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갔는데 한국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요”…무시당하던 ‘차이나 패션’의 침투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김혜진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heyjiny@mk.co.kr) 2026. 3. 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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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시장 침투하는 중국] ③ 패션업계
초저가부터 고가 럭셔리 패션 속속 선보여
쉬인 등 온라인 플랫폼부터 백화점도 진출
유명 디자이너 배출하고 자본력 앞세워 성장
알리·테무 등 C커머스 플랫폼을 넘어 음료·외식·뷰티·패션 등 오프라인 소비 브랜드까지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시행한 후 방중 여행객들이 늘며 한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중국 음식, 패션에 대한 경험치도 늘어났다. 이에 발맞춰 중저가 전략과 빠른 매장 확장, SNS 마케팅 등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향후 외식·뷰티·패션업계의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 ‘슈슈통’의 드레스를 착용한 블랙핑크 제니 [제니 인스타그램 캡처]
“슈슈통 매장에 갔는데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다들 카디건 입어보고 ‘셀카’ 찍느라 바빴어요.”

최근 중국 상하이를 여행한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난징시루와 안푸루 일대의 패션 매장을 둘러보며 놀라워했다.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마다 한국인 관광객이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지 편집숍 ‘라벨후드(Labelhood)’를 구경한 뒤 ‘라부부’ 캐릭터 인형으로 유명한 ‘팝마트’ 매장에도 들렀다. 이번엔 국내에선 품절돼 사기 어려웠던 ‘텔레토비’ 키링을 구매했다.

THE MONSTERS 하이라이트 시리즈 인형 키링. [팝마트]
중국 패션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저가 의류’ 이미지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캐릭터 IP,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며 국내 젊은층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모습이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 ‘슈슈통’은 오는 4월 한 달 동안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 국내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첫 대형 팝업 매장이다.

슈슈통은 블랙핑크 제니와 지수, 레드벨벳, 뉴진스 등 K팝 스타들이 착용하면서 SNS에서 화제가 된 브랜드다. 클래식한 테일러링에 큰 리본, 프릴, 꽃 장식 등을 더한 ‘소녀 감성’ 디자인이 특징이며, 가격대는 50만~100만원대에 이른다.

컨버스와 협업한 펑첸왕 [펑첸왕]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유명 아티스트들이 착용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화제가 됐고, 소비자들의 수요를 꾸준히 파악해 왔다”며 “기존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감성을 보여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과거 알리바바그룹의 오픈마켓 ‘타오바오’를 통한 해외직구나 중국 현지 매장에서만 구매가능했던 중국 패션 브랜드들이 최근 앞다퉈 국내 유통 채널망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24년 서울 청담동 편집숍 ‘10꼬르소 꼬모 서울’에 슈슈통을 들여왔고,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와 네이버 크림에도 공식 입점했다.

무신사 편집숍 ‘엠프티’에서는 펑첸왕, 위민, 마크공, 어링와일드 등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대거 판매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18개 중국 브랜드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181% 증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 옷을 가격 때문에 샀다면 지금은 디자인과 감성 때문에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SNS상 입소문과 실제 현지 여행 경험이 결합되면서 중국 패션 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6월 프랑스 디종에서 한 고객이 쉬인의 팝업 스토어를 나서며 쇼핑백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실시간 앱·결제 데이터 기반 시장 분석 솔루션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의 국내 20~30대 이용자 수는 약 122만명으로 1년 전보다 184% 증가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는 ‘쉬인깡’, ‘타오바오깡’ 등 중국 패션 쇼핑 콘텐츠가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로의 수입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의류 수입액은 48억8867만달러(약 7조1000억원)로 전년 대비 8.1%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 물량 역시 2021년 20만8101t에서 지난해 30만1169t으로 약 4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패션 브랜드의 부상을 디자이너 세대 변화와 거대한 내수 시장 성장의 결과로 보고 있다. 런던·뉴욕 패션스쿨 출신 중국 디자이너들이 늘면서 디자인 경쟁력이 높아졌고, 자국의 거대한 패션 시장과 자본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패션 브랜드 ‘펑첸왕’은 런던 왕립예술대학 출신 중국 디자이너가 론칭한 브랜드다. 컨버스, 크록스 등 글로벌 슈즈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는데, 출시하자마자 곧바로 품절될 만큼 주목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패딩으로 유명세를 탄 ‘아크테릭스’ [아크테릭스]
중국인 디자이너 마크공이 설립한 ‘마크공’ 역시 국내 안팎에서 패셔니스타들이 착용한 모습이 수시로 포착될 만큼 인지도가 높다. 마크공은 최근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 헤라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국 패션의 영향력은 자본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패딩으로 유명해진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은 현재 스포츠용품 기업 아머스포츠 산하 브랜드인데, 이 회사는 2019년 중국 스포츠기업 안타스포츠 컨소시엄이 약 46억유로(약 7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안타스포츠는 현재 독일 스포츠 브랜드 푸마의 최대주주이며 휠라와 데상트의 중국 사업권도 확보하고 있다.

럭셔리 패션 시장에서도 중국 자본의 영향력은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푸싱그룹은 2018년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을 인수하며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 진입했다. 아울러 구찌 출신 디자이너들이 만든 하이엔드 구두 브랜드 ‘세르지오 로시’, 미국 럭셔리 니트 웨어 브랜드 ‘세인트 존’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랑방]
패션업계에서는 중국 브랜드 부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국내 패션산업 구조의 변화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주요 패션 소비시장으로 성장했고, 유명 패션스쿨 출신 중국 디자이너들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부터 백화점 등에서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 들여오면서 한국 소비자들과의 접점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국 패션은 초저가부터 하이엔드 패션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포지셔닝돼 있다”며 “하지만 명품 브랜드 등을 적극 인수하는 등 패션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인수한 기업들에 대해) 중국 브랜드라고 앞세우질 않아 그야말로 조용히 국내 패션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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