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이·김재섭이 문제 삼은 교과서, 전문가 "이미 공인된 지식"

나수진 2026. 3. 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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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보건 교과 '성 개념' 잇따라 비판
"보수 교계, 성소수자 공격 위한 소모적 논쟁…결국 피해자는 학생"
래퍼 비와이와 김재섭 의원이 소셜미디어상에서 초등 보건 교과서 내용을 문제 삼고 나섰다. 비와이·김재섭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초등학교 보건 교과에서 실린 '성' 개념을 두고 보수 교계와 정치인, 연예인까지 나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과서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논리다. 3월 17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보건 교과서 사진에는 "성은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생식기관 및 신체적 차이에 따라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사회적 성이 있다"는 설명이 담겨 있다. 이어 "성에 대한 이해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람마다 다르다. 성에 관한 느낌은 개인의 경험을 반영하기 때문이며 성을 구분하기보다는 성의 다양한 측면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쓰여 있다. 

이 게시물을 두고 유명인들이 한마디씩 보태면서 이 보건 교과서는 '동성애 옹호' 서적이 됐다. 특히 기름을 부은 건 래퍼 비와이였다. 최근 공연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연상시키는 가사로 극우 성향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비와이는 3월 22일 인스타그램에 이 사진을 올리며 "제정신일까. 교육하는 사람들은 교육받는 게 불법임?"이라는 글과 함께 해당 교과서 내용을 올렸다. 그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사람을 지으신 이가 본래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시고"라는 성경 구절을 게시하기도 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도 해당 내용을 공유하며 "진짜 초등학생 성교육을 이런 식으로 한다고? 이건 교육의 역할이 아니다. 이런 교육은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멀쩡한 제도를 무너뜨린다"라며 "성별은 남녀로 구분되며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성 기본 개념 설명인데도 "동성애 옹호" 호도…
공교육 망가뜨려 온 보수 교계  

보수 개신교계는 공교육 내 성소수자·젠더 관련 표현을 문제 삼으며 민원과 반대 집회를 이어 왔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그러나 이 보건 교과서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성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성별을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문화적 성(gender)으로 구분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는 "사회·문화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이라는 표현을 통해, '여자답다'거나 '남자답다'과 같은 표현으로 대표되는 '성 역할'은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는 맥락을 설명했다. 그런데도 비와이와 김재섭 의원 등은 교과서가 마치 남성과 여성 외에 다양한 성 정체성이 있다고 서술한 것처럼 표현했다.

보수 개신교 진영은 사회·문화적 성이 '젠더'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성교육에서는 생물학적 성만 다뤄야 하며, 사회·문화적 성을 강조하면 남녀 성별을 해체하고, 수십 가지 성별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24일 조배숙 의원실이 개최한 "편향된 이념으로 물든 2022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 분석 발표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흘러나왔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박은희 공동대표는 "생물학적 성과 별개로 사회·문화적 성이나 개인의 가치관을 강조하다 보면,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초·중·고등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젠더 개념이 주디스 버틀러 같은 성 혁명 이론가들의 주장과 연결되어 있음" 등 주장을 펼쳤다. 

오히려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 성교육이 보수 교계의 반발 탓에 축소돼 왔다고 지적해 왔다. 피임 방법이나 성적 권리 등 실질적인 성교육 내용이 교과서에서 빠지거나 최소한으로만 다뤄진다는 것이다. 교계는 2022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도 성소수자·젠더 관련 용어를 문제 삼으며 교육부에 민원 폭탄을 넣었다. 당시 교육부는 논란 끝에 보건·도덕·사회 등 교과서에서 '성소수자·섹슈얼리티'를 삭제하고, '성평등'을 '성에 대한 편견',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바꾸는 등 관련 표현을 수정했다.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도, 교과 성취 기준 등에서 의미를 명확히 하라고 했다. 

그러나 보수 교계의 반발에도 성 개념 자체는 교육 과정에서 빠지지 않았다. 성을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으로 구분해 이해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 과정 고등학교 보건 교과 성취 기준 해설에도 "성의 개념을 생물학적 성, 사회·문화적 성 등으로 비교·이해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교과서는 지난해부터 각급 학교에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이미 교육 과정에 오래전부터 포함된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병순 보건교사는 3월 2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을 구분해 설명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공인된 보편적인 지식"이라며 "이는 예전부터 보건 교과서에 들어 있는 내용이었다. 지식적으로도 이미 확립된 상식에 가까운 내용에 딴지를 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성소수자를 공격하기 위한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고도 했다. 장 교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당시에는 성소수자, 섹슈얼리티 같은 표현을 문제 삼더니, 이제는 계속 다른 문제를 찾아 공격하는 양상"이라며 "성소수자를 공격하기 위해 흠집을 찾아 나서는 느낌이다. 매우 소모적이고 교육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또 "보수 교계의 공격 때문에 보건 교과서에 실리지 못한 내용도 많다. 이로 인해 교육적 가치가 있음에도 정치·사회적 이유로 교육 과정에서 빠지는 "영 교육 과정"이 늘고 있다"라며 "성교육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면 결국 피해자는 학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수진 sjnah@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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