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을 정치의 도구로 만든 ‘개악’…그 대가는 국민이 치른다 [쓴소리 곧은 소리]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6. 3.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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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재판소원 결합, 끝나지 않는 ‘무한 불복 구조’ 현실화
대법관 증원까지…사법부, 정치 압력에 더 취약한 구조로 재편

(시사저널=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를 통과한 사법 개혁 3법(법왜곡죄,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이 시행 국면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났다. 사법 개혁 3법은 책임을 강화하고 지연을 줄이며 권리구제를 넓힌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명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제도가 작동할수록 사법의 독립은 위축되고, 정쟁의 연료는 보태지며, 재판은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행과 동시에 이미 그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 우려된다.

3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재판소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무한 불복 구조' 가능

법왜곡죄부터 보자. '법을 왜곡한 자를 처벌하자'는 구호는 자극적이고, 그래서 대중의 분노와 쉽게 결합한다. 그러나 법 왜곡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경계가 흐리다. 법 해석은 원래 하나의 정답으로 고정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동일한 조문과 사실관계를 두고도 합리적인 해석이 둘 이상 공존하는 게 법의 일상이다. 그런데 '내가 납득하지 못한 결론'을 '왜곡'으로 낙인찍는 순간, 법관과 검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법적으로 정확한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안전한 결론'이 된다. 법관과 검사의 판단이 정치적 공격의 표적이 되는 사회에서, 법왜곡죄 처벌 규정 도입은 방어적 판단과 소극적 결정을 조장하는 촉매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가 결합하면 '무한 불복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대법원에서 사건이 확정돼도 헌법재판소로, 헌법재판소에서도 원하는 결론이 안 나오면 절차 관여자들에 대한 법왜곡죄 고발로, 고발이 무혐의나 무죄로 종결되면 다시 법왜곡죄 고발로 이어지는 식의 반복이 가능해진다.

강력한 권력과 지지 세력을 보유한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에서는 더 큰 문제가 예상된다. 그 정치인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기소·재판 등에 관해 법리와 무관하게 끊임없이 법왜곡죄로 고발을 제기하고, 만약 그러한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법왜곡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검사 또는 법관에 대해서도 법왜곡죄로 '줄고발'하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려 할 가능성도 충분히 예상된다. 이에 대한 통제책은 전무하며, 만약 그 정치인이 수사와 기소를 포함하는 행정 작용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결국 처벌 압박에 굴복해 법관 및 검사의 정당한 직무집행에 관한 법왜곡죄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정작 법을 왜곡하는 법관 또는 검사가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왜곡죄로 인해 법률제도의 경직성도 대단히 심화될 것이다. 경제·사회적 여건 및 상황의 변화나 법률 이념의 변천으로 기존 법리를 유지하는 것이 부당해지거나 그 허점이 드러나는 경우,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배치되는 하급심 판결이나 기소를 통해 시작되고, 심급을 거쳐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법리의 변화가 확립되며, 이는 심급제 및 탄핵주의 소송 구조를 채택한 우리 형사소송법제에서 당연한 것이자 법률제도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데 법왜곡죄의 처벌 규정하에서는 이러한 변화 시도 자체가 '법률 적용의 왜곡'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어 하급심 법관이나 검사가 감히 기존 판례에 반하는 판단을 쉽게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그 결과 법관과 검사는 대법원 판례를 기계적으로 반복 적용하는 법률사무 AI와 다를 바 없게 되고, 대법원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판례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설령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더라도, 해당 판단을 이유로 대법관들에 대한 법왜곡죄 고발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판례 변경의 필요성이 존재하더라도 처벌의 위험으로 인해 누구도 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사법부를 '정치 전장'으로 만들 대법관 증원

대법관 증원은 재판 지연 해소라는 목표와 어긋나 있는 수단이다. 정작 병목은 하급심에 있는데, 최상층을 두텁게 만드는 게 과연 지연을 해소하는 길일까. 대법관이 증원되면 그들을 뒷받침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숙련된 법관 중에서 추가로 차출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하급심의 인적 기반이 더욱 약해질 것은 자명하다. 국민이 가장 절박하게 느끼는 지연은 대개 1심과 2심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상층을 키우느라 하층이 비어버리면, 기다림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 더구나 대법관의 급격한 증원은 임명 과정 자체를 정치 쟁점화하고, 대법원의 권위와 중립성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킬 위험도 있다. 특히 대법관의 임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정치인의 경우 자신이 연루된 사건에서 유리한 판단을 해줄 만한 편향된 이들이 대법관으로 다수 임명되도록 하는 방식의 '물타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더욱 용이해진다는 점은 현시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재판소원의 허용 또한 문제가 있다. 판결의 확정 이후에도 헌법적 권리 침해를 다툴 길을 열자는, 표면상의 도입 취지 자체는 일리가 있으나, 그 제도가 '민형사 사건 최종심의 역할'과 결합될 때 현실에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까지 계산해야 한다. 변호사의 수임료는 심급별로 정해진다. 재판소원이 허용됨으로써 사실상 4심제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수임료 지출의 대폭적인 증가를 의미하며, 진정한 의미의 재판 확정까지 소요되는 시간 또한 증가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재판 지연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대법관을 증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재판 지연을 크게 심화시킬 것이 분명한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국 절차가 길어질수록 이기는 쪽은 시간과 비용을 버틸 체력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약자를 위한 장치가 강자의 전술이 되는 순간, 개혁은 그 명분을 잃는다.

사법 개혁 3법의 문제는 각각의 제도 자체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결합했을 때의 작동 방식에도 있다. '법왜곡죄'라는 처벌 규정이 '재판소원'이라는 절차와 만나고, 그 위에 '증원된 대법관'의 구성이 얹히면, 사법 시스템 전체가 정치적 압력에 더 민감한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 누구든 원하면 사건을 더 오래 끌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결론을 낸 사람에게는 고발이라는 칼을 들이댈 수 있으며, 사법부의 최상층 구성마저 정치적 전장으로 바꿀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사법 개혁은 필요하다. 다만 개혁은 정당한 목적하에 사법 신뢰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가 개혁의 언어를 빌려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는 것처럼 비치는 순간, 논쟁은 커지고, 고발과 맞고발은 거세지며, 사법은 정치화된다. 사법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것과 사법을 '정치의 도구'로 삼는 것은 결코 같은 길이 아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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