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지고 잇몸만 남아 방치돼도 사람에게 안기려는 포메… 구조 3년 뒤 근황
편집자주
시민들이 안타까워하며 무사 구조를 기원하던 TV 속 사연 깊은 멍냥이들.
구조 과정이 공개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면 어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보호자와 어떤 만남을 갖게 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아직 보호소에만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새 가족을 만날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없을지..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며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마음을 품었지만 직접 알아볼 수는 없었던 그 궁금증, 동그람이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아얏…! 어?"
간식을 향해 달려드는 게 여느 개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지난 3일 경기 남양주시 동물자유연대 보호소 '온센터'에서 만난 '하쿠'(11)는 그 과감함이 남달랐습니다. 간식을 쥐고 있는 촬영팀의 손가락까지 덥석 입안으로 가져간 겁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하쿠에게 물린(?) 다음이었습니다. 손가락에 통증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손가락에는 개의 딱딱한 이빨이 아닌 물컹한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하쿠의 잇몸이었습니다.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면 된다'는 말은 하쿠에게 비유가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앞니도 송곳니도 없어 식사는 잇몸 끄트머리에 남은 어금니에 의존해야만 했습니다. 먹는 문제가 아니어도 개에게 이빨은 물체를 탐색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자신을 지킬 방어수단이기도 합니다. 하쿠는 이 모든 것을 잃은 채 남은 생을 살아야 합니다.
걱정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쿠는 이불 위에 발라당 누우며 배를 내밀었습니다. 사람에게 자신을 만져달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하쿠는, 3년 전 활동가들과 마주할 때와 한치도 다름없었습니다.
중성화 없이 계속된 번식… 연민이 불러온 비극
지난 2022년, 충남 아산시의 한 민가. 지역 주민들로부터 걸려온 다급한 구조 요청에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급히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가정집에서 개를 키우고 있는데 100마리가 넘는 것 같아요.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구조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지역 동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현장을 마주하자마자 모두가 혀를 내둘렀습니다. 제보자들이 전한 상황보다 개들의 건강은 좋지 못했습니다. 한눈에 봐도 이 동물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외상은 전형적이었습니다. 서로 개들끼리 싸우다 입은 것으로 보이는 물림 상처였던 겁니다.

현장에서는 새끼를 품고 있는 개들도 발견됐어요. 그만큼 개들끼리 암수 구분도 없고, 중성화도 안 됐다는 얘기죠.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홍보캠페인팀장
개들이 대책 없이 불어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새끼 강아지를 어딘가에 팔기 위해 개를 키우는 '번식장'이거나, 어쩌다 길을 떠도는 개 한두 마리를 거둬들인 뒤 방치하는 경우입니다. 이곳의 집주인은 후자였습니다. 집주인은 개들을 불쌍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개들의 복지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개들의 본능이라는 이유를 들며 중성화수술도 하지 않았죠.
전형적인 '애니멀 호더'로부터 동물을 구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다른 학대범에 비해 구조대상 동물에 대한, 애착을 넘어 집착까지 보이는 까닭입니다. 구조에 참여했던 이민주 팀장도 당시 집주인 노부부로부터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돌아봤습니다. 하지만 지자체 담당자, 동물단체 활동가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동물들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게 됐습니다.
다른 개가 배설한 대변을 먹어야 할 만큼 제대로 된 먹거리가 없는 지옥이었음에도, 미지의 존재에게 안겨 이곳을 벗어나는 일은 개들에게 두려움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개들이 사람의 손을 잘 타지 않은 까닭에 빠른 걸음으로 종종거리며 도망치기 일쑤였고, 활동가들은 원치 않게 숨바꼭질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 숨바꼭질 과정에서 이 팀장의 눈에 들어온 개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벽 틈에 숨어 주둥이만 빼꼼 내밀고 있는 검은 강아지 한 마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저 개도 낯선 사람을 피하려고 그러나 보다' 싶었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개는 폴짝폴짝 뛰며 사람을 반겼습니다. 마치 자신을 안아달라고 말하듯.
개보다 사람이 좋아… 설령 혼자 지내더라도
온센터로 옮겨진 검은 개는 '하쿠'라는 새 이름을 받았습니다.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다'는 스와힐리어 단어 '하쿠나 마타타'에서 따온 이름이었습니다.

이름은 마치 주문과도 같았습니다. 구조 직후 실시한 건강검진으로 확인된 하쿠의 몸 상태가 '만신창이'라는 표현도 모자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장사상충 양성 반응, 녹아버린 턱뼈, 불안정한 슬개골 등의 문제가 보였습니다. 이미 잇몸만 남아버린 치아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삶에는 부디 걱정거리가 없기를, 주문을 외듯 이 개를 부르자는 활동가들의 마음이 담긴 겁니다.
그러나 정작 함께 살아가다 보니 하쿠보다는 돌봄 활동가들에게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다른 개들과 분쟁을 빚는 하쿠의 성격 탓이었습니다.
자꾸 다른 개들을 보면 으르렁대곤 해요. 사실 하쿠가 공격한다고 해서 다른 개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못하죠. 이빨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하쿠의 행동을 다른 개들이 불편하게 느끼다 하쿠를 공격하면 오히려 하쿠에게 안 좋을 수 있으니까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죠.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홍보캠페인팀장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하쿠에게 '독방'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독방은 바로 윤정임 온센터 센터장의 사무실이었습니다.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원하는 하쿠에게는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으며 더욱 의기양양하게 지내게 됐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입니다. 개들이 모여 있는 곳보다는 한 가정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지내는 게 하쿠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하쿠가 귀찮아할 때까지 애정을 줄 수 있는 분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정확히는 하쿠가 사람의 손길을 귀찮아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기도 해요. 그만큼 하쿠가 새 가족과 서로 애정을 듬뿍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홍보캠페인팀장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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