거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고, 개별 이사의 관여와 회사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다.

특히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의 손해를 대신 회복하는 제도인 만큼 이사 개인의 위법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연결고리를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고 측 부담이 큰 구조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수 지급의 부당성 자체보다는 '책임 귀속' 단계에서 입증이 부족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이번 소송은 총수 일가 보수 문제를 넘어 DB그룹 지배구조 이슈와 맞물려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 오너 일가 간 경영권 갈등설이 재차 불거지면서 관련 논란이 확대된 바 있다.

DB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출발점은 김준기 창업회장의 사법 리스크였다. 김 회장은 2017년 성추행 사건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이후 재판에서 관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그룹 경영은 김남호 명예회장 중심 체제로 재편됐다.

현재 DB그룹은 비금융 계열 지주사격인 DB Inc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김남호 명예회장이 최대주주(16.83%)다. 다만 김준기 창업회장(15.91%)과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고, 김주원 부회장(9.87%)까지 포함할 경우 가족 내 지분 결집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금융 계열 핵심인 DB손해보험 역시 김남호 명예회장이 최대주주지만 김준기 창업회장과 재단 등 우호 지분을 합치면 부친 측 영향력이 더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분율이 절대적이지 않은 구조가 경영권 갈등설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DB그룹을 둘러싸고는 과거에도 부자 간, 남매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특히 최근에는 오너 일가 간 이견설이 다시 불거지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김남호 명예회장은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부친과 일부 이견이 있었던 적은 있지만 맞설 생각은 없다"며 "경영권 분쟁은 없다"고 밝혔다. 오너가가 직접 갈등설을 부인한 것은 이례적인 대응으로 평가됐다.

다만 지분 구조상 가족 간 지분 결집 여부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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