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변수 이후 북한은 어떻게 움직일까

김창수 2026. 3. 2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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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는 ‘김정은 시대’ 정치노선과 핵전략을 재확인했다. 핵·재래식 병진 전략과 권력구조 개편이 발표됐고, 미국을 향해 조건부 대화 제의도 했다.
북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가 2월19일부터 2월25일까지 평양시 모란봉구역 4·25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조선중앙TV

북한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가 2월19일부터 2월25일까지 평양시 모란봉구역 4·25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북한은 9차 당대회에서 선대를 뛰어넘는 ‘김정은 시대’ 개막을 선포했다. 북한 매체는 이번 대회를 “반만년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위대한 승리를 이룩한 새로운 시대의 탄생”이라고 정의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점이다. 이일환 노동당 비서는 “지난 5년은 해방 후 75년과도 뚜렷이 구별되는 성과를 거두었다”라고 평가했다. 선대 지도자들도 완수하지 못한 “세기적인 낙후성과 불균형의 질곡”을 청산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대회가 끝나고 사흘 뒤,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다.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한 노동당으로서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한 시점에, 북한이 당대회 성과를 대외적으로 홍보하면서 외교적 자산으로 삼을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베네수엘라나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지도부를 제거하는 일종의 ‘참수 작전’이었다. 북한은 이를 지켜보며 내부적으로 국방 태세를 점검했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최고존엄 결사옹위’ 차원에서 대비책을 세웠을 것이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할 만도 한데, 공식적으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그쳤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비교적 위상이 낮은 형식이다. 더구나 공격 주체에 대해서도 북한은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적 공격과 그에 합세한 미국의 군사행동”이라며 초점을 이스라엘에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여기에는 북한의 복잡한 속내가 있다.

2019년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과 트럼프 4월에 만날까?

9차 당대회를 마친 북한은 본격적으로 대미 협상에 나설 채비를 갖추었다.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회담 제의에도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9차 당대회에서 몸집을 키우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9차 당대회를 통해 국방력 강화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자신의 군사력을 실전에 사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은 헌법에 명기된 자신들의 지위를 미국이 존중하고 적대 정책을 철회한다면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다는 조건부 대화 의사를 밝혔다.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적대 정책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제재 완화와 한·미 합동 군사연습 중단을 의미한다. 나아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국제 핵군축 협상에 참여하면서 미국과 수교를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오는 4월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첫걸음으로 조건부 대화를 제기한 셈이다.

물론 ‘이란 공격 변수’가 북한의 발걸음을 붙잡을 수도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설령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리더라도 정상회담의 의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은 샅바 싸움을 할 것이다. 이란 변수에 따라 북한이 움직일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침략 행위라고 공격하면서도 한편으로 협상 전술을 시도할 것이다. 핵능력 강화와 대미 유화책이라는 강온 투트랙 접근을 예상해볼 수 있다.

북한 노동당 당대회는 5년마다 열린다. 지난 5년간 북한 정책을 총평하고 향후 5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북한 최고 지도기관의 정기적 회의체다. 9차 당대회는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5년 만에 열렸다. 이번 당대회에서 2030년까지 국가 운영 방향이 제시되었다.

8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매년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점검하며 핵무력 고도화를 추진해왔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국방 5개년 계획을 100% 완수했다고 자평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화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되돌릴 수 없게 영구적으로 다진 것”을 성과로 꼽았다. 북한은 핵을 정치적 협상용이 아닌 실전적 운영 체계로 전환했다고 선언했다. 그간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핵을 억제 수단에 가두지 않고 재래식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실제 전쟁 상황에서 활용하겠다는 실전 수행 단계로 진입했다고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다.

9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 분야 2대 목표는 핵무기 수의 양적 증가, 핵 운용 수단과 활용 공간의 확장이다. 이런 목표를 위한 5대 과업으로 핵무기 운용 체계의 개선 및 강화,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특히 해군의 핵무장화 및 육·공군 현대화), 새로운 비밀 병기 및 특수 전략 자산(AI 무인기, 전자전 무기 등) 개발, 지상·수중·공중·우주를 아우르는 전 영역 타격 능력 확보, 기존 개발 무기의 실전 증강 배치 및 전력화 완료 등을 제시했다.

