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앞두고 내쳐진 김종민 감독, 도로공사 전 단장의 부키리치 재계약 거부가 불러온 나비효과? 예의와 상도, 개념까지 상실한 최악의 운영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남정훈 2026. 3. 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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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훈 기자] 나비효과. 초기 조건의 아주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대한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의 개념이다. 2025~2026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1위의 성과를 낸 김종민 감독이 정작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팀을 지휘할 수 없게 됐다. 사유도로공사는 이에 대한 이유로 “A코치에 대한 폭행 및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지난 2월 말 검찰이 약식기소하는 불미스러운 사항이 있어, 고심한 끝에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과 도로공사의 계약은 이달말 31일에 끝난다.

김종민 감독과 박종익 전 수석코치 간의 법정 공방의 시작은 2024~2025시즌 트라이아웃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도로공사 전 단장이 김종민 감독의 반야 부키리치(세르비아) 재계약 의견 거절이 만들어낸 나비효과 아닐까. 

김종민 감독과 박종익 전 수석코치는 2024~2025시즌 트라이아웃이 열린 두바이 현장에서 참가자들의 기량을 확인한 뒤 2023~2024시즌을 함께 했던 부키리치의 재계약을 원했다. 그러나 전 단장은 이들의 의견을 반대했고, 결국 부키리치는 2순위로 정관장에 지명됐고, 3순위 지명권의 도로공사는 왼손잡이 아포짓 니콜로바를 뽑았다.

FA 최대어였던 강소휘까지 영입했던 도로공사였지만, 니콜로바는 아쉬운 결정적으로 인해 좀처럼 치고나가지 못했다. 니콜로바를 훈련시키는 것보다 다른 외인으로 교체를 위해 영상 자료를 보는 것을 몰두하던 박 전 수석코치를 두고 김종민 감독이 ‘어차피 구단에서 안 바꿔준다’며 그만둘 것을 지시하는 등 갈등이 고조됐고, 결국 2024년 11월15일 흥국생명전을 마치고 돌아온 11월16일 자정쯤 김천 숙소 감독실에서 갈등이 폭발해 다툼이 발생했다.(이 사건에 대한 쟁점은 ‘www.segye.com/newsView/20250411500448’ 본 기자가 이 기사에서 자세히 밝혔다)

이 다툼이 박 전 수석코치의 형사 고소로 이어졌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CCTV 등의 명백한 물적 증거가 없는 상황임에도 검찰은 약식 기소를 통해 김종민 감독의 혐의를 다소나마 인정했다. 김종민 감독은 법원의 약식 명령이 떨어지면 정식재판 청구를 통해 폭행 혐의를 벗겠다는 입장이다. 즉,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르면 김종민 감독은 아직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은, 무죄다. 

물론 도로공사 구단 입장에서는 김종민 감독이 형사재판의 피고인 신분이니 재계약을 하지 않아야 될 사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2016~2017시즌부터 10년간 팀을 이끌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두 번이나 이끈 사령탑이다. 게다가 도로공사는 김종민 감독 부임 전 V리그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못했던 팀이었다. 10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감독에게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을 이끌 열흘 정도의 시간도 줄 수 없을 정도인가. 이럴 거였으면 시즌 전에 경질을 하든가. 사건이 벌어진 이후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챔피언결정전이라는 큰 경기를 앞두고 하루아침에 시즌 내내 팀을 이끌어온 사령탑을 내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처사다. 아직 법원으로부터 판결도, KOVO로부터 징계를 받지 않았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김종민 감독도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만 마치면 우승 여부에 상관없이 팀을 떠나겠으니 챔피언결정전만큼은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으나 도로공사는 이조차 거절했다.
이번 도로공사의 일처리는 그간 도로공사를 응원해온 팬들은 물론 다른 V리그의 구단들과 팬들도 안중에 없는, 그야말로 무개념의 향연이다. 도로공사가 김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화한 보도자료는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던 26일 오후 7시에 배포됐다. 종목을 불문하고 포스트시즌엔 새로운 사령탑 영입 발표나 기타 중요 사실 등을 전하지 않는 게 불문율, 혹은 관례다. 포스트시즌이라는 시즌을 마무리하는 잔치에는 경기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경기를 치르는 구단들과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도로공사로선 프로배구는 남녀부가 번갈아 매일 포스트시즌 일정을 소화하니 포스트시즌 일정 중에 이번 발표를 하지 않을 순 없다치더라도, 시간을 경기가 열리는 오후 7시에 해야했단 말인가. 플레이오프 경기에 은근슬쩍 묻어가서 자신들의 어처구니없는 처사가 보도되는 게 최소화되길 바랐던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배유나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호텔 청담 리베라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전하고 있다. 2026.03.20. 20hwan@newsis.com
이번 챔프전은 도로공사가 우승을 하더라도, 우승을 못하더라도 영원히 패자로 남을 것이다. 팬들은 물론 한 시즌 동안 챔프전 우승을 바라보며 달려온 자팀 선수들에 대한 배려도 실종됐다. 기본적인 예의와 상도도 없고, 개념조차 상실한 막장 운영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지도 모른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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