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과 진학해 한국-러시아 정보문화 잇고 싶어요"
(우즈벡 출신 고려인 3세)
2016년 한국 입국 언어·문화 차 겪어
학업 지속 지역 다문화 청년 롤모델
경희대 진학 목표로 수험생활 중
주말마다 후배들 한국어 교육
"남들 가지 않는 영역 개척할 것"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3세 청소년이 김해에서 학업에 정진하고 진로를 개척하며 이주배경 청소년의 새로운 롤모델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컴퓨터공학 전공 관련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 티오 드미트리의 요즘 취미는 수험 생활 틈틈이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다.
그는 지난 22일 김해시 글로벌드림다문화연구소에서 네 명의 우즈벡 출신 고려인 친구들 한명 한명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한국어 문법과 쓰기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경희대학교, 아니면 부산대를 준비하고 있어요"라는 드미트리는 지난해 몇 점 차이로 떨어진 해당 학교들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 중이다.

이날 한국어 수업이 끝난 후 드미트리와 만나 그의 김해 생활 전반과 미래에 대해서 물어봤다.
■ 막막했던 초기 한국생활
드미트리는 지난 2006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2016년 고려인 2세 부모를 따라 국내로 입국했다. 청년이 '한국'과 처음 접한 계기는 조부모와의 대화에서 비롯됐다. 그는 "뭔가 옛날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지금과 조금 다른 말투였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옛 한국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으며 한국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스스로 고려인 3세로서 명확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드미트리에게 조부모와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한국문화는 본인으로 하여금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게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한국의 문화를 보며 자랐고, 이렇게 영향을 받아 한국에 대한 좋은 생각을 품게 됐어요"라고 밝혔다.
경북 경산에서 초등학교 6학년부터 시작한 한국 생활은 막막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1~2년가량 언어를 배웠지만, 막상 학교와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배웠던 말과 글을 사용할 수 없었어요", "책의 언어와 실생활 언어는 너무 달랐어요"라고 회고했다. 그를 특히 힘들게 했던 것은 능숙하지 못한 언어 사용으로 생겨나는 주위의 배타성이었다. 드미트리는 "학교에서 책을 읽을 때 발음이 어색하고 버벅거리다 보니 친구들이 웃었죠"라며 "놀림도 받았고… 어렸을 때 이런 부분이 힘들었어요", 특히 "경산은 외국에서 온 친구들이 사실상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더 낯설었어요"라고 털어놨다.

힘든 시간은 짧았다. 드미트리는 고된 시간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부딪치기로 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과감하게 다가가고 싸우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이어 "시간이 약이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제 위치가 점점 만들어졌어요"라며 웃었다. 언어 차이로 생겨난 다름은 함께 어울리며 시간이 지나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해로 이사를 온 뒤에는 새 우정이 피어났다. 드미트리는 특유의 진취적인 성격을 토대로 지역 사회 커뮤니티에 뛰어들었다. 김해 내 '러시아권'에 머물기보다는 '다문화권'을 향했다. 그는 "크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친구들과 더 많이 어울렸던 것 같아요"라며 "경산에 있을 때보다 학교 내에 러시아권 학생들이 많았지만, 이 친구들하고도 어울리고 저 친구들하고도 어울리고 두루두루 잘 지내게 됐어요. 왜일까요, 우리가 서로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에서 왔다 그런 것보다는, 그냥 같은 공간에 있는 친구라는 그런 느낌 때문에 아니었을까요"라고 언급했다.
■ 꿈을 갖고 미래로 향하다
드미트리는 지난해 말 이름 있는 국립대에 합격했지만 더 높은 목표와 꿈을 위해 재수를 결정했다. "솔직히 말하면 서울에 가고 싶어요"라는 그는 여느 청년과 마찬가지로 한국, 그리고 세계의 중심 도시에서 실력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하고 싶어 한다. 왜 컴퓨터공학이냐고 묻자 그는 "정보기술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라며 "주어진 과제를 푸는 것이 재밌고, 이를 코딩과 연결하며 내가 프로그램을 조작해 새 세상을 여는 것에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지금 정한 진로로 나아가고 싶어요"라고 희망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 드미트리는 직접 코딩 동아리를 운영하며 회장 역할을 맡았다. 그곳에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거나 간단한 프로그램 개발 활동도 진행했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돼 지금의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한편, 드미트리는 진로 결정에 있어서 본인이 겪었던 어려움을 후배와 친구들이 겪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교육 지원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며 "이주배경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선생님이 모든 학생을 세심하게 돌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 학생들은 뒤처지기 쉬워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체계적인 언어 보충수업과 별도 교재 지원 같은 제도가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중언어 능력은 그의 중요 자산이다. 드미트리는 한국어와 러시아어 양국어 활용 능력과 특기인 컴퓨터공학을 토대로 자신의 미래를 힘껏 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러시아권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니 오히려 나 자신이 배우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라며 "컴퓨터공학과 한국어교육, 그리고 러시아어. 아직 명확히 잡히지는 않지만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배워나가며 남들이 가지 않는 새 영역을 개척해 보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축구와 음악 듣기를 즐기는 평범한 고려인 3세 청년 드미트리. 그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한국 사회 안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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