2021년 노동당 8차 당대회 때 제시된 국방 5개년 계획은 신형 무기체계의 연구 및 개발이었다. 이번 9차 당대회에서는 개발의 시대를 지나 실전 배치와 운영 완성을 목표로 삼았다. 8차 당대회 이후 개발한 각종 미사일들이 실전 전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앞으로 증강 배치될 것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번 9차 당대회에서 공식화한 ‘핵·재래식 병진 정책’이다. 핵무기를 억제 수단이 아니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전쟁 수행 전략으로 격상시켰다. 즉 재래식 무기 위력을 핵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두 전력을 유기적으로 혼합 사용하는 전략을 밝힌 것이다. 이는 한·미 동맹이 추진하는 핵·재래식 통합(CNI) 작전 계획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보인다. 북한도 자신들만의 핵·재래식 연계 전략을 공식 교리로 확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탐지-지휘-타격의 결합 속도를 높여 핵무기 종합관리체계인 핵 방아쇠를 실전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도 엿보인다(〈시사IN〉 제814호 ‘김정은의 ‘핵 방아쇠’ 낯선 이름에 담긴 뜻’ 기사 참조).

‘김정은 사람들’로 대대적인 물갈이

지난 2월18일,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은 신형 600㎜ 초대형 방사포 50여 개를 공개했다. AI를 통해 궤도를 스스로 수정하며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지능형 미사일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북한은 AI·우주·신에너지를 3대 핵심 신산업으로 설정했다. 이 3대 핵심 신산업을 “먼 미래가 아닌 현실적 문제”로 규정하고 과학기술을 “경제 건설과 국방 건설의 공통 기반”으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민수와 군수 사이의 기술이전 체계를 규범화하겠다는 뜻이다.

2월18일,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의 신형 600㎜ 초대형 방사포 50여 개가 공개되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9차 당대회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북한은 제9차 당대회를 통해 제9기 당중앙위원회 위원 139명, 후보위원 111명을 선출했다. 중앙위원회 위원 교체율이 51.6%에 달하고 후보위원 76.6%가 새롭게 진입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통치 철학을 현장에서 직접 관철할 수 있는 젊은 실무형 관료(테크노크라트)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빨치산 2세대의 상징이자 체제의 보루였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퇴진했다. 최룡해는 김일성 시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혈통적 정통성이 있었지만 이번 당대회를 기점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세대 상징적 인물을 퇴진시키고 ‘김정은 사람들’로 채워서 1인 지배 체제의 순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리병철, 박정천 등 군부 원로도 퇴진했다. 그 자리에는 당중앙위 비서 조춘룡, 당중앙군사위원 김정식 등 군수공업 및 첨단무기 체계 전문가들을 전면 배치했다. 이들은 신무기 개발-생산-배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실무형 테크노크라트다.

대남 및 통일 관련 인사들도 물갈이되었다.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전 외무상 등 과거 남북 협상을 주도한 인물들이 권력 상층부에서 사라졌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것이 언어적 수사가 아닌 실제임을 이번 인사로 보여주었다.

나아가 북한은 이번 9차 당대회에서 남한을 “영원한 주적”이자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타국”으로 규정하는 등 적대적 두 국가론을 명확히 밝혔다. 김일성 주석 이래 지속된 민족 내부 관계를 파기하고 남북 관계를 외국과 외국 간의 관계로 재설정하겠다는 입장을 당대회에서 확정했다. 이를 위해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남한을 영원히 배제한다”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북한은 한류를 포함한 외부 문화 유입을 “주민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독이자 마약”으로 규정했다. 남한과의 물리적·제도적 연결고리를 끊어냄으로써 체제 위협 요소를 제거할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 머릿속에 남아 있는 ‘통일’과 ‘민족’이라는 개념도 지우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한국 정부의 평화 공존 노력을 “서투른 기만극”이라 폄하하며 남북 대화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결실을 맺는 게 녹록지 않음을 시사한다. 북한 지도부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군사력을 강화했기에 베네수엘라나 이란과 다르다고 자평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러시아와 혈맹관계를 구축한 것도 외교 자산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란 공격 변수’에도 북한은 미국과 담판을 지을 수 있다고 여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도 한·미 두 정상이 천명한 ‘미국은 피스 메이커, 한국은 페이스 메이커’라는 대북정책 구도가 계속 유효할까? 한국이 페이스 메이커가 된다면, 그 역할은 과거 햇볕정책과 결이 달라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겹치는 2026~2028년 3년 동안,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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