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지도 몰라서...' 양효진의 6935일, 차마 떼지 못한 발걸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26일 늦은 밤, 수원실내체육관의 조명이 평소보다 무겁게 내려앉았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소리와 함께 현대건설의 패배가 확정된 순간, 코트 위의 시계는 잠시 멈춘 듯했다.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의 패배. 장충에서 열릴 2차전마저 내어준다면, '수원의 심장' 양효진이 홈 팬들 앞에 서는 것은 이날이 마지막이다.
전광판의 숫자는 차갑게 멈춰 있었지만, 관중석을 가득 채운 온기는 식지 않았다. 이미 은퇴를 선언하고 배구 인생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는 양효진은 코트 한가운데 서서 떨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지난 2007년, 앳된 얼굴로 처음 수원 유니폼을 입었던 18세 소녀가 어느덧 한국 배구의 거목이 되어 서 있는 그곳에는 19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녀는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승리했을 때나 패배했을 때나 늘 같은 자리에서 자신을 지켜봐 준 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려는 듯, 관중석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 속에서 그녀의 눈시울은 이내 붉어졌다. 화려한 블로킹 득점도, 승리의 환호성도 아니었지만, 팬들을 향해 허리 숙여 전하는 깊은 인사는 그 어떤 공격보다 묵직하게 코트를 울렸다. 승리의 기쁨을 나눴던 환희의 순간들,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자신을 일으켜 세웠던 응원의 목소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양효진에게 수원은 단순한 연고지가 아닌 청춘의 전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유망주가 '블로퀸'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수많은 부상과 좌절을 이겨내고 정상에 서기까지 그녀의 곁에는 늘 수원의 바람과 팬들의 응원이 있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홈 코트를 손으로 슬며시 쓸어내리는 그녀의 손끝에는 지나온 19년의 기억이 묻어나는 듯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그녀의 퇴근길을 지켰다. 원망 섞인 목소리 대신 "고생했다", "고맙다"는 따뜻한 격려가 배구장을 메웠다. 양효진은 말없이 가슴에 손을 얹고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이며 박수 쳤다. 그것은 벼랑 끝에 몰린 선수의 작별 인사가 아니라, 19년이라는 긴 동행을 함께해준 이들에게 전하는 가장 진심 어린 감사였을 것이다.

이제 그녀의 시선은 2차전이 열릴 장충으로 향한다. 2차전에서 승리해 다시 수원을 찾겠다는 의지, 혹은 선수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가 섞인 뒷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 보였다.
19년 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된 한 소녀의 기록. 그 위대한 여정의 마침표가 어디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오늘 수원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운 온기는 양효진이라는 이름과 함께 영원히 수원 코트에 남을 것이다.
현대건설 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수원의 19년, 당신이 있어 우리는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은퇴를 선언한 양효진이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후 홈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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