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중동에 눈돌린 틈타… 러, 드론 948대 날려 대낮 우크라 기습

안준현 기자 2026. 3. 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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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까지 무차별 타격 대공세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가했다.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첫 대면 회담을 가지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담한 독재 정권 간 3각 동맹이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키로 했던 무기 일부를 중동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쏠린 사이 우크라이나가 잇따른 악재에 직면하는 양상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와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3일부터 24시간 동안 드론 948대를 폴타바·자포리자·헤르손·하르키우 등 전역으로 날려 보냈다. 전쟁 발발 이래 24시간 내 드론 공격으로는 최대 규모다. 최소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공격은 형식 면에서도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통상 러시아의 드론 공격은 밤에 진행됐지만, 이번에 발사한 드론의 절반 이상이 낮 시간에 날아가 일상생활을 하는 민간인들을 겨냥했다.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한 주민이 이틀 전 러시아의 드론 공습으로 파손된 차량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의 드론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르비우 구시가지의 베르나르딘 수도원 단지도 타격했다. 17세기 초 이탈리아 건축가가 설계한 이 수도원은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건축 유산이다. 유네스코는 긴급 우려 성명을 발표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란이 설계하고 러시아가 개조한 드론이 르비우 교회를 타격했다”고 규탄하며 유네스코의 러시아 퇴출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25일 체르니히우 지역에도 드론 147개를 추가로 날려보내 에너지 시설 등을 타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을 주도하던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했고, 우크라이나의 우방들도 이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운 틈을 타 러시아가 드론 기습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공세에 맞서 발트해 연안의 러시아 항구 우스트루가의 원유 저장 시설 등을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상황은 방어 태세 구축이 시급한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미국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던 무기를 중동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세 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무기 비축량이 급감하자 이같이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으로 행선지 변경이 검토되고 있는 무기 중에는 요격 미사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은 미국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보내 항전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급한 불을 끄겠다며 이 프로그램에 변경을 가하거나 중단시킬 경우 우크라이나는 전력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은 급격히 식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25일 기자들에게 “나는 8개의 전쟁을 해결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그보다 훨씬 쉬웠어야 했지만, 푸틴과 젤렌스키가 서로를 진심으로 증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의 교착 상태를 두 사람의 감정 싸움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이었다.

26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오른쪽)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난 북한 김정은이 선물받은 소총을 살펴보는 모습.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사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공세가 거세지고, 러시아·북한·벨라루스가 밀착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노골적으로 지원한 북한·벨라루스가 밀착하고 있다. 북한을 방문 중인 루카셴코는 26일 평양에서 김정은과 양자 회담을 갖고 우호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1994년 집권한 루카셴코는 1997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북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은 루카셴코가 선물한 소총을 직접 들고 조준하거나 방아쇠를 당기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은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대량으로 제공해왔고,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자국 영토를 러시아군의 침공 루트로 제공했다. 벨라루스는 소련 해체로 독립한 뒤 한국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뒀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뒤 북한의 파병이 본격화하면서 북한과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엮인 이들 정권의 삼각 동맹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의 푸틴, 북한 김정은, 벨라루스 루카셴코 모두 사실상 종신 집권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22일 김정은이 북한 국무위원장에 재추대되자 푸틴뿐 아니라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까지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한국과 미국의 연례 군사훈련 ‘자유의 방패’를 전쟁 준비 행위라고 비난하고, 일본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에는 김정은과 루카셴코의 양자 회동에 맞춰 삼각 동맹을 띄우려는 푸틴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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