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안되나봐요, 자퇴할래요”…밀려난 아이들 ‘탈학교’ 번진다 [사라진 하위권]
①17살 나이에 ‘자퇴’를 선택한 이유
4년 새 고교 자퇴 2배↑
2020년-2026년. 초등 6학년이었던 아이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성장한 시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학교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팬데믹의 터널을 거치면서 교실을 떠난 학생들이 있었다. 사교육과 돌봄으로 ‘공백’을 메우지 못한 이들이다. 단순히 점수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하위권의 이탈, 빨라진 포기의 순간. 헤럴드경제는 팬데믹 세대의 교실 안팎에서 벌어진 균열을 조명했다.
![자퇴를 고민하는 고등학생,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초등학생. [제미나이로 제작]](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7/ned/20260327064658654skzn.png)
[헤럴드경제=김용재·전새날 기자] “처음엔 혼자 공부해도 괜찮았는데 친구들은 학원에 가서 수행평가까지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망했어요. 내가 좋아하던 과목인데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니 점점 더 버거워졌어요. 결국은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20년. 이다솜(가명·2004년생) 씨의 학교는 교문보다 노트북 화면이 먼저 열렸다. 입학과 동시에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고 1학년 커리큘럼에 들어있던 체험학습과 각종 행사는 줄줄이 취소됐다. 같은 반 친구들과 제대로 얼굴을 맞댄 것은 입학 후 2~3개월이 지난 뒤였다.
이씨는 “초반엔 온라인이어도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지만 내 방에서 혼자 수업을 듣다 보니 출석만 하고 녹화해 둔 채 잠을 자거나 딴짓하는 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2021년 3월 대면수업이 재개됐다.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굳어진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시간이 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비대면 수업 때보다 2시간 일찍 준비해야 했다.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학교 안에는 같은 학원을 다니면서 형성된 무리가 있었다. 이씨는 “좁아진 교우관계에서 소외감이 컸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학교생활에 좀처럼 마음을 붙이지 못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성적이었다. 집안사정으로 이씨는 사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때문일까, 학교 성적은 수직하락 했다. 이씨는 “고1 첫학기가 끝나고 기대 이하의 낮은 성적을 받으면서 자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고등학교에 들어오며 학원을 그만뒀고 혼자 공부량을 감당하기가 점점 버거워졌다”고 회상했다.
마침 주변에서도 자퇴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성적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때를 돌이키면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자주 나눴던 대화 주제는 ‘탈(脫)학교’ 따위였다. 이씨는 당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자퇴를 이야기했다. “내가 겪은 것과 비교하면 (요즘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다, 일단 졸업까지 버티면 된다. 나중에 가면 별 일 아니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기댈 곳이 없다는 절망감이 커져갔고 버티기 힘들었던 그는 담임교사와 학교에 당일 통보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학교 현장에서 팬데믹 이후 중·하위권 학생들의 위기가 ‘조기 이탈’로 번지고 있다. 교실 안에서 무기력이 확산하면서 학업 중단이라는 물리적 이탈도 급증세다. 헤럴드경제는 팬데믹 이후 ‘중·하위권 학생들이 학습을 포기하는 시점 자체가 빨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중·하위권의 표면적인 학업 지표는 언뜻 회복세처럼 보인다. 헤럴드경제가 교육부에 요청해 입수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중학교 3학년 1수준 비율’ 자료에 따르면 수학 1수준 비율은 2020년 13.4%에서 2024년 12.7%로 감소했다. 1수준 비율이란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학생 비율을 의미한다. 학업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숫자에서 4년 사이에 학교를 떠난 학생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는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업중단률은 2020학년도 0.60%(3만2027명)에서 2024학년도 1.06%(5만4516명)로 4년 새 약 1.7배 상승했다. 특히 고등학교 학업중단률은 같은 기간 1.08%(1만4439명)에서 2.08%(2만7065명)로 거의 두 배 뛰었다. 중학교도 0.45%에서 0.77%로 올랐다.
이유는 뭘까. 2024학년도 고등학교 학업중단자 2만7065명 가운데 질병·해외출국 등을 제외한 ‘부적응 중단’은 2만3025명이었다. 고교 학업중단의 약 85%가 질병이나 해외출국이 아닌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교사들은 말한다.
충남교육청 기초학력 태스크포스(TF) 활동 경험이 있는 교사 류모 씨는 “학습지원 대상 학생들은 대체로 학습된 무기력·가정의 돌봄 결핍·정서적 결핍이 겹쳐 있다”며 “코로나 시기 학교가 한 번 닫히고 나서 이런 취약성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아이들이 점수표에서 천천히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더 이른 시기에 ‘나는 안 되는구나’라는 감각을 먼저 체득하고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21년 팬데믹 당시 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7/ned/20260327064659441nfhc.jpg)
학교를 떠난 이들은 학교 밖 경로에서 발견됐다. 최근 5년간 검정고시 시행 결과를 보면 초·중졸 검정고시 응시 인원이 모두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초졸 검정고시 응시자는 2021년 3862명에서 2025년 4370명으로 508명 늘어 약 13.2% 증가했다.
중졸 검정고시 응시자는 같은 기간 9777명에서 1만1522명으로 약 17.8% 증가했고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도 2021년 3만6108명에서 2025년 4만7316명으로 1만명 이상(31.0%) 크게 늘었다. 학교 안에서 버티지 못한 학생들이 학교 밖 경로로 이동하는 흐름이 더 뚜렷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학교를 떠난 이다솜 씨는 하루 1끼만 먹고,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5시에 잠드는 생활을 했다.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는 ‘은둔’이었다. 건강은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시간을 보내고야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통해 마음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퇴를 고민한다고 해서 학교를 열심히 안다닌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지금보다 우울한 삶을 살거나 잘못된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학교가 적성과 흥미를 찾고 키워주는 곳이었다면 더 열정적으로 다녔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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