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쌀·조기 ‘高高한 밥상’…왜 계속 오를까 [Deep Spot]

김진 2026. 3. 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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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쇼크, 상승율 상위 10개 품목 살펴보니
상추 1위·보리쌀 2위·조기 3위, 신선·가공 전방위 상승
쌀 부족에 축산 감염병, 달걀 한 판 7000원대
‘서민 외식 메뉴’ 김밥·칼국수·삼겹살 고공행진
전문가 “중동 전쟁 여파, 물가 추가 상승 불가피”

헤럴드경제는 ‘Deep Spot(딥 스폿)’을 통해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최신 이슈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를 질문하고, 이를 상세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식품·외식 물가가 치솟고 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부터 밥상 단골 재료인 장류와 돼지고기, 고등어까지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 김밥 등 서민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도 수급 불균형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 수준인 118.4(2020년=100)로 집계됐다. 6개월 연속 2%대다. 선방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엇갈린 시각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장기화하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추가적인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추 22.2%·보리쌀 19.25%…품목별 등락 격차

27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한 128.99를 기록했다. 세부 품목에 따라 물가지수는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많이 오른 식품은 상추로, 전년 동기 대비 22.20% 상승했다. 평균치의 11배 수준이다. 보리쌀은 같은 기간 19.25% 올랐다. 조기는 18.19%, 쌀은 17.67% 상승했다. 초콜릿과 현미는 각각 16.41%, 15.66% 상승을 기록했다.

양념에 쓰이는 젓갈(12.63%), 고추장(11.77%), 생강(9.42%), 간장(7.86%), 된장(7.20%)의 상승률도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커피(6.95%), 소시지(6.36%) 등 대표적인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바나나(11.58%), 키위(8.25%), 감자(7.31%) 등 신선식품과 돼지고기(7.29%), 달걀(6.66%), 국산 쇠고기(5.59%) 등 축산물도 적지 않은 상승폭을 보였다. 미역·고등어(각 9.16%), 낙지(7.43%), 갈치(5.93%) 역시 평균치를 넘었다.

반면 설탕(0.35%)과 밀가루(-0.57%)는 작년보다 소폭 오르거나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 밀가루 등에 대한 정부의 담합 조사 및 물가 안정 기조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선제적으로 설탕과 밀가루 제품에 대한 가격 인하를 결정한 바 있다.

이들을 주요 원재료로 하는 라면과 제과, 제빵업계도 3~4월 중 가격 인하 방침을 밝힌 상태다. 식용유 제조업체들도 이달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이 중에서 라면(7.46%)은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았다. 그 밖에는 빵(1.71%), 비스킷(-0.04%), 사탕(-0.96%), 물엿(-9.08%), 식용유지(-9.70%) 순이었다.

이례적 쌀 부족 현상·가축감염병에 가격 출렁

쌀, 현미, 찹쌀 등 양곡류는 식품 중에서도 비교적 물가지수 상승률이 높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쌀 10㎏ 평균 소매가격은 전년(2만9622원) 대비 22.6% 오른 3만6316원이다. 평년(2만9169원)과 비교하면 24.5% 오른 금액이다. 20㎏ 기준 소매가격은 6만2669원으로, 전년(5만5310원) 대비 13.31% 올랐다. 평년(5만2882원)보다는 18.51% 상승한 금액이다.

쌀 20㎏ 가격은 작년 9월(6만2839원) ‘심리적 저항선’인 6만원대에 진입한 이후 7개월째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 6만6127원까지 오른 뒤 잠시 하락하는 듯했으나, 올해 들어 6만3000원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쌀값 상승의 원인은 이례적인 ‘쌀 부족’ 때문이다. 농업계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초과 생산량(5만6000톤)을 크게 웃도는 26만톤에 대한 시장 격리를 결정하면서 전국적인 쌀 부족 현상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2025년에도 쌀 10만톤 격리를 결정했다. 하지만 공급 불안이 이어지자 올 초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축산물 물가는 3대 가축질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강원 강릉과 철원 등에서 ASF가 발생했고, 인천 강화 한우농장 등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고병원성 AI는 평년과 달리 기온이 오른 3월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달에만 전북 김제, 경기 포천, 경북 봉화 등 6개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축산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24일 기준 한우 1+ 등급 안심의 100g당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1만5804원이다. 전년(1만3630) 대비 15.9% 올랐다. 평년(1만3979원)과 비교해도 13% 오른 가격이다. 등심은 1만2269원으로 전년(1만820원) 대비 13.4% 상승했다. 한우 사육·도축 물량 감소에 이어 구제역 피해가 겹치며 가격이 상승했다.

국내산 돼지고기 100g당 가격은 2610원으로 전년(2576원) 대비 1.3% 올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앞다리살 가격도 1564원으로 전년(1431원)보다 9.3% 높아졌다. 국내산 육계 1㎏의 전국 평균가격은 6650원까지 올랐다. 전년(5855원) 대비 13.6% 상승한 가격이다. 이번 감염병 사태로 돼지는 15만마리 이상, 닭(육용종계)은 3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감염 농장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방역 및 이동 제한 조치도 수급에 악재로 작용했다.

달걀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번 동절기 살처분된 산란계 수가 1000만마리에 육박하면서 직격타를 맞았다. 1년 전(483만마리)의 2배 이상이자, 2~3년 전의 4배에 가까운 규모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다. 24일 기준 일반란(특란) 30구의 전국 평균 소비자 가격은 6923원으로, 7000원 문턱을 기록했다. 전년(6554원)보다 5.6% 오른 가격이다. 부산(7626원), 광주(7429원), 강원(7119원), 서울(7045원)에서는 이미 7000원을 넘었다. 정부가 수입산 계란을 공급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가격은 잡히지 않고 있다.

외식물가도 고공행진…전문가들 “더 오른다”

고공행진 하는 식품 물가는 외식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지난 1년간 김밥 가격이 7.4%로 가장 많이 올랐다. 뒤를 이어 칼국수(5.3%), 삼계탕(4.7%), 삼겹살(4.3%), 냉면(3.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겹살 1인분(200g) 평균 가격은 2만1141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대를 보였다. 삼계탕은 1만8154원, 칼국수는 9962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평가 항목 중 식품류와 같은 식탁 물가가 경기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는 평균 물가인 반면, 식탁 물가는 체감 물가라 다르게 움직이는 특성을 보인다”며 “특히 식탁물가는 날씨 등 영향으로 10~30%까지 변동폭이 큰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병률 한국농산미래연구원 원장도 “식품은 경제 불안정성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기후 요인으로 국내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물가 상승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장은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물류 운송비 상승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물량이 부족하다’는 정서적인 불안감이 퍼지면서 가수요가 붙으면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원유 가격이 올라가면서 시차를 두고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며 “농산물부터 외식물가까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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