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오늘 점심은 구내식당 대신 골목식당에서
점심 시간이 되면 직장인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빠르고 저렴하며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지다. 하지만 이 익숙한 동선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한쪽을 조용히 위축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자주 떠올리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옮기면 그 기관에는 구내식당을 만드는 대신, 직원들이 밖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밥값을 지원해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으로 점심 한 끼의 선택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골목 상권 단체들은 이를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의 구내식당 중심 구조는 효율적이지만 폐쇄적이다. 기관 내부에서 소비가 순환되며 외부 상권으로의 흐름은 차단된다. 그 결과 공공기관과 대기업 건물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상권은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풍경을 보이곤 한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 간극은 드러난다. 한 모바일 식권 업체가 낸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일반 식당의 평균 점심값이 약 9600원 수준인 반면, 구내식당은 7600원대에 머문다. 골목 식당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구내식당에 밀린다.
물론 구내식당의 존재 이유를 부정할 수는 없다. 바쁜 업무 속에서 신속한 식사는 필요하고, 비용 부담 역시 현실적인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주 2~3회 외부 식당 이용을 유도하거나, 식대 지원을 통해 가격 격차를 완화하는 방식은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직원 개인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역 상권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절충안이 될 것이다.
점심 한 끼의 이동은 단순한 동선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 경제의 흐름을 바꾸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주변 골목식당에서의 한끼는 그냥 식사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연결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거대한 정책만이 경제를 살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때로는 일상의 사소한 선택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오늘 점심, 구내식당 대신 골목식당으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한 걸음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안병익 ‘식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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