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AI학회 '美특별제재대상' 논문 거부에…中학술단체 '보이콧'(종합)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7/yonhap/20260327162635870wrdk.jpg)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학회가 미국 정부의 특별제재대상(SDN)인 기관·개인의 논문 제출을 거부하자 중국 관련 학술단체들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신경정보처리시스템 학회(NeurIPS·뉴립스) 재단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SDN에 올라 있거나 SDN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개인·기관의 투고를 접수하거나 출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단은 "미국의 법적 관할권 내에서 운영되는 모든 기관과 마찬가지로 재단은 미국의 제재 및 무역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SDN에 '서비스'(논문 심사와 편집, 출판을 포함)를 제공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뉴립스는 AI와 머신러닝 분야에서 국제머신러닝학회(ICML), 국제표현학습학회(ICLR) 등과 함께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학회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다.
이같은 결정에 중국의 과학기술분야 학술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컴퓨터학회(CCF)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뉴립스가 학술 교류를 정치화하고 있다며 "모든 중국 컴퓨터 분야 과학자 및 관련 연구자들이 뉴립스에 어떠한 학술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논문을 제출하지 말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이 학회는 또한 뉴립스가 해당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중국컴퓨터학회 추천 국제 학술회의 및 정기간행물 목록'에서 제외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과학기술협회(CAST)도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뉴립스 연례회의에 참석하는 학자들의 자금지원 신청 접수를 중단하고, 기존에 뉴립스 참석 지원에 배정됐던 자금은 "중국 학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하는 국제 학술대회"에 사용되도록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또 협회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신청 시 올해 뉴립스 연례회의에 채택된 논문을 대표 연구성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CMP는 뉴립스 측의 이번 조치로 화웨이 등 주요 중국 기술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으나 중국 주요 기술기업들이 SDN에 올라있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관계가 다소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SDN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관리하는 '특별지정국민 및 차단대상'(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and Blocked Persons)의 약자다. 이 명단에 오르면 미국과 관련된 모든 거래가 금지돼 사실상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된다.
화웨이나 드론 업체 DJI, 즈푸AI 등 AI기업들은 SDN이 아니라 OFAC가 지정하는 '비(非)SDN 중국 군산복합체 기업'(NS-CMIC) 리스트나 상무부의 수출규제 대상 명단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포함돼 있다.
뉴립스도 공지에서 미국 정부가 "비SDN(Non-SDN)으로 분류한 기관 및 개인의 투고는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뉴립스와 중국컴퓨터학회의 이러한 대립은 양국 학술교류를 가로막아 AI 기술의 블록화를 심화할 우려가 있다.
![신경정보처리시스템 학회(NeurIPS)의 '특별제재대상'(SDN) 논문 거부 공지 [뉴립스 홈페이지 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7/yonhap/20260327162636070qflv.jpg)
뉴립스가 매년 연말 개최하는 콘퍼런스에는 저명한 연구자 수만 명이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데 칭화대나 중국과학원 등 중국 연구기관들이 최근 수년간 활발하게 참여해왔다.
지난해에는 저우징런 알리바바 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속한 팀이 최우수 논문상을 받은 네 팀 중 하나였다. 그 전년도에는 바이트댄스와 베이징대 연구팀이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
또한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 거대기술기업들은 작년 뉴립스 콘퍼런스의 주요 후원사였다.
일부 중국 AI 연구자들은 이미 보이콧 동참 의사를 밝혔다.
알리바바와 즈푸AI 등 소속 연구원들은 엑스(X) 등을 통해 올해 12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뉴립스 콘퍼런스에 논문 심사자로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주요 AI기업 연구원은 "(뉴립스의) 이번 발표 이후 우리 연구 책임자들은 뉴립스 투고를 권장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뉴립스 재단은 26일 엑스를 통해 "제재 목록과 관련한 커뮤니티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법적 제약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법률 자문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과학기술분야 학술교류로 번진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2019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화웨이 소속 연구자들을 논문 심사위원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가 중국컴퓨터학회의 '협력 중단' 선언 등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다고 SCMP는 전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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