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에 2억 건다"…블록체인 베팅 플랫폼, 커지는 '윤리 논란'

최재헌 기자 2026. 3. 2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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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휴전 가능성에 16만 달러 베팅…"휴전 시 100만 달러 수익 예상"
"전쟁 정보로 돈 벌었다?" 내부자 거래 의혹…기자 협박 등 윤리 논란 제기
폴리마켓 로고.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 휴전 여부에 거액의 베팅이 몰리면서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예측시장 폴리마켓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부자 거래 의혹과 협박 등 윤리적 문제까지 겹치며 관련 규제 논의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폴리마켓 데이터 분석 플랫폼 폴리마켓히스토리는 최근 X(옛 트위터)를 통해 "최근 신규 생성된 10개의 지갑이 이달 말까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휴전할 것이라는 데 총 16만 달러(약 2억 4100만 원) 이상을 베팅했다"며 "휴전이 현실화하면 약 100만 달러(약 15억 원)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말 미국의 이란 공습 가능성을 예측해 1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마켓은 칼시와 함께 대표적인 탈중앙화 예측시장 플랫폼으로 꼽힌다. 투표 기록을 블록체인 분산원장에 투명하게 저장하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거래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폴리마켓은 여론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어왔다. 정치·경제·사회·스포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누구나 예측 시장을 개설할 수 있으며, 지난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당선을 맞히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폴리마켓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쟁과 같이 인명 피해가 수반되는 사안을 두고 베팅이 이뤄지는 데다, 기밀 정보를 활용한 내부자 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다. 일부 익명의 투자자들이 정부 정책이나 군사 관련 이슈를 사전에 알고 베팅해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 투자자는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 가능성에 베팅해 43만 6000달러(약 6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서는 군사 작전 관련 기밀 정보를 활용해 폴리마켓에 베팅한 혐의로 투자자 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윤리적 논란도 불거졌다. 일부 이용자들이 베팅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언론인을 협박하는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군사 전문기자 에마누엘 파비안은 최근 이란의 미사일 공격 보도를 수정하라는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메시지에는 "우리가 90만 달러(약 13억 원)를 잃게 되면 그 이상의 돈을 들여 당신을 끝장낼 것"이라며 "집 주소와 가족 정보도 알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투자자들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여부를 두고 베팅을 진행했으며, 총 1400만 달러(약 210억 원) 이상이 걸렸다.

파비안은 "미사일이 도심 외곽에 떨어졌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보도했으나, 베팅 규정상 요격된 미사일은 공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공격 없음'에 베팅한 일부 투자자들이 "떨어진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요격 잔해"라고 주장하며 기자를 협박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폴리마켓과 칼시는 내부자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자체 규정 강화에 나섰다. 특정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의 거래를 사전에 제한하거나 데이터 분석 기업과 협업해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의회 역시 관련 규제 논의에 착수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일부 정부 관계자가 군사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예측시장에 참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시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담 쉬프 민주당 의원과 존 커티스 공화당 의원도 "플랫폼의 자율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고등학생 선수 부상 여부나 이란 분쟁 관련 베팅 등에서 내부자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지적했다.

각국 법원과 정부에서도 규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 법원은 폴리마켓 운영사 블록래타이즈에 대해 2주간 임시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으며, 매사추세츠주 법원은 칼시에 스포츠 관련 예측시장 운영 중단을 요구했다.

네덜란드 규제 당국은 폴리마켓을 불법 도박 서비스로 판단해 영업을 금지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정부 관계자의 내부자 베팅 의혹이 제기되자 법원이 접속 차단을 명령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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