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할리우드’ 시대
“K제작진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 “영화 ‘인턴’ 리메이크 해달라”
K제작진이 만든 ‘프로텍터’… 요보비치 주연, 현지 스태프 기용
기획 단계부터 유기적 결합… ‘부고니아’ 美제작사와 공동 제작

최근 한국 영화계가 미 할리우드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세계 영화 시장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우리 영화계가 ‘콘텐츠 빅마켓’인 북미의 제작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며 글로벌 진출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우리 영화계의 북미 진출 및 협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기획 단계부터 韓美 협업
과거 한국 영화계와 해외 시장의 연결 고리는 대체로 ‘영화제’나 ‘필름마켓’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거래하거나 리메이크 등을 의논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엔 기획 초기 단계부터 한국과 미국의 자본과 인력,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제작사와 미국 스튜디오의 공동 제작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오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2025년)는 CJ ENM이 과거 투자·배급을 맡았던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년)를 리메이크한 작품. 영어 시나리오부터 감독, 배우, 제작사 섭외 등 기획 개발을 추진해 미 제작사 스퀘어페그와 공동 제작했다.
CJ ENM은 이전부터 ‘엔딩스 비기닝스’(2020년) 등 여러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제작으로 참여하며 행보를 넓혀 왔다. 특히 2022년 미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을 인수하며 현지 시장에서도 실질적인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이 자본까지 모두 대고 할리우드에 더빙 등만 맡기기도 한다. 지난해 4월 북미 개봉해 약 6027만 달러를 벌어들인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영화는 국내 제작사인 모팩스튜디오가 제작을 주도했으며, 100% 국내 자본으로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북미 기독교 시장을 겨냥해 미국식 제스처 등에 대해 현지 디렉터의 감수를 받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역대 북미 개봉 한국 영화의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이처럼 협업이 활성화되다 보니, 할리우드에서 먼저 한국 파트너를 찾기도 한다. 배우 최민식과 한소희가 주연을 맡아 크랭크인한 영화 ‘인턴’은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출연했던 동명의 미국 영화가 원작이다. 워너브러더스가 한국 제작사에 공동 제작을 제안했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 ‘더 홀’은 미 제작사 케이 피리어드 미디어가 편혜영 작가의 소설 ‘홀’(2016년)의 지적재산권(IP)를 구매하며 시작됐다. 프로젝트는 미국 측이 주도하지만,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호연을 비롯한 주요 배우 및 스태프 대부분도 한국인이다. 촬영 역시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진행됐다.
● K콘텐츠 덕에 신뢰감 상승
이러한 흐름이 활기를 띠게 된 건 K콘텐츠가 북미 시장에서 위상이 높아진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영화 ‘미나리’(2021년), 드라마 ‘파친코’(2022년),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2025년) 등이 연이어 성공하며 한국 창작자와 제작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 게다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덕에 한국 배우와 한국어에 대한 현지 수용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팬데믹과 OTT의 영향으로 미 영화 시장이 다소 위축된 점도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 스튜디오들도 극장 관객 감소와 제작비 상승 등의 악재가 이어지자, 다국적 파트너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의 한 대형 영화투자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입증해 온 한국 제작진과의 협업은 세계 콘텐츠 업계의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창작자 개인부터 스튜디오, 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더 공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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