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또 터진다"... 韓대사관, 매일 새벽 폭음 속에서도 이란서 버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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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또 터진다."
김준표 주(駐)이란 한국대사는 최근 서울의 외교부 본부에서 근무 중인 한 외무고시 동기 외교관과의 통화 도중 이렇게 외쳤다.
26일 기준 일부 걸프 국가를 제외하고 이란에 대사관 인력을 잔류시키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핀란드 등 3개국 정도다.
지난 2일 탈출 작전 등을 통해 교민 출국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약 40명의 한국인이 이란에 남아 있어 당장의 대사관 철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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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이란의 호르무즈 어드밴티지 기대도
"이란이 '약한 고리'로 보지 않도록" 지적도

"야야, 또 터진다."
김준표 주(駐)이란 한국대사는 최근 서울의 외교부 본부에서 근무 중인 한 외무고시 동기 외교관과의 통화 도중 이렇게 외쳤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버틸만하냐?"며 김 대사의 안부를 묻자마자, 아니나다를까 대사관 인근에 이스라엘 군용기가 투하한 폭탄이 터진 모양이었다.
미국·이란 간 전쟁 발발 한 달을 맞은 대사관 직원 10여 명에게 폭음과 검은 연기는 어느덧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란 테헤란을 겨냥한 공습은 주로 새벽에 이뤄진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해도 아득히 들려오는 "쿠궁" 소리에 선잠조차 이루기 어려운 날들이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택에서 근무 중이던 대사관 직원들이 외교 전문 확인을 위해 대사관으로 이동하던 중 주변 포격에 놀라 혼비백산 자택으로 도로 뛰어 들어간 일도 있었다고 한다. 철수할 만한 상황이지만 대사관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란 잔류 국가, 한국 일본 핀란드 3곳뿐
26일 기준 일부 걸프 국가를 제외하고 이란에 대사관 인력을 잔류시키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핀란드 등 3개국 정도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모두 전쟁 시작 후 하나둘 짐을 싸 테헤란을 떠났다. 지난 2일 탈출 작전 등을 통해 교민 출국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약 40명의 한국인이 이란에 남아 있어 당장의 대사관 철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잔류 교민 대부분은 현지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룬 이들로 대피 의사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사관 버티기'의 이유가 꼭 교민 보호 때문만은 아니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전쟁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호르무즈해협 상황' 등을 고려해 한-이란 관계를 적절히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후 이란, 곁에 남았던 나라와 떠난 나라 나눠 볼 것"

호르무즈해협을 봉쇄 중인 이란은 연일 "미국·이스라엘을 제외한 국가는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뿌리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장악력을 앞세워 미국과 여타 서방 국가를 분리시켜 놓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해협이 곧 개방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전쟁 뒤에도 이란은 제3국 선박 통항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같은 흐름에서 "전쟁 중에도 이란과의 관계를 놓지 않았다"는 명분은 차후 해협 개방 과정에서 한국에 적잖은 이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또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해제 시 우리 기업들의 이란 재진출에도 현재 이란과 쌓아둔 스킨십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원체 외교적으로 고립된 나라이다 보니, 곁에 남아준 나라를 쉽게 잊지 않는다"면서 "전후, 이란 정부는 이란에 남았던 나라와 떠난 국가를 나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25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걸프 지역의 한국 교민 안전에 신경 써달라는 외통위원들의 당부에 "(한국인들이) 안전한 곳으로 나갈 수 있게 가장 우선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동맹 갈라치기 시도는 경계해야

하지만 이란이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하게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쿠제치 대사는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적대국이 아니다"며 "이란과 협의한다면 한국 선박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이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의 불법적인 전쟁에 동참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한 중동 전문가는 "이란이 한국을 주목하는 건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인 탓도 크다"며 "한국의 에너지 수송로 확보 노력이 동맹 또는 이란을 규탄하는 서방권 연대에서의 이탈로 비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이란 관계를 적절히 관리하면서도 이란의 동맹 갈라치기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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