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요구따라 이란 전쟁에 나서는 건 바보짓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2026. 3. 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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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 땐 한국에 참전 압박 노골화 될 수도

전쟁이냐 개혁이냐, 두 갈래 자본주의 모순 해결책

호전광들 꼬드김에 이란 전쟁의 길 택한 트럼프

이란의 결사항전으로 승리도 철군도 어려운 상황

북한까지 이란 지원 나설 경우 3차 세계대전 가능성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짓은 지는 쪽 편드는 것

미국 패전 가능성 염두에 둔 국가 미래전략 세워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D 프린팅 소형 모형 뒤로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보여주는 지도 삽화.. 2025. 06. 22 [로이터=연합뉴스}

오늘날 세계는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그 중심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미국의 전략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제질서와 군사적 긴장,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에까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흐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위 1%가 자산 35%를 누리고 있는 미국 자본주의의 모순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이윤 – 일반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이윤 - 을 추구하는 사회제도다. 그러나 소수에 의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초하는 불공정한 부의 재분배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부의 집중, 즉 불평등이 발생한다. 상위 계층으로 부가 과도하게 집중되면 다수 대중의 구매력은 약화되고, 이는 곧 수요 부족으로 이어진다.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이 계속 확대되면 과잉생산이 발생하여 자본주의 경제는 침체(저성장)와 경제공황 같은 위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단기적인 경기 변동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내적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독점자본가들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국가들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외부로의 팽창이다. 새로운 시장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식민지를 개척하고 그것을 위해 전쟁을 벌였다. 다른 하나는 내적 모순을 완화하는 개혁이다. 부의 재분배를 통해 대중의 구매력을 회복시키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서구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수정자본주의 혹은 복지국가 체제를 도입했던 것은 이러한 개혁의 결과였다. 그 결과 이 시기에 서구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며 소위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고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하면서 상황은 다시 변화했다. 체제 경쟁의 압박이 거의 사라지고 사회주의화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독점자본가계급은 기존의 평등 정책을 폐기하고 무제한적 이윤 추구를 위해 세계를 신자유주의 질서로 재편했다. 그 결과 금융화와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동시에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상위의 극소수는 막대한 자산을 축적한 반면, 다수는 정체되거나 악화된 삶의 조건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국의 연준 의장이었던 옐런(Jarnet L. Yellen)은 2014년에 연준의 연구원을 동원하여 미국의 불평등 정도를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전체 부 가운데 상위 1%는 35%를, 상위 5%는 63%를 차지했다. 반면에 하위 50%는 1%(현재는 2.4% 정도이다)만을 차지했고, 최하위 20%는 자산을 전혀 보유하지 못했다. 주식, 채권, 뮤추얼펀드, 개인연금과 같은 금융자산을 분리해서 봐도 전체 자산의 분포와 별 차이가 없었다. 전체 금융자산 가운데 상위 5%는 3분의 2를, 그다음 45%는 3분의 1을, 그리고 하위 50%는 2%만을 차지했다. 이러한 심각한 불평등이야말로 자본주의 세계의 장기적인 저성장과 사회적 불안의 기본원인이다.

내부 개혁 아닌 약소국 침략의 길 택한 미국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의 지배층은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완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부를 재분배할 의향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제국주의 시대처럼 마구잡이로 식민지 쟁탈전에 나서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제국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반대하며 다극화 세계를 지지하거나 적어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군사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강국들이 존재하며 다극화를 지지하는 다수의 국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트럼프의 MAGA 세력은 미국의 세계 지배 혹은 식민지 개척을 위해 핵보유국들과 전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러시아, 중국, 조선(북한)과는 화해와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려 하는 반면 그 외의 약소국가들에 대해서는 군사적 침략이나 노골적인 경제적 약탈을 자행하려 한다.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NSS(국가안보전략)와 NDS(국가방위전략)다. 한마디로 트럼프 진영은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을 완화하거나 해결하려고 하기는커녕 어떻게 해서든 제국주의 시대를 연장시켜 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장사꾼으로서의 능력은 출중하지만 군사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장사꾼으로서의 손익계산에 철저한 트럼프는 전면전, 장기전 등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군사 백치여서 호전광들의 사탕 발린 꼬드김에 취약하다. 주변의 호전광들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가 이란에 대한 그럴듯한 전쟁계획 - 단기전으로 이란의 석유를 먹을 수 있다는, 그야말로 꿀 빠는 전쟁계획 - 으로 트럼프를 부추기자 그는 이란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란의 강력한 저항과 반격으로 참수작전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애초의 전쟁목표 달성은 이미 불가능해졌고, 미국은 장기전의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장기전을 싫어하는 트럼프는 전황이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하자 크게 당황해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영국, 프랑스, 한국, 일본 등에게 군함 파견을 요청했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거절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더 이상 나토 회원국들의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사실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았다.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짐짓 대범한 척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은 동맹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거부로 대통령이 크게 화가 난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X를 통해 "방금 대통령과 통화했다. 살면서 그가 이렇게 화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들은 트럼프가 매우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이란의 결사 항전으로 '명예로운 철군'마저 어렵게 된 트럼프

