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년만의 ‘여성 최고 성직자’… 영국 성공회, 멀랠리 대주교 즉위 [플랫]
영국 성공회(국교회)의 최초 여성 대주교인 세라 멀랠리(64)가 25일(현지시간) 즉위식을 열었다. 전 세계 신도 8500만 명을 대표하는 최고 성직자 자리에 여성이 취임한 건 492년 성공회 역사상 처음이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이날 성공회가 켄트주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대주교 즉위식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멀랠리 대주교는 성당 문을 지팡이로 세 차례 두드리고 입장했으며 수 세기 동안 대주교가 앉았던 성아우구스티누스의 좌석에 착석했다. 그는 우르두어, 스와힐리어 등 세계 다양한 언어로 기도했고 성경 봉독, 찬송가 낭송도 이어졌다.
그는 첫 강론에서 “돌아보건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다지고 예수를 따르겠다고 다짐한 10대 시절의 나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멀랠리 대주교는 “우리 교회와 공동체에서의 행위와 무대응, 실패로 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통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오늘, 그리고 날마다 희생자 및 생존자들을 우리 마음과 기도에 담는다. 계속해서 진실과 정의, 행동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멀랠리 대주교가 교회 내 아동학대 문제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전임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교회 관계자가 저지른 학대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사임했다.
멀랠리 대주교는 중동 전쟁으로 즉위식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언급했으며 분쟁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예루살렘 대주교, 멜라네시아 대주교 등은 전쟁 또는 전쟁에 따른 항공 차질로 이날 즉위식에 불참했다.

즉위식에는 성공회 명목상 수장인 찰스 3세 국왕을 대신해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이 참석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 마이클 포사이스 상원의장, 린지 호일 하원의장 등 약 2000명의 내빈이 자리했다.
1534년 헨리 8세 국왕이 로마 교회와 결별하는 수장령을 선포해 성공회 시초를 마련한 이후 여성이 대주교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톨릭 시기를 통틀어도 597년 성아우구스티누스를 시작으로 앞선 캔터베리 대주교 105명 모두 남성이었다.
지난해 10월 차기 대주교로 지명된 멀랠리 대주교는 지난 1월부터 대주교를 맡고 있었으나 공식 즉위식은 이날 열렸다.
간호사 출신인 멀랠리 대주교는 2002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2018년 최초의 여성 런던 주교가 됐다. 그는 동성 커플 축복을 지지하는 등 진보적 입장을 표명해 왔다.
앞서 멀랠리 대주교는 BBC 인터뷰에서 “대주교라는 직책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면서 최초의 여성 대주교라는 의미를 깨닫게 됐고 제 사역을 지지해온 여성들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멀랠리 대주교가 이끄는 성공회는 동성 결합 축복 문제, 교회 내 아동 성 학대 사건 대응 등 해결해야 할 많은 현안이 있다. 교회 내 보수파 중심으로 여전히 여성 사제 서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 윤기은 기자 energyeun@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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