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7년 묵었지만 꼭 보여주고 싶은 사장님 심정, 영화 ‘끝장수사’

신정선 기자 2026. 3.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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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95번째 레터4월2일 개봉하는 영화 ‘끝장수사’입니다. 이번 레터 제목을 글자수 제한 때문에 다 못 적었네요. 다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7년 묵었지만 꼭 보여주고 싶은 사장님 심정, 보고 나니 이해가 되네요’. 흔히 말하는 창고영화, 2019년에 촬영했으니 7년이나 된 영화인데 지금이라도, 이제라도, 꼬오옥, 극장에서 보여주고 싶은 제작사 사장님의 마음, 시사를 보고 나니 알 것만 같았습니다. 괜찮거든요. 충분히 즐기실 만한 유쾌하고 부담없는 코믹 범죄 수사극입니다. 이 영화 개봉을 아직 모르시거나, 창고영화라던데 예매해도 될까 망설이신다면, 그 예매 버튼, 눌러보시길 추천합니다. 어떤 영화이기에 그런지 살짝 말씀드려볼게요.

영화 '끝장수사'에서 베테랑 형사로 출연한 배성우와 신참 형사 정가람. 정가람이 물정 모르는 신참으로는 너무 잘생긴게 아닌가 했는데 둘이 은근히 궁합이 맞고 잘 어울립니다./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모든 영화는 사람만큼이나 자기의 운을 타고나는 거 같습니다. 2019년 6월 촬영을 시작한 ‘끝장수사’는 코로나에다 주연 배우의 음주운전 논란까지 겹치면서 창고행이 됐습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7년. 너무 오래되면 극장행을 포기하기도 하는데 ‘끝장수사’는 다행히 관객을 만나게 됐습니다. 덕분에 저도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봤네요.

시사 전에 기대치가 높진 않았습니다. 포스터. 이게 최선인가요. 카피. ‘하나의 사건, 두 명의 용의자’. 한 사건에 용의자 두 명 이상은 흔한 건데 그게 뭐. 영화가 범작 이하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 여러 사전 정보 탓에 의무감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만든 사람들의 실력까지 그렇진 않았습니다. 과욕을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각본과 연출 덕에 7년이나 지났는데도 촌스럽지 않습니다. 초반에 던져놓은 사건의 실마리도 깔끔하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배우들도 다들 각자 몫을 해서 균형이 잡혀있고요. 특히 윤경호씨. 아마도 보시고 나면 윤경호씨의 차기작을 기다리시게 될걸요. 정가람씨는 지나치게 잘생겨서 혼자 튀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배성우씨와 잘 맞아서 베테랑과 신참 형사라는 익숙한 조합을 안정적으로 받힙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잠깐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주인공인 베테랑 형사(배성우)가 한때 잘 나가다가 일이 꼬이면서 지방으로 좌천됐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동네 깡패를 어설픈 증거로 잡아들이려하는 걸 보면 큰 사건도 없고 따분해 보이네요. 그런 그에게 재벌 2세에 인플루언서 출신인 신참(정가람)이 후배로 들어옵니다. 돈도 많고 인기도 많고 잘생겼는데 머리도 좋은지 경찰시험에 수석 합격한(영화잖아요) 인재입니다. 괴롭혀서 사표를 쓰게 하려던 즈음, 둘에게 첫 사건이 주어지는데 교회에서 4만8700원을 훔쳐서 달아난 좀도둑 검거건입니다. 좁은 시골에서 도둑은 싱겁게 잡히는데 범인의 가방에서 발견된 망치 한 자루 때문에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영화 '끝장수사'에서 가장 돋보인 배우 윤경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수감된 그, 억울해보이는 저 얼굴 뒤에 그는 무엇을 감추고 있을까. 영화를 보시고 나면 배우 윤경호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가 되실 것 같습니다./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끝장수사’의 원래 제목은 출장수사였습니다. 두 형사가 망치 한 자루에서 출발한 실마리를 따라 서울 강남으로 출장 가서 수사를 하거든요. 뜻으로는 출장수사가 더 맞아보이는데 제목으로는 좀 더 강한 어감을 원했나봅니다.

강남경찰서 하면 이미지 떠오르시죠. 술집이나 조폭과 결탁한 비리 경찰이 있을 거 같고, 돈봉투 받고 고위층 사건사고를 덮어주는 경찰 간부가 다닐 거 같고. ‘끝장수사’의 강남 경찰도 배성우와 정가람의 수사를 방해하려고 애를 씁니다. 같은 목적을 가진 검사도 있어요. 훼방하는 강남 경찰(조한철)이 검사에게 전화해 말합니다. “영감님, 우리 어차피 한 배 탄 거 아닙니까.” 참 익숙하고, 늘 보던 설정 같으시죠. 그런데 이 지점에서 ‘끝장수사’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운전대를 약간 틉니다. 이건 영화 후반부를 보셔야 아실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이 영화를 살린 개성이자 장점으로 보였어요.

영화 '끝장수사'의 두 형사는 집념이 강한 검사(이솜) 덕분에 수사의 힘을 얻습니다. 알고보면 신참 형사와 구면이었던 검사는 후반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도 줍니다. 지극히 영화적이 설정이긴 한데 뭐 어떻겠어요. 영화잖아요./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앞서 윤경호씨를 기억하시게 될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살인사건 범인으로 억울하게 수감돼 있어요. 그런데 면회간 형사(배성우)에게 “진범 잡으신 거 맞죠?”라며 반기다 못해 흥분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는 진짜로 억울하게 수감된 것일까요. 관객의 의구심을 적당히 자극하면서 묘하게 위협적인 분위기를 윤경호씨가 정말 잘 살렸어요. 개봉 중인 영화 ‘메소드연기’에서 주인공 이동휘(배역명도 이동휘, 실제 배우 이름도 이동휘)의 형으로 보여주는 진솔하고 인간적인 면모와 확연하게 달라서 더 반가웠습니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극장 가는 재미 중에 하나잖아요.

4만8700원 잡범이 이미 종결된 살인사건의 진범이라는 확신을 가진 두 형사. 두 사람이 경험과 두뇌로 사건을 풀어가는 경로는 익숙하지만 미끈합니다. 격렬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연출 없이 이 정도로 안정적인 드라이빙이 오히려 쉽지 않은 선택지는 아니였을지. 더 많이, 더 강하게, 더 세게 보여줘야 눈길을 끌 것 같은 강박을 느끼기 마련이니까요. 거, 기자 양반, 한국영화라고 너무 좋게만 봐주는 거 아니요, 하신다면, 음, 그것보단, 오래된 창고영화라는 사실이 보기도 전에 선입견의 벽을 세우지 않을까 싶어서 말씀드려봤어요. 제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도 있고요. 보기 전엔 모르는 법인데.

극장 나들이의 기회비용에 대한 관객 눈높이가 높아진 요즘, ‘끝장수사’의 경쾌한 초대장이 얼마나 당도할지. 그래도 부담없는 오락영화, 보고나서 기분좋게 일어설 수 있는 대중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끝장수사’가 괜찮은 선택이 되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뵐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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