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포장 같고 가격 올리고…"약국만 욕받이 되나"
약국가 '부글부글'…약사 96% "구분 안 된다"
소비자를 현혹시킬 우려가 큰 유사포장 문제가 문제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지부 단위의 강경한 대처가 나오고 있다.
전라남도약사회(회장 김성진)는 일반의약품 리뉴얼 과정에서 발생한 포장 유사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약국 현장의 혼란은 물론 소비자 오인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질의는 단순한 제품 변경을 넘어 약국 유통 현장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짚은 것인데, 앞서 전남도약은 이와 관련해 약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벌이고 의견을 취합했다.
전남도약이 제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현장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총 165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 기존 '아로나민골드정'과 '아로나민골드원정'의 포장 구별 여부에 대해 약사의 96.4%가 "구별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또 "소비자가 두 제품을 구별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98.8%가 "구별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이해 가능성 역시 97%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대다수 약사가 "제품은 바뀌었지만 소비자는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전남도약은 특히 포장 유사성이 약국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문에서 전남도약은 "두 제품이 구별되지 않는 포장으로 판매될 경우, 가격이 인상된 '아로나민골드원정'을 취급하는 약국이 기존 제품을 판매하는 약국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제품 정책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약국으로 전가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실제 설문에 참여한 약사들의 반응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그대로 드러났다.
약사들은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납득하지 못하면 결국 약국이 욕을 먹는다", "가격 인상 꼼수로 보인다", "약사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포장이 너무 똑같다", "구분을 확실히 해달라", "디자인을 눈에 띄게 바꿔야 한다" 등 포장 차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했다.
일부는 거래 축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반품 정책 문제로 주문을 줄일 예정", "아로나민 제품 판매를 재고하고 싶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포장 디자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약사들은 리뉴얼의 실질적 차별성에 대한 설명 부족을 핵심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성분 변화나 복용법 차이에 대한 명확한 안내 없이 포장과 가격만 바뀐 것처럼 인식될 경우, 결과적으로 가격 인상을 위한 제품 교체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남도약은 제약사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공문을 통해 △포장 유사성 유지 이유 △약국 및 소비자 오인 가능성 인지 여부 △리뉴얼 과정에서의 약사 의견 수렴 여부 △추가 구분 조치 계획 등을 질의했다.
특히 "약품을 구입하는 1차 소비자인 약국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약국을 홀대하는 영업 전략인지 묻는다"고 강조했다.
전남도약은 이번 문제가 특정 제품에 국한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문제가 된 제약사 외에도 겔포스엠-겔포스엘, 콘택골드-콘택콜드 등 전문약과 유사한 타 제약사 일반약 포장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약국 현장의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약사들은 "이 같은 유사 포장 구조는 약국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준다"며 "국민이 가격과 제품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약사사회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민원 수준이 아닌 '유통 신뢰 문제'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약국이 사실상 소비자와 제약사 사이에서 설명 책임을 떠안고 있는 구조에서, 제품 구분이 어려운 정책이 반복될 경우 현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