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2단계 조직…각 사업별로 AI 내재화 -AI 에이전트 AI 전화영어 서비스 준비 중 -"AX, 리더가 가장 먼저, 가장 깊게 사용해야 가능" -전체 매출 50% 이상 AI 부문에서 달성 전망
23일 호두랩스 타운홀미팅에서 김민우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방송
6명이 한 스타트업에 취업한다. 이들은 아주 적은 급여를 받아도 불평하지 않고, 한 개 든 백 개든 맡은 과업을 능숙하게 해결한다. 알게 된 정보를 공유하며 시너지도 발휘한다. 밤이든 낮이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한다.
신입 직원들은 AI다. ▲전략과 브레인스토밍은 챗GPT ▲문서 구조화는 제미나이 ▲지식 정리는 노트북 LM ▲자료 시각화는 젠스파크 ▲SNS 자동화는 메이크 ▲개발과 풀스택 협업은 커서가 맡고 있다.
스타트업 호두랩스는 지난 6개월 동안 실제 업무에 6가지 AI를 적용했다. 그 과정에서 AI도 사람처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 부서가 각종 AI 도구를 사용하게 된 배경이다. AI들은 각각의 특성에 맞게 회사 업무에 '내재화'됐다.
김민우 대표는 사람과 AI, AI와 AI로 이어지는 업무의 연결고리를 '툴 이코시스템(Tool Ecosystem)'이라고 표현한다.
생성형 AI는 심심한 사람에게는 그저 말동무이지만, 호두랩스에선 한 사람, 아니 그 이상의 몫을 해내는 훌륭한 인력으로 통한다.
호두랩스에서는 일과 일 사이의 휴지기를 찾기 어렵다. 계주 할 때처럼 앞선 주자가 끝나야 다음 주자가 출발하는 구조가 아니라, 전후 주자가 동시에 움직인다.
김민우 대표는 "기존에는 기획자가 기획하는 동안 프론트와 백엔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이후 단계별로 넘겨지며 선형적인 파이프라인으로 움직였다"며 "지금은 소수 인원으로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문서 작업을 AI 도구에 위임한 직원들은 더 중요한 업무에 시간을 쏟는다. 실제로 23일 타운홀미팅 방문 당시 몇몇 자리가 비어 있었다. 김 대표는 "문서 작업을 AI가 대신하면서 직원들은 외부 미팅 같은 대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AI 활용은 특정 부서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 부서는 자체적인 AI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타운홀 미팅에서 공유한다.
기획 담당자는 "3일이 걸리던 상품 제안서를 만드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기존에 있던 자료를 넣고 원하는 것을 뽑아 슬라이드로 만들었다. AI 도구가 발전하면서 사람이 AI가 낸 결과물을 직접 수정할 수 있고, AI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 담당은 "회계 감사 대응 과정에서 AI가 예상 감사 질문을 뽑아줬고, 실제로 그 질문들이 나왔다. 엑셀 시트를 보며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도 조언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의 AI 적용 정도를 '무인 자율주행 2단계'에 빗댔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평가한 셈이다. 2단계는 부분 자동화 단계로, 운전자가 주변 차량과 차선을 주시하며 정상 동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호두랩스의 경우, 각 업무는 AI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지만, 사업을 기획하고 감독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김 대표는 "6개월 동안 AI와 부대끼면서 회복탄력성,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이제 2단계까지 온 것 같다"며 "앞으로는 AI를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며 AI와 더불어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처음부터 AI를 능숙하게 활용한 건 아니다. '하던 대로, 아는 대로'라는 관성이 AI란 새로운 직원을 받아들이는 데 걸림돌이 됐다.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 사진=호두랩스
김민우 대표는 이러한 문화를 바꾸기 위해 먼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일부 직원의 반발과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했지만, AI 실험은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김 대표는 AI 도구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숙련도를 높였다.
그는 "AX는 실무진의 선택이 아니라 리더가 가장 먼저, 가장 깊게 사용해 조직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경영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AI와 AI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메이크를 활용해 영상 텍스트 전환→글 재작성→이미지 생성→SNS 업로드→알림까지 이어지는 작업을 자동화했다. SNS 담당자가 며칠에 걸쳐 수행하던 작업을 몇 분 만에 끝냈다.
반년 간의 'AI 실험'은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초(1·2월 기준) AI 기반 에듀테크 사스(SaaS)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 분야 매출이 전년 대비 431% 점프했다.
현재 SDA삼육어학원, 정이조어학원, 링키영어, 파고다주니어 등 주요 교육 기관들이 호두랩스 AI 솔루션을 채택하고 있다.
비교육 사업으로의 피봇도 이행했다. 기존 에듀테크 중심에서 시니어 케어, 온라인 응대 분야로 외연을 넓혔다. 삼쩜삼 AI 콜센터, LG유플러스의 AI 실증검증(PoC) 수주했으며, 시니어 대상 AI 에이전트 서비스와 AI 전화영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AI는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2026년 누적 매출액(1·2월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12% 성장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AI 사업 부분의 매출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김민우 대표는 "올해 전체 매출 목표 60억 9000만 원 중 약 55%에 달하는 33억 5000만 원을 AI 부문에서 달성하며 AI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AI는 호두랩스처럼 빠르고 기민한 스타트업들이 테크 공룡들을 앞지를 수 있는 최고의 무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