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박왕열, 실형 받아도 필리핀에 재수감된다

김태희 기자 2026. 3.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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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송환 후 첫 경찰 조사서 혐의 대부분 인정…27일 영장심사
‘임시 인도’ 청구 상태…필리핀서 60년형 마쳐야 한국 교도소로


필리핀에서 호화 교도소 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송환된 일명 ‘마약왕’ 박왕열(48·사진)이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가 실제 국내에서 형을 살 가능성은 낮다.

이번 송환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박씨는 국내 재판이 마무리되는 대로 필리핀 교도소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가 필리핀에서 받은 형을 다 살고도 생존한다면 국내에서 남은 형기를 채우게 된다. 필리핀 법원은 2022년 4월 그에게 징역 60년을 선고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6일 박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날 박씨를 인도받은 경찰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조사를 벌였다.

조사 범위는 박씨가 인도되기 전 공범 등을 조사하면서 파악한 2건의 마약 밀수와 국내 마약 유통 혐의 등이다. 2016년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이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은 조사 범위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해서만 임시 인도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박왕열은 필리핀 교도소에 있던 2024년 6월 공범에게 지시해 필로폰 1.5㎏을 커피 봉투에 담아 인천공항에 반입하고, 그해 7월 필로폰 3.1㎏이 담긴 캐리어를 공범을 통해 김해공항으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그가 2019년 11월부터 2020년까지 공범과 함께 서울과 부산, 대구 등지에서 마약을 판매한 혐의도 수사한다.

경찰은 현재까지 박씨를 통해 국내에 유통된 마약 규모를 필로폰 약 4.9㎏, 엑스터시 4500여정, 케타민 2㎏, LSD 19정, 대마 3.99g 등으로 추정한다. 시가 30억원 상당이다.

경찰이 확보한 국내 공범은 관리 및 판매책 29명, 공급책 10명, 밀반입책 2명, 자금책 1명, 단순 매수자 194명 등 236명으로 이 중 42명이 구속됐다. 공범들은 박씨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이나 하위 채널에 접속해 작업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박씨가 첫날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당초 가족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변호사는 선임되지 않았다.

경찰은 박씨의 범죄 수익도 파악하고 있다. 그는 범행 초기 대포통장을 이용한 무통장 입금 방식을 썼으나 이후에는 가상통화로 거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필리핀 경찰이 확보해 넘긴 뒤 압수 절차를 거친 휴대전화 2대를 통해 가상통화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박씨는 필리핀 도주 후 현지에서 카지노 사업을 벌였다. 2016년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 3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가 한 사탕수수밭에서 이들을 총기로 살해했다. 또 이들로부터 받았던 카지노 투자금 7억2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 60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박씨가 복역 중인 교도소는 스파, 테니스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그는 이곳에서 휴대전화 텔레그램 등을 통해 국내에 대규모 마약을 유통해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27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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