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로 韓선박 26척 고립 장기화, 이란 “美거래땐 못나가”
작년 국내 정유4사 수출 10%가 美
회사 지분-유전 투자 등 美와 얽혀
非적대국이지만 해법 쉽지 않아
정부, 佛 요청에 다국적군 회의 참여

● 韓 정유·에너지사 직격탄 우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페르시아만 연안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을 겨냥해 “이들이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경제 활동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은 이란의 정당한 권리”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이란은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에 서한을 보내 자국과 사전 조율을 거친 ‘비(非)적대적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선박 등이 이란의 협조를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이스라엘의 투자를 받거나 이들이 투자한 유전과 거래하면 비적대국 선박이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정유업계는 이란이 미국과 무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국내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분 50%를 미국 셰브론이 갖고 있다. 에쓰오일은 미국과 투자 관계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모회사이며, HD현대오일뱅크도 아람코가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수출액 407억1500만 달러 가운데 미국으로 향한 것이 43억3900만 달러로 전체의 10.2%를 차지했다.
해양수산부는 글로벌 해운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미국과 관련이 있는 선박을 개별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국적 선박들의 통행 문제가 단기간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의 한국 선박 수는 26척으로 한국인 선원 141명이 탑승해 있다. 외국 선박에도 37명이 탑승해 있어 해협 내에 발이 묶인 한국인 선원 수는 총 178명이다.
● 軍 호르무즈 해협 항행 다국적군 회의 참여
미국과 이란이 휴전 조건을 두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정상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은 미국과의 휴전 협상과 관련한 5개 요구사항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란 현지 매체 보도를 인용해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보 유지 비용’ 등을 명분으로 선박 1회 통행료 200만 달러(약 30억 원)를 징수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작전 참여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내놨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진 합참의장은 26일 밤부터 27일까지 화상으로 열린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를 위한 다국적군 회의에 참여했다. 이 회의는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이 주축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 해군은 전쟁 종료 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30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연합체 구성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쿠제치 대사는 이날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 참여 가능성에 대해 “선박 호위 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쿠제치 대사는 “한국은 비적대국”이라며 해협 통행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외교부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이란의 통행료 요구 등에 대해서도 “공식 통보를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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