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발 미세먼지 습격, 숨 막힌다 [이규화의 지리각각]

이규화 2026. 3. 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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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이 촉발한 기후 재앙 ‘이제 서막’
LNG 가격 폭등…확산되는 석탄발전 회귀
국내도 석탄발전 폐지 연기, 발전 풀가동
중국 오염물질 한반도 유입은 뻔한 경로


서울 도심 소공동의 27일 오전 10시 기준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실황 캡처

27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 도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01㎍/m³로 ‘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미세먼지(PM10) 역시 113㎍/m³까지 치솟으며 수도권 전역이 올 들어 최악의 공기 질을 보였다.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올해 3월 초미세먼지 ‘나쁨’(36~75㎍/m³) 이상 일수는 15일(31일까지 예보 포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일보다 늘어났다. 최근 수년간 개선 흐름을 보이던 서울의 대기 질이 올 들어 다시 악화된 배경에는 지정학적 돌발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이란전쟁이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봄은 이동성 고기압 영향으로 대기 정체가 잦아 미세먼지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조건이 형성됐다. 여기에 중국 랴오닝성 산불 등 돌발 변수까지 겹치며 오염물질 농도가 상승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상 요인만으로는 최근의 급격한 악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변수로 지목되는 것이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다. 이란은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고, 전 세계 석유의 약 20%와 LNG 상당량이 통과하는 이 해상 통로가 막히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카타르는 지난 24일 한국과 중국 등 주요 수입국을 대상으로 LNG 공급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는 이란의 공격으로 LNG 생산시설이 파괴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여파로 LNG 가격은 불과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기관 ICIS에 따르면 동아시아 현물지수는 백만뷰트당(MMBtu)당 10달러 수준에서 22달러를 넘어섰고, 아시아 벤치마크인 JKM 역시 19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곧바로 발전 연료 시장에 변화를 불러왔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비축이 가능한 석탄이 대체재로 급부상한 것이다.

정부는 급등하는 전력 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폐지 예정이던 석탄화력발전소 3기의 가동 연장을 결정했다. 발전 제한선인 가동률 80%도 상한 규제까지 일시 해제했다. 이는 약 1.5GW 규모의 LNG 발전을 석탄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조치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시장 전반에서 ‘석탄 회귀’(Re-Coal)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 분석기관들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LNG 가격 급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잇따라 석탄 발전 확대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전력난을 막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으며, 석탄발전소 건설도 계속 확대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들 발전소 상당수가 한반도와 인접한 동부 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27일 오전 5시 현재 한반도 주변의 공기 이동 위성사진.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공기 질은 국경을 넘는다. 봄철 한반도는 서풍 계열 기단 이동의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 생성된 오염물질이 그대로 유입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평상시에도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이 30~50% 수준이지만, 고농도 시기에는 80%에 육박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중국 내 석탄 사용 증가까지 겹치면 한국의 대기 질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 요인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LNG는 초미세먼지를 거의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석연료 중 초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석탄이 LNG를 대신하면서 국내 초미세먼지 오염은 기약된 미래라 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도 LNG 가격 폭등으로 연료 전환이 나타나고, 석탄 사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체 배출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대기 정체까지 겹치며 오염물질이 축적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국외 유입과 국내 배출이 동시에 늘어나는 ‘이중 압박’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문제는 초미세먼지가 우리 건강에 매우 위협적이라는 점이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침투해 면역 기능을 약화시키고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정신 건강 문제까지 유발하게 된다. 다수의 연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이 비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결국 이번 초미세먼지 기습 사태는 전쟁이 에너지 시장을 거쳐 대기 질과 국민 건강까지 직격하는 환경 사슬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LNG 공급 감소와 가격 폭등을 낳았고, 이는 다시 석탄발전 확대를 불러왔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숨 막히는 하늘’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등 주요 LNG 생산시설 복구에는 최소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가스 가격이 계속 유지된다면 석탄 의존은 불가피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에너지 안보 대응이 대기 질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우리의 일상, 나아가 호흡권까지 위협하는 시대다. 중동의 전쟁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한반도의 하늘을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지금, ‘전쟁의 외부효과’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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