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기 첫 정상외교는 벨라루스…반미 연대·제재 우회

김정수 2026. 3. 27. 00: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친러국과 우호 조약…북·러·벨 공조 체제
"뚜렷한 반미 연대, 비동맹 외교 시작점"
대북제재 벗어난 '진영 경제' 모색 관측

북한은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전날 평양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김정은 3기 체제의 첫 정상외교 상대로 친(親)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가 선택된 것. 북·러·벨 3각 공조 공식화와 반미 연대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벨라루스처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설정해 대외 경제 활로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P. 뉴시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기 체제의 첫 정상외교 상대로 친(親)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를 선택했다. 양국 간 우호 조약도 체결됐는데, 앞서 맺어진 북러 조약을 고려하면 북·러·벨 3각 공조가 공식화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예고한 다극 세계 건설이 반미 연대로 시작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서방의 제재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점을 과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벨라루스처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설정해 대외 경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위원장은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에 도착한 루카셴코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을 직접 맞이했고 성대한 환영 행사도 열었다. 벨라루스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김 위원장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옛 소련군을 추모하는 평양 해방탑을 찾아 묵념했다. 해방탑은 1945년 북한에 주둔한 일본군을 몰아내다 목숨을 잃은 소련군을 추모하는 곳이다. 이어 루카셴코 대통령은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자신 명의의 꽃바구니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낸 꽃다발을 헌화했다.

양국 정상이 옛 소련군을 기리고, 벨라루스 대통령이 북한 선대 앞에 러시아 대통령의 꽃바구니를 바친 건 북·러·벨 3각 공조를 예고했다는 해석이다. 이미 북한은 파병으로 러시아와 혈맹 관계를 다졌고,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친러 국가다. 남은 건 북한과 벨라루스의 가시적 관계인데 이번 정상 외교로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호 협력 조약을 체결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서방의 압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 또 양국이 자주와 정의 원칙에 기초한 '다극화 세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전날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해 김덕훈 제1부총리(오른쪽)의 영접을 받는 모습. 북한의 대외 경제를 전담할 인물이 전면에 나선 만큼 양국 경제 협력이 전망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AP. 뉴시스

앞서 김 위원장은 제9차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거쳐 3기 체제를 출범시키며 '다극 세계 건설'을 강조한 바 있다.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벗어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벨라루스와의 관계 격상과 북·러·벨 3각 공조는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들 국가의 성격상 반미 연대의 구축이기도 하다.

황수환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러시아를 포함해 벨라루스와 공조를 구축하게 됐고 반미 연대라는 확실한 메시지도 냈다"며 "북한이 외교적으로 공간을 확대하려는 시도이자 비동맹 외교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9차 당대회에서 외교에 대한 당 중앙의 직접 관여를 언급하고 대외 관계의 확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제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의중으로도 평가된다. 대북 제재가 닿지 않는 대외 환경을 주도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 일행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북한에서는 김덕훈 제1부총리와 김정규 외무성 부상이 이들을 맞이했다. 이중 김덕훈은 '경제통'으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북한의 대외 경제를 전담할 인물이 전면에 나선 만큼 양국 경제 협력이 전망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 등 서방과 관계를 개선하고 제재를 해제해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을 이미 접었다"라며 "미소 냉전기에 절연된 진영끼리의 경제 활동을 모색해 보겠다는 것으로 김덕훈을 내세운 점도 그런 이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미 전선으로 이러한 대외 관계를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s8814@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