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조폭 엮으려…검·경이 '파타야 주범' 회유
김, 옥중에서 부친에게 보낸 편지 통해 주장
검사 "중앙지검 가장 핫한 게 이재명 연루설"
경찰 "도피할 때 이재명 도움 받지 않았나?"
검찰 조사 과정에 "몇 달 뒤 '그알' 추가 보도"
김형진 "이재명과 직접 연락해 돈박스 전달
말도 안되는 얘기이고 헛소리" 법정서 증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018년 7월 11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박철민의 '이재명 조폭 연루설' 허위 폭로 결심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했으며, 그를 변호했던 장영학 변호사의 1심 무죄 판결에 근거로도 사용된 것을 봤을 때 두 폭로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봉지욱 기자가 지난 24일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주장한 내용이었다.
봉 기자는 박철민이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에게 '이재명을 잡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설득하는 과정에 국민의힘 관계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이낙연 캠프', 심지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도 들먹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파타야 살인 사건을 저질러 징역 17년형을 선고받고 순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김형진에게도 접근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김형진을 고발했다는 내용도 보탰다.
봉지욱 기자는 26일 '최욱의 매불쇼'에 다시 출연, 윤석열 정부의 검찰과 경찰이 김형진에게도 이재명의 '조폭 연루설'을 인정하는 증언을 해준다면 감형을 해주겠다며 회유에 나섰다고 추가 증거들을 제시했다. 그는 김형진이 수감 중에 부친에게 보낸 편지들을 증거로 들었다. (다만 편지 겉봉을 뜯어버린 상태라 수신 날짜를 밝히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놀랍게도 김형진은 검사의 이름까지 적시하며 "이재명과 조폭의 뇌물(20억 원) 수수 등 커넥션을 허위로 인정하는 증언을 해준다면 '살인죄'가 아닌 '치사죄'로 10년가량의 구형을 해주겠다는 형량거래를 했으며 이후에도 계속 정치 검찰은 이 사건을 이용했다"고 적었다. 봉 기자는 검찰의 회유한 시점을 대략 2022년 5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전으로 봤다.

공동공갈죄 등으로 징역 4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박철민이 2021년 12월 1일자로 이준석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형진 등을 수원지검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미 돈다발 사진이 허위 조작된 것임이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장영학 변호사가 같은 해 10월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에게 20억 원이 건네졌다고 허위 폭로를 한 뒤에 공익제보(자수 및 고발)를 한 것이었다.
이준석 대표가 응하지 않자 박철민은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서울 시의원으로 세 차례나 당선돼 국민의힘에 아는 이들이 많았고 장영학 변호사와도 가까이 지내던 부친을 끌어들여 폭로전을 이어갔던 것이다.

박철민은 '8. 범인은닉 등' 제목 아래 "김형진이 살기 위해 이준석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이재명님에 대한 돈 전달책과 형님(이준석)의 심부름꾼 역할을 충실히 했다"며 "이재명님은 김형진이 자신과 이준석 등 (성남)국제(마피아)파와의 공생관계를 잘 알고 있어서 김형진이 붙잡히면 그 공생관계가 드러날 것을 염려하여 자신의 인맥 등을 동원하여 김형진이 태국에서 베트남으로 도피하도록 도왔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박철민은 또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도피하려던 중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으로 파문이 크게 일자 이재명님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의 약화를 우려하여 그 파문을 가라앉힐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 일환으로 김형진의 살인죄를 빼는 것으로 작업한 후, 김형진을 설득하여 베트남에서 자수하도록 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일 때 검찰이 김형진의 살인사건에 대하여 소극적이었던 것도 이재명님이 검찰에 작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이어 "김형진이 계속 함구하고 있는 것은 이재명님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의 사면이나 자신의 형량 등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망상에 가까운 얘기까지 늘어놓았다.

김형진은 부친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 받을 때에도 "국제마피아파 고문이 이재명 맞지 않냐, 당신은 전 행동대장이었고, 현재 국제마피아파 부두목이 맞지 않냐, 살인 사건이 발생한 뒤 선배 조직원과 이재명에게 따로 연락하였고 도피할 때 이재명 전 성남시장에 도움을 받은 게 맞지 않냐는 추궁을 받았다"고 적었다.





박철민이 망상에 근거해 늘어놓은 주장을 당시 검찰과 경찰이 김형진에게 형량거래를 하자며 거짓된 진술을 해줄 것을 바라거나 회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이 각각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유력 후보나 낙선한 유력 정치인 이재명 옭아매기에 진심이었다는 점 말고 또하나 의문점이 있다. 봉지욱 기자가 26일 '매불쇼'에서 얘기했듯, 검찰은 어떤 경로로 몇 달 뒤 '그알'이 관련 추가 보도를 할 것이라고 알게 됐을까 하는 점이다. 김형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알'의 추가 보도를 미끼로 던진 셈이었다.
봉 기자는 지난 24일 '매불쇼'에 출연했을 때도 검찰이 '그알' 제작진에게 접촉해 제작 과정에 파악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다며 이 일은 상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얘기한 일이 있다. 하지만 추가 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중요 사건 관련자를 회유하려 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박철민의 헛소리와 망상 하나로만 '조폭 연루설'이 그토록 집요하게 '이재명 죽이기'에 활용된 과정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찰과 경찰, 언론의 합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