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 밸리의 별이 지다”…파리의 심판 50주년 앞두고 떠난 ‘메를로 전설’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파리의 심판’ 성공 신화로 나파 밸리 재건 박차
50년 동안 미국 와인 산업 눈부신 발전 거듭해
‘파리의 심판 둥이’ 덕혼, 메를로 품종으로 성공
와이너리 창립자 댄 덕혼 지난달 87세 일기로 타계


2009년 1월 20일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오찬. 모두 3종의 와인이 오르는데 코스 첫 번째 메뉴 해산물 스튜에는 상큼한 산도와 열대 과일향이 일품인 화이트 와인 덕혼 나파 밸리 소비뇽 블랑(Duckhorn Napa Valley Sauvignon Blanc) 2007 페어링됩니다. 두 번째 메인 메뉴 꿩·오리 요리로 곁들인 와인은 라즈베리·크랜베리의 과일향과 말린 허브향, 흙향이 어우러지는 골든아이 앤더슨 밸리 피노누아(Goldeneye Anderson Valley Pinot Noir) 2005입니다. 디저트 애플 시나몬 케이크에는 스파클링 와인 코벨 내추럴 스페셜 이노거럴 퀴베(Korbel Natural Special Inaugural Cuvée)가 나옵니다. 이중 덕혼 소비뇽 블랑과 골든아이 피노누아가 모두 덕혼 빈야즈 와인입니다. 이날 오찬에 오른 와인들은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컬트 와인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프리미엄급(50~100달러선) 와인으로, 이후 덕혼 와인들은 대중적인 와인으로 큰 인기를 끌게됩니다.

덕혼 설립 당시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는 약 40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암흑기였습니다. 필록세라, 금주령, 2차 세계대전 등의 영향으로 와인산업이 황폐화된 상태였는데, 덕혼은 파리의 심판 성공으로 시작된 와이너리 설립 붐에 합류해 향후 50년 미국 와인 산업의 재건을 이끕니다.



와이너리 이름 네이밍 스토리가 재미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설립자의 성이 ‘Duckhorn’으로 단어를 분해하면 ‘Duck + Horn’으로 오리가 이름에 들어갑니다. 댄 덕혼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와이너리를 시작하면서, 이를 직관적으로 상징할 수 있는 오리를 로고로 선택했습니다. 또 댄은 평소 오리 목각 인형 디코이(Decoy)를 열정적으로 모으는 수집가였습니다. 나중에 덕혼의 세컨드 브랜드 ‘디코이(Decoy)’가 탄생한 배경입니다. 실제 디코이 와인 레이블에는 그가 수집하던 고전적인 오리 목각 인형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덕혼 그룹의 공식 이름은 ‘덕혼 포트폴리오(The Duckhorn Portfolio)’로 미국 와인 역사를 대변합니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워싱턴, 오리건 주에 모두 11개 와이너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9개의 최첨단 양조 시설, 5개의 시음실 및 38개 지역에 걸친 2200에이커 이상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1976년 설립된 그룹의 모태이자 나파 밸리의 아이콘입니다. 당시 비주류였던 멀롯(Merlot)을 단일 품종 와인으로 격상시킨 주역으로, 특히 ‘쓰리 팜스 빈야드’ 메를로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합니다.
▶패러덕스 (Paraduxx)/나파밸리
나파 밸리의 레드 블렌드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진판델 등 서로 다른 품종을 현대적으로 블렌딩하여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입니다.

‘이동’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최고의 산지를 찾아서 와인을 만듭니다. 주로 나파밸리 최남단 카르네로스 등 서늘한 기후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에 집중하며, 세련된 산미와 균형감이 특징입니다.
▶포스트마크(Postmark)/나파밸리
나파 밸리의 테루아를 정직하게 담아내며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

덕혼의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에브리데이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소노마 카운티를 기반으로 다양한 품종을 생산하며, 최근에는 상위 라인인 ‘디코이 리미티드’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디코이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입니다.
▶소노마 커트러(Sonoma-Cutrer)/소노마 카운티
최근 포트폴리오에 합류한 샤르도네 명가입니다. 소노마 코스트의 서늘한 기후를 활용해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레스토랑 와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골든아이(Goldeneye)/앤더슨 밸리
멘도시노 카운티의 서늘한 앤더슨 밸리에서 최상급 피노 누아를 생산합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사용되면서 ‘덕혼의 피노 누아 마스터피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덕혼은 창립 이후 약 20년간 보르도 품종에 집중했는데 골든아이는 덕혼 포트폴리오의 첫 번째 피노 누아입니다.

2011년 와인 스펙테이터 1위를 차지한 전설적인 피노 누아 생산 와이너리입니다. 러시아 리버 밸리, 소노마 코스트 등 캘리포니아 최고의 피노 누아 산지를 선점해 컬트급 와인을 선보입니다.

미국 피노 누아의 선구자 조쉬 젠슨이 설립한 와이너리입니디. 특히 석회질 토양의 마운트 할란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는 프랑스 부르고뉴와 흡사한 미네랄리티와 우아함을 보여줍니다.

워싱턴주 최고의 산지로 꼽히는 레드 마운틴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생산합니다. 척박한 토양에서 오는 강렬한 풍미와 구조감이 일품입니다.
▶그린윙(Greenwing)/워싱턴 주 콜롬비아 밸리·오리건 주 윌라맷 밸리
워싱턴주 콜롬비아 밸리에서 신선한 과실미와 접근성 좋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선보입니다. 2025년 12월에 오리건주 대표 산지 윌라멧 밸리에서 생산되는 피노 누아와 피노 그리를 새롭게 선보이며 영역을 오리건까지 확장합니다.

