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발에 족쇄 찬 부쩍 마른 마두로, 판사 “사건 기각 안 해”
검찰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 지원 못 받는다”
마두로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있어”
트럼프 “다른 재판도 받게 될 것”

“나는 이 사건을 기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6일(현지 시각) 낮 12시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26층 대법정, 법대(法臺)에 앉은 앨빈 K. 헬러스타인(92) 판사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변호하는 배리 J. 폴락이 “변호사 비용 지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렇게 말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마두로와 그의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는 판사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1월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안가에서 미국에 생포돼 뉴욕 법원에 기소된 마두로에 대한 두 번째 심리가 이날 열렸다.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검찰과 마두로 측은 마두로의 변호사 비용 지급 방법을 두고 다퉜다. 마두로는 자신이 여전히 베네수엘라 대통령이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베네수엘라는 미 정부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는 국가이며 미국 내 모든 자산은 동결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고 맞섰다.
베이지색 죄수복 안에 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아내와 함께 법정에 나온 마두로는 지난 1월 5일 첫 법정 심리 때보다 눈에 띄게 마른 모습이었다. 마두로 부부는 스페인어 통역을 듣기 위해 헤드폰을 쓰고 앉아 있었다. 첫 심리 때와 마찬가지로 양발에 족쇄를 찬 마두로는 재판 내내 종이에 메모를 하고, 가끔 고개를 돌려 아내를 바라봤다.

변호인 측은 마두로가 스스로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폴락은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자금에 ‘재산권적 이해관계’가 있고 “자신이 선택한 변호인을 가질 권리와 그 목적을 위해 (법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자금을 사용할 권리도 있다”고 했다. 반면 뉴욕 남부연방 카일 위르쉬바 검사는 “정부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해외자산통제국(OFAC)을 통해 제재를 사용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OFAC는 미국 내 베네수엘라 자산을 동결했으며, 여기에 마두로가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이다. 마두로가 이 자금을 받으려면 재무부 산하 외국자산통제국(OFAC)이 특별 허가를 내려야 한다. 검찰은 “마두로와 그의 아내가 베네수엘라의 부를 약탈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피고와 플로레스가 여기 있으며 추가적인 국가 안보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서 검찰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폴리티코는 “판사는 OFAC과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하도록 검찰에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했다. 다만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을 기각해야 한다”는 변호인 말에 판사는 즉각 “기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랐다. 방청석에서는 이때 웃음이 나왔다.

헬러스타인은 이날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고, 다음 기일도 정하지 않았다. 정확히 70분간의 심리가 끝났고 마두로는 변호인에게 스페인어로 “내일 보자(Hasta mañana)”라고 말한 뒤 수감되어 있는 브루클린 메트로폴리탄 구치소로 이송됐다. 조지타운대 법대 스티브 블라덱 교수는 “피고인은 특정 변호사를 선택할 헌법적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변호를 받을 권리는 있다”면서 “문제는 ‘법무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가로) 마두로에게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이다”라고 했다.

한편 이날 새벽부터 법원 밖에서는 마두로에 대한 찬반 시위가 열렸다. 60여 명의 시위대 중 일부는 “마두로는 감옥에서 썩어라”라는 팻말을 들었고, “마두로 대통령을 석방하라”라는 문구도 보였다. 플로레스의 변호인은 “플로레스는 승모판 탈출증이라는 심장 질환을 겪고 있으며 긴급하게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마두로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마약의 주요 공급자이지만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나는 다른 재판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마두로는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 장치 소지, 불법 무기 소지 공모 등 4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데 다른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총 들고 포위망 좁힌 이란… 美장교, 바위 틈에서 버텼다
- 36시간 사투… 美 또 한명의 ‘라이언 일병’ 구하다
- 이란 전쟁 여파 식탁까지 덮쳐
- 마약범 65만명인데, 중독 치료 병상은 341개뿐
- 우주에서 본 지구는 이리도 평온한데…
- 한국인 멤버·한글 가사 없어도… LA 연습생들 “우린 K팝 아이돌”
-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각국 선박, 눈치껏 각자도생
- 중동 요소가격 1년만에 172% 폭등… 국내 요소 비료 절반가량이 중동산
- 트럼프 “화요일은 발전소의 날… 미친 X들아, 해협 열어라”
- “불법 전화방 운영” 與, 광양시장 경선 박성현 자격 박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