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에 밀리고 늦추위에 얼고…아직도 개화 못한 '봄 시즌송' [IZE 진단]
'벚꽃 연금'으로 불리던 '벚꽃 엔딩', 여전히 100위 밖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어느덧 끝자락을 향하고 있는 3월. 제법 봄기운이 거리를 채우고 있지만 국내 음원 차트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매년 이맘때면 겨울의 캐럴 못지않게 차트 상위권을 수놓던 이른바 '봄 시즌송'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현재 멜론 TOP 100에서 제목에 '봄'이 들어간 곡은 단 두 곡뿐인 상황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기후적 특성과 벚꽃 개화라는 풍경이 맞물려 고유의 '봄 캐럴' 문화를 만들어냈던 국내 음악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매년 봄의 시작을 알리던 절대 강자,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의 부진이다. 발매 후 매해 봄마다 차트 최상위권에 복귀하며 '벚꽃 연금'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던 이 곡은 3월의 끝자락인 현재까지도 멜론 TOP 100 차트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벚꽃 엔딩'은 지난 26일 기준 멜론 일간 차트 167위에 머물렀다. 물론 계절적 요인과 맞물려 순위가 서서히 오르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차트 상위권을 폭격하던 과거의 폭발적인 화력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성적표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2012년에 발매된 '벚꽃 엔딩'을 비롯해 하이포·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2014), 십센치의 '봄이 좋냐??'(2016) 등 대표적인 봄 시즌송들이 발매된 지 길게는 14년이 흘렀다"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중의 피로도가 쌓인 데다, 세대가 교체되며 과거와 같은 '메가 히트' 양상으로 역주행하기에는 동력이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봄 시즌송의 실종은 날씨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대중은 창밖의 풍경과 체감 온도에 맞춰 음악을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 추위가 길게 이어졌고, 전국적인 벚꽃 개화 시기 역시 훌쩍 늦춰졌다.
'봄'이라는 계절감이 대중의 피부에 채 와닿지 않은 상황에서 화사하고 따뜻한 봄 시즌송을 선뜻 플레이리스트에 담기에는 정서적 괴리감이 컸다. 날씨가 차트의 흐름을 좌우하는 '계절 타깃형' 음원들의 태생적 한계가 날씨의 변덕 앞에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대형 아티스트의 컴백 역시 봄 시즌송의 자리를 빼앗은 결정적 요인이다. 현재 멜론 TOP 100 실시간 차트에 '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곡은 방탄소년단의 '봄날'과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이별은 겨울비처럼...' 단 두 곡뿐이다.
이는 3월 정규 앨범으로 컴백한 방탄소년단의 막강한 파급력과 무관하지 않다. 방탄소년단이 신보 발매와 동시에 차트 '줄세우기'를 기록하면서 기존 음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아졌다. 이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의 메가 히트곡이자 스테디셀러인 '봄날'은 그룹의 컴백 화력에 힘입어 상위권에 자리하며 나 홀로 '봄 캐럴'의 명맥을 잇고 있다.
여기에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2006)이 TOP 10에 머물고 있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발매된 지 20년이나 된 이 곡은 최근 유튜브 뮤직과 숏폼 플랫폼 등을 통해 불어닥친 2000년대 Y2K 명곡 열풍을 타고 차트를 역주행했다. 전형적인 화사한 봄 노래가 아닌 이별의 쓸쓸함을 담은 곡이 봄 차트를 오른 것은 이 곡 역시 계절감만으로 승부를 본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봄이 오면 '벚꽃 엔딩'을 듣는다'는 가요계의 견고했던 공식이 서서히 금 가고 있다. 늦은 개화와 롱런 곡들의 노후화, 그리고 메가 팬덤을 보유한 대형 아이돌의 귀환까지. 올해 3월의 차트는 어느 때보다 춥고 치열하다.
물론 날이 더 풀리고 본격적으로 전국에 벚꽃이 만개하면 차트의 분위기 역시 반전될 여지는 있다. 스물스물 100위권 밖에서부터 순위를 끌어올리며 뒤늦은 역주행의 시동을 거는 곡들도 분명 존재한다. 과연 4월에 접어들며 더한 봄기운이 찾아왔을 때 음원 차트에도 다시 한번 화사한 벚꽃비이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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