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드리운 엡스타인의 그림자[송석록의 생각 한편]

송석록 경동대학교 교수 송석록 경동대 교수 (독일 루르대학교 스포츠학 박사) 2026. 3. 2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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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에게 퉁격을 준 제프리 엡스타인 스캔들이 스포츠계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엡스타인은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자처하며 주류 사회의 권력과 결탁해 또 다른 괴물들을 만들어냈다. 인간의 타락한 욕망을 끊임없이 감추며 거래하는 거물들이 속속 드러났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권력의 정점들로 인해 사회 시스템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 전형적인 사례이다.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2028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LA올림픽 조직위원회(LA28) 위원장인 케이시 와서먼(Casey Wasserman)이 그 중심에 있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권력의 탐욕을 믿으며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자들의 타락한 순환이 사회의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한다.

송석록 경동대 교수

■ 올림픽에 드리운 엡스타인의 그림자

로스앤젤레스는 202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으며 LA28 위원장인 와서먼은 엡스타인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 그는 2003년 엡스타인의 개인 비행기를 이용하고 기슬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 )과는 부적절한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맥스웰은 유죄 판결을 받아 20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미국 법무부가 1월 30일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 워서먼의 성이 100회 이상 등장한다. 과연 와서먼이 LA올림픽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조직을 총괄할 태스크포스를 자신의 직속 지휘하에 두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 괴물이 된 엡스타인과 함께 한 권력자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인신매매 및 성범죄로 수십 명의 소녀에게 성적 학대를 가한 인물로 2019년 복역 중에 사망했다. 그는 맥스웰과 공모하여 1998년부터 2019년 사망 전까지 그가 소유한 리틀 세인트 제임스 섬(Little Saint James)을 범죄의 장소로 활용하여 수많은 유력 인사를 초청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직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과 빌 게이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겸 하버드 총장, 영국 요크 공작 앤드루 등 수많은 정치인, 기업가, 금융, 언론, 엔터테인먼트 권력자들이 연루되었다.

스포츠계의 많은 거물들도 언급되고 있다. NFL 뉴욕 자이언츠 공동 구단주 스티브 티시는 엡스타인과 노골적인 여성 만남을 주고받은 이메일이 발견되었다.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공동구단주인 토드 보엘리는 엡스타인과 만났고 NBA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NHL 뉴저지 데블스, NFL 워싱턴 커맨더스의 구단주이자 영국 크리스털 팰리스의 투자자인 조지 해리스이 엡스타인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제자동차연맹(FIA) 전 회장인 장 토드도 엡스타인과 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 로스엔젤레스의 올림픽

올림픽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 시장 카렌 배스(Karen Bass)와 의회는 LA28 위원장 와서먼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LA28조직위는 그의 위원장직을 유지시키며 와서먼은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와서먼은 그의 소유인 에이전시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문화계 인사들이 그를 비판하고 있으며 실제 그의 소속사를 떠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 미국 미식축구 선수 애비 웜바흐가 에이전시를 떠났다. LA올림픽을 앞두고 와서먼은 올림픽 운동에 적합한 인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관망하고 있으나 그는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성범죄와 폭행으로 체육지도자 자격이 박탈된 222명이 여전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체육회의 관리 부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권고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며, 문화체육관광부가 강력한 제도적 조치와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괴물의 출현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설계해 왔지만, 권력형 범죄는 여전히 제도의 빈틈을 파고든다. 따라서 사회적 감시 기능을 촘촘히 활성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엡스타인 사건이 드러낸 권력과 부의 결탁은 스포츠와 올림픽까지 흔들며 투명성과 책임성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 행사와 이를 주관하는 기관은 권력형 범죄와 결탁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책무를 져야 하며, 사회 전체가 감시와 책임의 원칙을 공유해야 한다. 결국 사회와 올림픽 정신을 지켜내는 길은 권력형 범죄를 단호히 차단하고,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며, 투명성과 책임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데 있다.

<송석록 경동대학교 교수

송석록 경동대 교수 (독일 루르대학교 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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