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보다 성장성…타임폴리오의 투자 기준은 ‘숫자’

김연지 2026. 3. 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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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우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장 인터뷰
'검증 직전 기업’ 선별 투자…매출·성장 중심 접근
조용히 투자하던 하우스, 이제 기관·글로벌로 확장
이 기사는 2026년03월27일 10시29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좋은 기업은 누구나 투자합니다. 우리는 시장이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구간을 보고 들어가죠."

비상장 투자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유동성에 기대어 밸류에이션이 먼저 움직이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실제 매출과 성장성이 확인되는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숫자로 증명되는 구간’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안승우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밸류에이션이 높아 보이더라도 매출과 성장 흐름이 확인되는 기업이라면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 숫자로 증명되는 구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승우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체운용부문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관 출자사업에 본격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숫자 붙기 시작하면 들어간다"…10년 쌓은 비상장 투자 트랙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국내 대체투자 시장에서 뒤늦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은 리테일 중심 헤지펀드 운용사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실제로는 10년 이상 비상장 투자 트랙을 쌓아온 하우스다. 지난 2015년 대체투자부문 설립 이후 벤처와 프리IPO, 상장사 메자닌, 바이아웃까지 투자 영역을 확장했으며, 직접 투자만 약 560건에 달한다.

투자 전략은 명확하다. 스토리보다 숫자, 초기 기대감보다 검증 직전 구간에 베팅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접근은 운용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타임폴리오는 2016년 멀티전략 헤지펀드를 지향하면서 비상장 투자와 대체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왔다. 현재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멀티전략 헤지펀드를 운용 중이며, 이 중 약 25%가 대체투자 부문이다. 코스닥벤처펀드와 사모펀드,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 30여개 이상의 펀드를 통해 프로젝트 펀드와 블라인드 펀드를 병행하며 비상장 투자와 메자닌, 혼합형 전략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타임폴리오는 어떤 단계의 기업에 어떻게 투자를 할까. 타임폴리오는 기업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투자를 집행한다. 시리즈 단계부터 프리IPO, 상장 이후까지 동일 기업에 반복 투자하는 구조로, 단순 투자자를 넘어 성장 파트너 역할을 지향하는 셈이다. 안승우 전무는 "실제 매출이 발생하고 전년 동기대비로 성장 흐름이 확인되는 기업에 집중한다"며 "밸류가 높아 보여도 숫자가 증명하면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은 성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리브스메드의 경우, 타임폴리오는 높은 밸류 부담에도 월별 매출 성장과 제품 경쟁력을 근거로 반복 투자했다. 알맥 역시 전통 제조기업의 전기차 부품 전환 초기 단계에서 투자해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와 산업용 밸브 부품 기업 인수를 통해 바이아웃 트랙도 구축하고 있다. 구조조정보다는 사후관리와 성장 지원에 무게를 두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안 부문장은 "좋은 기업은 이미 기본 체력이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보다는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인수 이후에 무엇을 줄일지가 아니라 무엇을 더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자사업·해외 투자로 확장…"기관 출자사업 본격 대응"

타임폴리오는 이제 조용히 투자하는 단계에서 확장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리테일 기반에서 쌓아온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운용 체계 역시 기관 자금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리테일 자금을 중심으로 다양한 투자를 이어왔다면, 앞으로는 출자사업을 통해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 LP를 확보하는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이다. 3년 전 신기술금융 자회사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핵심은 '트랙레코드의 재정의'다. 안승우 전무는 "그동안 투자는 계속해왔지만, 기관 출자사업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트랙레코드가 필요했다"며 "이제는 그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선 그로스캐피탈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뒤, 바이아웃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 변화의 배경에는 시장 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안 부문장은 "국내 창업 시장은 점점 축소되는 흐름이 있다"며 "스타트업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 매각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타임폴리오는 최근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산업용 밸브 부품 기업 인수를 통해 바이아웃 투자도 병행하며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해외 투자 확대 역시 같은 맥락이다. 타임폴리오는 미국, 캐나다, 대만 등에서 AI·반도체·로봇 기업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AI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 방산 등 하드웨어 기반 산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영역을 레버리지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업에 베팅하겠다는 전략이다.

안 부문장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국 글로벌로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인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기부터 해외를 염두에 둔 기업이나, 일정 단계 이후 해외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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