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유연석 연기는 신들린 게 맞다, '신이랑 법률사무소'가 잘나가는 까닭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6. 3. 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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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랑 법률사무소’, 법정물과 빙의의 결합이 불러온 다양한 재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너무 많은 법정드라마들이 나와서일까. 이제 이 장르는 새로운 변주들을 시도하고 있다. <지옥에서 온 판사>처럼 판사의 몸에 악마가 깃들어 죄인들을 처단하기도 하고, <판사 이한영>처럼 10년 전으로 회귀해 악의 카르텔과 싸워 정의를 구현하기도 한다.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도 이러한 판타지 장르를 더했다. 그런데 그 장르가 귀신이 등장하는 오컬트다. 귀신의 억울한 한을 풀어주는 변호사 신이랑(유연석)은 이러한 법정드라마의 변주로 탄생했다.

귀신을 보고 그 억울한 사연을 들으며 때론 귀신에 빙의되기도 하는 신이랑은 <전설의 고향>에 나왔던 아랑 전설의 인물 같다. 밀양에 내려오는 이 전설은 억울하게 죽은 귀신의 한을 부임해 온 사또가 풀어주는 이야기다. 이 작품 안에서도 거론된 것처럼 사또가 억울하게 죽은 귀신의 사건을 밝혀 진짜 죄인을 잡아내고 그것으로 한을 풀어준다는 아랑 전설은, 신들린 변호사 신이랑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법정드라마와 빙의의 결합은 여러모로 이질적이다. 증거와 사실들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법정드라마의 방식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법적 판단에 의해 이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빙의처럼 오컬트 장르에 어울리는 콘셉트는 이러한 이성적 판단과는 거리가 멀다. 귀신의 이야기를 듣는 신이랑으로서는 너무 쉽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 귀신이 신이랑에게 알려주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이런 간단한 방식은 법정드라마를 맥없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법정드라마의 형식을 갖으면서도 그보다 억울하게 죽은 망자들의 사연에 더 집중한다. 그들이 왜 죽었고, 어떤 억울한 사연을 갖고 있었는지를 신이랑의 추적을 통해 하나하나 찾아나간다. 첫 번째 사건으로 등장한 이강풍(허성태)의 에피소드에서 그의 죽음이 의료사고였다는 걸 밝혀내는 법정드라마의 요소보다, 그가 과거 조폭이었지만 어떻게 손을 씻고 가정을 꾸려 건실하게 살아온 가장이었나를 그려나가는 휴먼드라마적인 요소들이 더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 귀신 의뢰인으로 등장한 김수아(오예주)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에피소드에서는 아이돌 연습생이었던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들이 반전의 반전을 일으키며 전개되지만, 드라마는 그 진실 추적만큼 이 인물이 생전에 겪은 가슴 아픈 사연을 질깃하게 풀어놓는다. 어린 시절 어린 김수아를 버리고 떠난 엄마가 왜 그랬는가의 이유도 밝혀지고, 그 엄마를 위해 딸이 뒤늦게 전하는 절절한 마음도 그려진다.

법정드라마와 빙의 콘셉트의 만남은 그래서 그 자체로는 어색해 보이지만,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그 양자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재미요소들을 드라마로 끌어온다. 의뢰인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나가는 신이랑의 추적이 흥미롭게 전개되면서,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이들에 대한 응징의 사이다가 빠지지 않는다. 의뢰인들의 아픈 사연에 말 그대로 빙의되어 더 절절히 공감해주는 신들린 변호사의 위로가 있고, 그 사연 하나하나에 담긴 눈물 가득한 이야기들이 반전을 더해 감동을 준다.

신이랑과 법정에서 맞서는 상대 로펌 변호사로 등장하지만 점점 신이랑의 편에 서서 돕게 되는 한나현(이솜) 변호사와의 미묘한 밀당도 들어 있고, 신이랑과 한나현이 겪었던 과거사(아마 이것이 빙의와도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도 앞으로 이들이 풀어나갈 궁극적인 사건으로 숨겨져 있다.

중요한 건 이 이질적인 장르들을 어색하지 않게 봉합해내는 드라마의 연출과 연기다. 무겁디무거운 현실의 사건들이 담겨 있지만 드라마는 이를 너무 무겁지 않게 액션과 코믹을 섞어 풀어낸다. 신들린 변호사인 신이랑이 빙의가 되는 장면들은 그래서 여지없이 웃음을 준다. 조폭이었던 이강풍에 빙의되어 파이터의 액션을 보여주는가 하면, 아이돌 연습생인 김수아에 빙의되어 여성적인 모습으로 아이돌 춤을 추는 코미디가 펼쳐진다.

진지하고 선한 데다 겁도 많지만 빙의되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신이랑을 유연석은 말 그대로 빙의된 연기로 보여준다. 과하지 않고 적절한 선을 지켜 캐릭터 연기를 선보임으로써 다채로운 장르적 재미를 캐릭터의 변주를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어찌 보면 뻔할 것 같은 법정드라마와 빙의의 결합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가져올 수 있는 재미 요소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담으려는 노력이 이 작품을 뻔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이 신들린 법정물이 시청자들에게 통한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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