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창] "한국학교는 차세대 정체성 뿌리이자, 한류의 전초기지"

박현수 2026. 3. 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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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예순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총회장, 제44회 학술대회서 차세대 미래 해법 모색
"AI 시대, 한국학교의 재도약"…550명 배움터 댈러스 한국학교서 17년째 헌신
권예순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총회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26일 오후 한지 상설전과 종이접기 특별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장충동 종이나라박물관을 둘러본 뒤 포즈를 취한 권예순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총회장. 2026. 3. 26.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미국 전역의 한국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미국 사회에서 당당한 코리안-아메리칸으로 성장하도록 정체성의 뿌리를 심어주는 '문화 대사'이자, 한류의 씨앗을 뿌리는 숨은 주역들입니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AI 시대에 발맞춘 혁신적인 한국어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겠습니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이하 낙스)를 이끄는 권예순 총회장은 오는 7월 뉴저지에서 개최될 제44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앞두고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981년 워싱턴 DC에서 발족한 낙스는 현재 미국 전역 약 700개의 한국학교가 소속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재외동포 교육 단체다.

지난해 댈러스 제43회 학술대회에 400여 명이 참석하며 성황을 이룬 데 이어, 올해는 약 500명 이상의 교육 관계자와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을 비롯해 교육부 등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권예순 낙스 총회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26일 오후 종이나라박물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권예순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총회장. 2026. 3. 26. phyeonsoo@yna.co.kr

이번 대회 주제는 'AI 시대, 함께 성장하는 한국학교'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한국어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대 미래교육혁신센터 임철일 교수를 기조 강연자로 초청한다.

"AI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최신 에듀테크를 활용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할 겁니다. 이미 3월부터 등록이 시작돼 현재 2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신청을 마쳤을 만큼 현장의 열기가 뜨거워요."

행사에서는 대외협력기관 표창, 장기근속 교사 및 개교 20주년 이상 학교에 대한 표창 등이 진행된다. 이어 한국어교육과 역사, 문화 등을 주제로 약 70여개의 분반 강의도 열린다.

이밖에 김구 독서감상문 쓰기 대회, 대한민국 바로 알리기 기자단, 나의 꿈 말하기 대회, 서재필 박사 창작 공모전 등의 시상식과 더불어 '낙스-액트풀(ACTFL) 교사인증제' 수료식 등이 이어진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첨단 기술과 전통문화의 조화다. 그는 한기선 종이접기 명인을 초청해 특별 강연 및 종이접기 시연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44회 재미한국학교협의회 학술대회 및 총회 포스터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제공]

권 총회장은 낙스 운영뿐 아니라 본인이 17년째 교사와 교장(캐롤톤캠퍼스)으로 재임 중인 댈러스 한국학교 운영 사례를 통해 한국학교가 처한 현실을 전했다.

1980년에 설립된 이 학교는 현재 4개 캠퍼스에 550여 명의 학생이 재학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크다.

운영은 '지역 사회의 자발적 봉사'에 기반한다. 지역 교회와 성당이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하고, 학부모들이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이 학교는 매년 약 1만5천달러 예산을 편성해 낙스 학술대회에 교사를 파견함으로써 교원의 전문성과 교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또한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적 여건으로 입학하지 못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 제43회 학술대회 및 총회 참가자들 사진 앞줄 왼쪽부터 박기태 반크 단장, 이광호 낙스 자문이사, 박종권 낙스 15대 이사장, 이진영 다큐 감독, 변철환 재외동포청 차장, 권 총회장, 최미영 낙스 이사장, 추성희 낙스 21대 총회장.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제공]

고등학생들이 보조 교사로 봉사하며, 졸업 후에도 정식 교사로 활동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설날 떡국 체험, 추석 송편 만들기, 3.1절 태극기 제작 및 만세 삼창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비폭력 평화 정신과 민족적 자긍심을 가르친다.

권 총회장은 "댈러스는 미국 내 한인 인구 유입이 가장 활발한 역동적인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며 "비록 동·서부 대도시에 비해 문화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만, 그만큼 한국학교가 지역사회 내에서 중요한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종이문화재단 방문한 권예순 낙스 총회장 (서울=연합뉴스) 지난 24일 종이문화재단을 찾은 권예순(가운데) 총회장에게 종이접기로 만든 복주머니 액자 5개와 종이접기 교재 등을 선물로 전달하는 노영혜(오른쪽) 종이문화재단 이사장과 김봉섭 지구촌 한글학교 미래포럼 공동대표. [종이문화재단 제공]

그는 2002년 이민 당시 자녀 교육의 시행착오를 담담히 회고했다. 초기에는 현지 적응을 위해 영어 교육에만 몰두했으나, 결국 자녀들이 한국어를 잃고 부모와 문화적 단절을 겪는 어려움을 경험했다.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한인 2세들이 부모와 한국어로 소통하지 못해 후회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겪을 '다름'의 고통을 행복한 정체성으로 바꿔주는 것이 한국학교의 존재 이유입니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학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일부 학교에서는 대기 명단까지 생길 정도지만, 여전히 운영은 녹록지 않다. 자원봉사 중심 운영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안정적 인력 체계 구축, 학교 시설 여건 개선, 교사 이탈 방지를 위한 처우 개선, 그리고 재정 기반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삼일절 기념행사 갖는 댈러스 한국학교 학생들 삼일절을 맞아 댈러스 한국학교 학생들이 손도장으로 만든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제공]

권 총회장은 교육부와 재외동포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의 지속적인 지원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는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인 만큼, 국민들이 동포 차세대들의 교육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학교는 뿌리를 지키며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의 터전으로, 제2의 매기 강 감독, 김주혜 작가, 클로이 김과 같은 한인 차세대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라며 "그 가치를 기억하고 따뜻한 관심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평생을 한인 차세대 정체성 교육에 헌신하고 100세를 맞은 한국학교의 어머니 허병렬 선생님의 정신을 계승해, 45년 역사와 전통을 지닌 낙스의 100년을 설계하며 맡은 소임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백수를 맞은 허병렬 낙스 제4대 총회장과 권예순 제22대 총회장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제공]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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