미국은 개전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공중폭격에 집중하고 있지만, 항전 의지가 강한 국가의 경우 공중폭격만으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의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이 보여주듯이 항전 의지가 강한 국가들은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될 정도의 무차별적인 공중폭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끝까지 싸우려고 하지 항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승리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트럼프로서는 출구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출구전략은 "우리가 전쟁에서 이겼다"고 정신승리를 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철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신승리 철군은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상실로 귀결될 것이고, 미국이 중동 지역에다 알박기를 해놓은 이스라엘은 최악의 경우 국가가 소멸될 수도 있고 전후의 일본처럼 무장해제 당할 수도 있다. 더욱이 미국이 철군한 후에 이란이 계속해서 이스라엘과 중동의 미군기지 등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한다면 트럼프의 승리 선언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정신승리를 통한 전쟁 종결은 이란의 관용이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며, 오직 미국이 이란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경우에나 가능할 것이다.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부교를 건넌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바라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 일환으로 실시된 이번 훈련에는 미2사단/한미연합사단과 한국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및 7공병여단이 참가했다. 2026.3.14 연합뉴스

한국의 참전은 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 될 수도

현 시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성을 잃은 트럼프 일당이 지상전을 감행하며 미국-이란 전쟁을 세계대전화하는 것이다. 미국이 지상전을 감행한다면 당연히 혼자 죽으려 할 리 없다. 미국은 분명히 동맹국들에게 파병 내지는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파병의 경우 상당한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요구를 거스르기 힘든 한국이 그 첫째 가는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군함 파견 같은 군사적 지원이 시작되면, 그 범위와 수준은 점차 확대될 수 있다. 초기에는 제한적인 지원이라고 선을 긋는다 하더라도, 상황이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병력 파견이나 역할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결과 한국은 전쟁의 한 축에 편입되어 교전 당사국이 될 위험이 크다.

만일 미국을 위시한 연합군의 공격으로 곤경에 처한다면 이란은 러시아, 중국, 조선(북한) 같은 국가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적어도 조선(북한)과 러시아는 이란을 지원하거나 참전할 것이다. 조선(북한)은 과거의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을 지원했고 최근에는 러시아의 쿠르스크 전투에 파병한 것에서 드러나듯이 반제국주의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예외 없이 지원했던 전통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조선(북한)은 현재의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제국주의 세계체제가 무너지고 다극화 세계체제로 나아가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북한)은 미국-이란 전쟁을 반제전쟁이자 제국주의 진영 대 다극화 진영 간의 중대한 결전으로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패하는 쪽에 줄 서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짓

조선(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제8기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우리 당과 정부는 앞으로도 핵보유국 지위를 영구히 명문화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수호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고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다극화된 세계 건설을 적극 추동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것은 막을 수 없는 역사발전의 합법칙적 과정이며 필연성이다. 앞으로도 자주역량은 계속 강해질 것이며 그의 진보적인 투쟁에 의하여 공평하고 정의로운 다극세계 건설이 더욱 추동될 것이다. 바로 그 중심에 우리 국가가 서 있다"라고 선언했다.

조선(북한)이 다극세계 건설을 추동하는 데서 '중심에 서 있다'는 말이 단순한 허풍이 아님은 조선(북한)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분수령이었던 쿠르스크 전투에 군대를 파견하여 러시아의 승리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만일 한국이 미국 편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조선(북한)이 이란 편에서 전쟁에 참여하면, 남과 북은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그럴 경우 중동에서 타오른 불길이 한반도로 옮겨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절대로 미국-이란 전쟁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나아가 한국은 미국이 패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가의 미래전략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는 가장 어리석은 짓 중의 하나가 바로 패전하는 쪽에 참여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psyth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