파리의 심판 50주년과 덕혼 50주년를 맞아 덕혼 포트폴리오에 1987년 합류한 칼 코브니(Karl Coveney) 수출이사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코브니 이사는 덕혼 50부년 스페셜 레이블 와인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중이라고 소개합니다. “아시아 시장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본이 한국의 뒤를 이을 정도로, 덕혼 입장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랍니다. 올해는 파리의 심판 50주년과 덕혼 설립 50주년 겹치는 특별한 해로 덕혼 뿐 아니라 나파밸리 와인 전체 생산자에게 매우 특별한 해랍니다.”


허클베리, 무화과 잼, 크랜베리의 진한 과실 향에 코코아와 장미 꽃잎의 화사함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숲, 흙, 삼나무 풍미가 더해집니다. 팔렛에선 블랙베리, 체리, 당밀의 농축미를 중심으로 쓰리 팜스 특유의 젖은 슬레이트 같은 미네랄리티가 세련된 구조감을 만듭니다. 풍부하고 우아하며, 벨벳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탄탄한 산도와 구조 덕분에 향후 10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합니다. 메를로 87%, 카베르네 소비뇽 11%, 말벡 1%, 카베르네 프랑 1%. 프렌치 오크 18개월 숙성(새 오크 75%, 중성 오크 25%).
나파밸리 칼리스토가 AVA의 쓰리 팜스 빈야드는 덕혼을 대표하는 싱글빈야드로 메를로 중심이지만 카베르네 소비뇽, 쁘띠 시라, 카베르네 프랑도 함께 재배합니다. 바다와 산 사이에 위치해 과도한 열기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고 총 13개 플롯으로 구성됐습니다. 토양과 수령이 모두 달라 약 6주에 걸쳐 세심하게 손수확합니다.

매혹적인 꽃과 레드베리, 블랙베리, 레드 커런트, 자두 등 잘 익은 과일향이 전형적인 나파 밸리 메를로의 향긋함을 보여줍니다. 세이지 같은 달콤한 허브향, 감초, 샌달우드, 다크초콜릿도 더해집니다. 입안에서는 유연하고 세련된 질감을 선사하며, 과실미와 탄닌이 매끄럽게 어우러집니다. 활기차고 긴 여운을 남기며, 세심한 양조 과정을 거쳐 완벽한 균형미를 보여줍니디. 메를로 85%, 카베르네 소비뇽 13%, 카베르네 프랑 2%. 프렌치 오크 15개월 숙성 (새오크 40%, 중성 오크 60%). 오크 놀(Oak Knoll), 카르네로스(Carneros) 칼리스토가(Calistoga), 욘트빌(Yountville) 세인트 헬레나(St. Helena) 등의 포도로 만듭니다.

매혹적인 블랙 체리와 카다멈 향으로 시작해 카시스, 은은한 바닐라와 향신료의 풍미가 층을 이룹니다. 입에서는 무화과 잼, 보이즌베리 파이의 풍부한 맛이 느껴지며 다크 초콜릿, 모카, 흑연, 스파이시한 코코아 풍미, 세련된 오크의 뉘앙스가 조화를 이룹니다. 부서진 돌의 미네랄리티가 돋보이는 풀바디 와인으로 파우더 같은 탄닌과 집중력을 잃지 않는 긴 여운이 돋보입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94%, 멀롯 5%, 카베르네 프랑 1%. 프렌치 오크에서 16개월 숙성. 오크놀(Oak Knoll), 칼리스토가(Calistoga), 러더포드(Rutherford) 포도로 만듭니다.

신선한 레몬그라스, 잘 익은 배, 말린 사과, 약간의 정향, 미세한 생강 향이 매혹적으로 피어오릅니다. 입에서는 층층이 쌓인 시트러스 풍미와 크림 브륄레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며, 짭조름한 미네랄리티가 은은하게 피어나며 깊이를 더합니다. 발효와 숙성을 모두 배럴에서 진행해 부르고뉴 스타일 가깝게 만든 클래식 와인입니다. 프렌치 오크에서 발효할 때 효모 앙금 저어주기(Lees stirring) 기법으로 볼륨감을 더합니다. 발효는 오크 배럴 90%,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발효 10%이며 프랑스 오크에서 10개월 숙성(새 오크 40%, 두 번째 사용 오크 30%, 중성 오크 60%). 카르네로스 오크 놀 등 나파밸리남부의 서늘한 지역의 포도로 만듭니다. 카르네로스 포도로 신선함을, 세인트 헬레나 포도로 열대 과실 풍미를 더해 밸런스를 맞춥니다. 전체적으로 나파 밸리 전 지역 포도를 활용해 복합미와 미네랄을 강조합니다.

잔을 흔드는 순간 레몬 제스트, 구아바의 화사한 향이 퍼지며, 새콤한 과일 향에 향긋한 꽃 내음이 살짝 섞인 듯한 키 라임 꽃의 섬세한 뉘앙스가 층을 이룹니다. 신선한 멜론의 풍미가 중심을 잡으며, 활기찬 산미가 와인에 에너지와 정교함을 더합니다. 실크처럼 매끄러운 질감이 특징이며, 젖은 돌의 은은한 미네랄리티가 더해진 깔끔하고 집중력 있는 피니시로 마무리됩니다.
소비뇽 블랑 86%, 세미용 14%. 포도는 나파 밸리 50%, 소노마 카운티 25%, 알렉산더 밸리 25%. 발효는 스틸 탱크 94%, 새 프랑스 오크 6%. 5개월 동안 효모 앙금 숙성(Sur Lies)을 통해 볼륨감을 더합니다. 덕혼 소비뇽 블랑은 보통 보르도 처럼 세미용을 블렌딩해 일반적인 소비뇽 블랑보다 더 풍부한 질감을 구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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