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하얗게 덮은 자리는 또 다른 이미지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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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에디 마르티네즈(Eddie Martinez)의 전시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유독 흰색 물감으로 덮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015년 뉴욕 전시를 준비하던 중, 그림을 없애기 위해 흰색 물감으로 덮었는데, 약간 물러나 캔버스에 구현된 물성을 보니 느낌이 괜찮았다"며 "삭제라기보다 재탄생시키는 느낌으로 처음 이 기법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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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아웃(White-Out)' 시리즈 선보여



미국 작가 에디 마르티네즈(Eddie Martinez)의 전시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유독 흰색 물감으로 덮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그 아래 희미하게 남은 색이 언뜻 비치고, 검은 테두리가 겨우 형상을 짐작하게 한다. 캔버스 위 이미지들은 흰 물감으로 덮이고 다시 드러나며, 그 위에 다시 그려지는 과정을 거치며 생성과 소멸의 경계에 머문다.
그는 오랜 시간 '그리기와 지우기'라는 행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화이트-아웃(White-Out)' 시리즈는 그가 축적해온 회화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2015년 뉴욕 전시를 준비하던 중, 그림을 없애기 위해 흰색 물감으로 덮었는데, 약간 물러나 캔버스에 구현된 물성을 보니 느낌이 괜찮았다"며 "삭제라기보다 재탄생시키는 느낌으로 처음 이 기법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흰 물감을 덮는 것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흔적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행위에 가깝다. 덮인 자리는 화면의 리듬과 밀도를 변화시키며 새로운 이미지를 불러낸다.
"흰색에 집중하는 건, 그 색이 뭔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흰색은 새로운 생명을 부여할 수 있어요. 아직 흰색의 한계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당분간 작업에 계속 사용하려 합니다. 한데 한계를 알게 되면 내 작업의 동력이 없어지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알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죠."


2층 전시장의 '렉시콘스(Lexicons)'는 드로잉의 즉각성과 회화의 물성이 동시에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대형 캔버스 속 반복되는 형상과 빠른 선, 그것을 덮는 흰색의 층이 유기적으로 얽힌다.
리안갤러리 관계자는 "그의 회화는 고정된 이미지라기보다, 시간과 행위가 겹겹이 축적된 흔적으로 제시된다"며 "지움이 공백이나 침묵으로 귀결되는 대신, 지워진 자리는 또 다른 이미지의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추상과 구상, 드로잉과 회화, 즉흥성과 통제 사이를 오가는 작업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보다 끊임없이 수정되는 상태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3-424-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